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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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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내리던 날 [눈으로 만든 사람]속 단편소설 ‘눈으로 만든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눈으로 만든 사람은 흑미가 머리카락을 대신해 빼곡히 머리에 박혀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 진정 되면 베란다에 조심스럽게 세워놓았던 눈사람은 사라지고 눈이 녹은 물 위에 흑미가 빽곡히 잠겨 있습니다. 마음속에, 상상속에.

모두 아홉 편의 단편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의 첫번째 단편은 ‘보내는 이‘ 입니다. 2008년생 딸들을 키우는 나와 진아씨는 하윤이, 서윤이라는 이름마저 비슷한 아이들을 키우며 알게 된 사이 입니다. 윤이들이 6학년이 되었을 그 봄에 우리는 외부로 나가지 말라는 금지를 당했습니다. 두번째 단편 ‘여기 우리 마주‘에도 시절은 연결 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의 학교 출입이 불가하여 학생이라면 의례 새학기면 가방 가득 담아 왔던 교과서를 아이들이 아닌 부모들이 찾아가야 했고, 학교는 준비 안된 원격수업을 하기 위해 분주했으며 직장인들 또한 재택근무라는 이름의 휴가를 보냈습니다. 처음엔 이상했고, 나중에 적응했지만 그래도 예전의 생활을 그리워하며 이 년이 넘게 지낼지는 몰랐습니다. 2020년 2월 딸 은채의 열세 살 생일을 며칠 앞둔 날에 상가 임대차 계약서를 쓰고 사업자 등록을 한 나는.

표제작 ‘눈으로 만든 사람‘은 소설집의 세번째 단편으로 실려 있습니다. 매일같이 눈이 왔고, 해가 질 때까지 눈사람을 만들었던 시절 뒤에 열한 살 딸과 스물세 살 시동생 둘만 남겨놓고 여행을 갔던 부모님, 열한 살 딸이 커서 이제는 여덟 살 딸을 키우는 부모가 되었을 때 스물세 살이었던 작은 작은 아버지의 아들을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맡기며 가라앉았던 진흙이 부유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단편 ‘나와 내담자‘, ‘운내‘, ‘미산‘, ‘내게 내가 나일 그때‘까지 작품속엔 가까운 친인척과 너무 먼 친척들이 수 없이 등장하고 사라집니다. 실제 상황일까 싶은 오래된 기억속 장면들이 나레이션처럼 들리는 착각을 일으키며 묘하고 혼돈스러운 장면들을 만나게 됩니다. 특히 ‘11월행‘은 [나의 할머니에게]라는 작품집에서 이미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할머니 규옥과 할머니의 딸 은형, 그리고 은형의 딸 하은이 예산에 있는 수덕사로 템플스테이 1박 2일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템플스테이가 끝나고 수덕 여관 나무 출입문 앞쪽에 세 명이 유일하게 함께 찍은 사진을 찍을 때 스님이 ˝엄마 둘에 딸 둘이시네요˝라고 말했던 장면이 인상 깊었었는데 역시 다시 읽어도 또 뭉클합니다. 마지막 단편 ‘점등‘은 종로의 조계사 점등식을 준비하는 이들의 이야기 입니다. 같은 해 입사한 동기 6명, 연등행렬을 준비하는 과정, 각자의 인연과 사내부부의 탄생, 회양목에 내린 눈을 떠올리게 하는 덕적도에서 뜯어온 쑥으로 만든 쑥떡이 등장합니다.

과거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덮어버린 사람들, 자의가 아닌 부모에 의해 조부모에 의해 눌려버린 폭력의 흔적들, 살아남기 위해 지웠던 기억들을 모래 상자에 재현해 냅니다. 그것을 읽어내는 것이 독자의 몫입니다. 결코 밝고 즐거운 소설은 아닙니다. 그래도 읽어볼 수 많은 이유를 가진 소설들 입니다. ‘11월행‘에 나오는 11월 11일을 기다리는 사람과 1월 23일 4시 56분을 기다리는 사람을 만난 오늘처럼 우리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고리에 갇혀 있습니다.

#눈으로만든사람 #최은영 #문학동네 #단편소설집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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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할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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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6
알베르 카뮈 지음, 이기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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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 Camus : L‘Ettanger
카뮈의 첫소설 [이인]은 [이방인]이라는 제목으로 더 익숙한 작품입니다. 일전에 카뮈의 다른 소설 [페스트]와 함께 읽었고 다시 읽으며 그때 놓친 부분들을 찾아 무엇이 주인공 ‘뫼르소‘를 삶을 포기하게 한 것인지 파악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카뮈의 [이인]을 발견합니다.

소설의 첫 문장은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지도 모른다‘ 입니다. 카뮈의 아버지가 세계1차대전에서 사망하고 어머니가 힘겹게 그를 키운 것과 마찬가지로 뫼르소 역시 아버지는 부재하고 어머니와 함께 지내다 부양하기 곤궁한 처지가 되어 국가의 지원을 받는 양로원으로 모셨습니다. 자신의 재판과정에 대해서도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 뫼르소는 어머니와 함께 지낼 때에도 대화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남들만큼은 사랑했다고 말하는 뫼르소, 양로원에서 또다른 사랑을 발견한 어머니는 같은 사랑을 서로 다르게 표현하고 만들어 갑니다.

자신을 포함하여 세상 모든 것에 의욕이 없는 이인 뫼르소의 모습이 1부에 그려지고 ‘태양 때문에‘ 저지른 살인으로 인해 재판을 받고 수감 생활을 하는 이인 뫼르소의 모습은 2부에 그려 집니다. 장례식 때의 뫼르소는 그저 피곤한 상황과 지친 일상에 덧그려진 어머니의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그 부재를 슬퍼합니다. 오열하듯 슬퍼하는 일반적인 자식들의 모습과는 다를지라도. 그러나 외부인들은 뫼르소의 행동들을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그의 우발적 행동에 살을 붙여 증언을 합니다.

한 발의 총성이 울리고 시간이 지나 다시 네 발의 총성이 울리고, 검사는 ‘왜?‘ 라고 묻고 시간이 지나 다시 연달아 네번 ‘왜?‘ 그런건지 의문을 표합니다. 무덤덤한 태도가 만든 타인과의 차이가 뫼르소를 독방에 가두고 신을 부정하는 목소리에 뫼르소의 삶이 멈춰버렸습니다. 계절이 다시 한여름을 향해 나아갈 때 뫼르소는 자신의 의미를 알아갑니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은 선택받은 자들이었음을. 오로지 선택받은 자들밖에 없었음을. 비록 살인죄로 자신이 사형을 당한다 해도 세상은 계속 될지라도.

허무주의와 귀차니스트, 그리고 초월자의 시선 같은 뫼르소와의 만남은 세상이 세운 기준에 대해 한 발 물러나 생각해보게 만들었습니다. 욕망과 절차, 애도와 일상, 믿음과 신...어디에 선을 긋고 어느쪽에 서야 보통사람인지, 일반적인 사람인지. 이분법적으로 선 안쪽은 선하고 선 밖은 악하다고 경계지어야 하는 것인지, 뫼르소의 또다른 자아는 시대가 바뀌어도 세상이 바뀌어도 여전히 거울 너머에 갇혀 있어야만 하는지...여전히 어렵습니다. 역자의 말에 표현 된 문장처럼 [이인]은 쉽게 읽을 수는 있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 결코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아마도 시간이 더 흘러 다시 읽게 되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책을 덮습니다.

#이인 #이방인 #알베르카뮈 #이기언_옮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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