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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인 - 상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월
평점 :
역병이 창궐한 도성 밖 고봉현의 한 마을에 서활인원 소속의 의승 탄선과 그의 여제자 소비가 역병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예속 된 오작인들과 매골승, 무녀들에 이르기까지 절반 이상이 도망을 가고, 일반적인 역병의 경우 나이든 노인들이 대부분 목숨을 잃게 되는데 이번엔 정반대로 젊은 사람들과 어린아이들 상당수가 죽어 노인들이 죽은 자식을 끌어안고 통곡까지 했는데도 병증을 보이지 않았으니 서활인원 수무당 종심까지도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와중에 오작인 하나가 시신을 끌어안고는 매장을 못하도록 실랑이를 벌이는 일까지 일어나 탄선이 그 이유를 물으니 죽은 여인이 살해 되었다며, 역병에 의해 죽은 이들이 보이는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고 시신의 상태로 보아 누군가에 의해 질식사 하였으며 범인은 두 사람이라는 설명을 합니다. 시신을 다루는 천민인 오작인 노중례와 의승 탄선과 소비와의 첫 대면은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이뤄졌습니다. 때는 병신년(1416년, 태종 16년)이었으며 역병은 다섯 달을 넘겨가며 탄선을 괴롭혔으나 다행히 추석이 지나고 더이상 번짐없이 고봉현에서 사그라졌습니다.
탄선의 노고를 치하하는 임금의 하사품을 들고 온 옛친구 양홍달을 만나니 이십여 년 전 같은 스승 밑에서 의술을 배우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탄선이 개성 명문가의 자제로 삼십대의 나이로 고려 우왕의 태의에 발탁되었을 때 양홍달은 노비 출신의 어머니에게서 난 천출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벼슬도 받지 못하여 이를 안타깝게 여긴 탄선이 그를 태의로 발탁하려 애를 썼던 시절이 있었으나 운명은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고려왕조는 몰락하고 조선이 세워지며 탄선의 집안은 몰락의 길을, 양홍달은 이성계의 총애와 더불어 이방원의 총애까지 받자 권문세가의 반열에 올랐으며 여세를 몰아 자신의 아우와 자식들에게 의술을 전수하여 최고의 의원 가문을 만드는데 성공하기에 이릅니다.
고려왕조의 태의 출신에 유학자 였던 탄선이 숭유억불의 나라 조선에서 승려가 되었던 사연과 이성계의 다섯번째 아들이었으나 형제들과 동문수학 했던 벗들의 피를 발판삼아 왕위에 오른 이방원이 나라의 기틀을 잡고자 자신의 자식들까지도 경계하던 시절이 맞물려 노중례의 아버지와 같은 의로운 이는 살인 누명을 쓰고 천민으로 강등 된 노중례에게 탄선은 의술을 배워 ‘활인‘의 길을 걸을 것인지, 복수만을 위해 ‘살인‘의 길을 갈 것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역사소설과는 다른 시선으로 고려와 조선 시대를 선보이는 [활인]을 통해 편협했던 고정관념이 깨지고 신분제 사회였으나 그 모든 이들이 처음부터 양반, 천민은 아니었음을 깨달아 갑니다. 한의학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었을 텐데라는 마음으로 재밌게 읽은 소설 [활인] 상권에 이어 하권에서는 하늘이 낸 인재들 노중례와 소비가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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