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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죽음도 함께 태어납니다. 누구나 ‘삶‘ 만큼이나 죽음을 품고 살지만 사실 나와는 먼 존재이길 바라고 있습니다.
델핀 오르빌뢰르의 [당신이 살았던 날들]에 대한 첫 인상은 놀라움 입니다. 60만 명이 넘는 유대인들이 살아가는 프랑스 유대 공동체에서 2021년 기준으로 여자 랍비는 단 다섯 명 뿐이라는 소개글과 함께 그들 중 한명이 바로 이 책의 저자 ‘델핀 오르빌뢰르‘라고 하니 놀라웠습니다. 저에게 ‘랍비‘란 TV 다큐멘터리에서 본 도서관에서 서로 큰소리로 토론을 하는 학자이자 종교적 존재 뿐이라 왜 책 표지에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라는 문장이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프랑스에서 기자로 활동을 한 작가 델핀 오르빌뢰르는 뉴욕에서 랍비가 되는 과정을 준비하여 현재 프랑스에서 랍비이자 작가로, 진보성향의 계간지의 편집장으로,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궁금했던 ‘죽음‘ 키워드는 그녀가 랍비이기에 죽음 뒤의 과정에 관여하기 때문임을 책을 통해 서서히 알게 되었습니다.
아즈라엘, 즉 죽음의 천사 입니다. 랍비는 죽음으로 인한 의례를 집행하고 사람들과 함께 하고 그들에게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또한 이야기꾼이기도 합니다. 히브리어로 ‘묘지‘는 ‘베트 아하임‘으로 불립니다. 생명의 집 혹은 살아 있는 자들의 집을 의미하는 ‘베트 아하임‘에 임하는 죽은 이를 위해 절차를 진행하고 그들이 살며 겪었던 이야기들을 가족에게 듣고 지인들에게 들어 다시 이야기 하는 사람이 바로 랍비 입니다.
엘자 카야트, 프랑스 정신과의사이자 정신분석가인 그녀의 안타까운 죽음은 그녀에게 상담을 받고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에겐 큰 시련입니다. 더이상 그녀는 살아 있는 자들의 집으로 갔기에 돌아올 수 없다 말했던 오르빌뢰르에게 2년 후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의 희생자 마르크의 장례절차 과정 중 그가 바로 엘자 카야트와 편지 교환을 통해 출간 계획을 하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됩니다.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대화가 담긴 이메일 원고가 결국 엘자를 돌아오게 만들었습니다.
사라와 마르셀린과 시몬 베유, 어린 동생 아사악의 죽음에도 애니메이션 레고 시티에 빠진 형의 질문에도 델핀 오르빌뢰르는 사유하고 죽음을 이해하고 그들이 살았던 날들을 이야기 합니다. 살아남은 이들에게, 가족들에게,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당신이 살았던 날들]을 통해 ‘나의 삶‘을 돌아봅니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았다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내가 존재 했던 이유가 있을까?
- 죽은 자들은 땅과 하늘에 있고, 이곳과 저곳에 있으며, 고인들의 불멸의 영혼은 신과 결합하지만 그들은 오직 우리의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고. (147쪽)
깊이 소화할 능력이 안되어 읽으며 고민만을 거듭했지만 읽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 [당신이 살았던 날들] 추천합니다. 죽음이 탄생의 순간에도 함께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히브리어와 유대인들의 긴 역사와 슬픔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되었습니다. 팬데믹의 시간으로 인해 통제 된 삶에서조차 전화로 그들의 율법과 장례절차를, 기도를 해 나가는 모습에 깊은 슬픔과 애환을 목격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진심이기에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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