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 2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4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4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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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베즈와 쿠포가 결혼을 하고 동네에서 조용히 화목하게 살아가는 성실한 부부로 인정 받던 시절에 태어난 나나가 어느새 네 살이 되고 세탁소를 차리기 위해 빌렸던 돈은 여전히 갚지 못한 채 남아 있었으나 희망이 늘 있어 보이던 이들에게 재앙처럼, 아니 친구라는 이름으로 두 아이와 제르베즈를 버리고 떠났던 랑티에가 스며들며 [목로주점] 2권이 시작 됩니다.

- 그 후 첫번째 토요일, 저녁식사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았던 쿠포는 열시경 랑티에를 데리고 나타났다. 그들은 몽마르트르에 있는 토마네에서 함께 양 다리 고기를 먹고 오는 길이었다. (7쪽)

먹는 입을 줄이고자 첫째 아들을 그림 수집가 노신사에게 딸려 보내고 둘째 아들은 열 살이 조금 넘자 대장장이인 구제의 볼트 공장에서 일을 하도록 시킨 제르베즈가 겉모습만 번지르한 랑티에와 점점 독주에 빠져들고 먹는 것으로 낙을 삼는 남편 쿠포를 부양하는 모습은 예상을 뛰어넘어 경악에 가까웠습니다. 모파상의 [진주목걸이]처럼 허황심에 이끌려 사는 것도 아니고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의 보바리 부인처럼 욕망에 사로잡혀 사는 것도 아닌데 왜 이들은 날로 가난해 지고 궁핍해졌다가 파리의 어둠속에 잠들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어 궁금해졌습니다. 책을 다 읽고 해설을 읽으며 원제 ‘아쏘무아르(L‘Assommoir)‘가 ‘때려눕히다, 머리를 쳐서 죽이다‘라는 의미의 동사 assommer의 명사형 assommoir 으로 도살용 도끼 혹은 곤봉을 뜻한다는 것과 이는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돌발적인 사건‘을 비유한다는 설명에 작가 에밀 졸라의 의도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향락의 공간 ‘주점‘과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7층 공동주택을 오가는 이들의 삶과 죽음이 그려지는 소설 [목로주점]은 평범한 인물, 소박하고 때론 나약하고 폭력적인 동시에 살가운 이들의 민낯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어쩌면 자신의 시대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들을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내뱉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마조마하고 이상한 동거 생활이 경제적 이유로 파탄 나자 다음 목표를 향해 랑티에는 눈을 돌리고 삶이 힘들어질 수록 알콜에 의존하는 쿠포와 그런 남편을 닮아가는 제르베즈의 평탄치 않는 날들로 하루하루가 쓰여진 [목로주점] 2권은 가난하고 힘 없는 이들의 장례식과 장례식 조차 없이 치워진 이들의 이야기로 끝이 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주의 문학의 효시라는 에밀 졸라 대표 작품 [목로주점]을 읽고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해 할 수 없었던 보바리 부인의 행동 어딘가에 놓친 서사가 있는지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르베즈의 아이들이 주인공인 [나나], [제르미날], [인간짐승]을 읽어봐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었습니다.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은 프랑스 문학으로의 마중물 역할을 저에게는 톡톡히 하며 상흔을 남겼습니다. 졸라의 작품을 읽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목로주점]부터 읽어보시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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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주점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3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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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문학의 효시, 에밀 졸라의 대표 걸작, 19세기 프랑스 최초의 베스트셀러 [목로주점]은 다양한 수식어를 달고 있습니다. 에밀 졸라는 후대 사람들이 뭐라 부르든 상관없이 그 당시엔 외설적이라 비난 받았던 [목로주점]의 성공으로 얻은 경제적 여유로움에 기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젊고 빛나는 스물두 살의 제르베즈가 정식으로 결혼은 안했지만 남편으로 여기는 스물여섯 살의 랑티에와 아들인 여덟 살의 클로드, 네 살의 에티엔과 함께 머무는 허름한 봉괴르(선한 마음) 여관에서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창문 밖으로 도살장과 함께 신축 중인 라리부아지에르 병원의 새한얀 건물도 보이고 밤새 들어오지 않은 랑티에를 기다리다 밤을 지샌 제르베즈의 시선에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의 노동자들의 고단한 모습이 마치 제르베즈의 앞날처럼 다가 옵니다. 친척의 유산으로 흥청망철 살던 시절이 빛의 속도로 사라지고 전당포에 옷까지 맡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과 여전히 사치스러운 생활을 놓지 못하는 랑티에와의 골이 깊어 갈수록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불길한 앞날이 예상되곤 합니다. 차라리 제르베즈에게 붙어 돈을 긁어가는 랑티에가 다른 여자와 사라졌을 땐 앓던 이가 빠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평화로운 시간도 잠시 제르베즈를 향한 함석공 쿠포의 절절한 세레나데에 설마설마하는 독자를 저버리고 둘은 시끌벅적한 결혼식을 올리고 이후 에밀 졸라의 또 다른 책 [나나]의 주인공인 ‘나나‘가 둘 사이에 태어납니다. 세탁장의 세탁 일꾼에서 점차 세탁소의 주인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일화들이 펼쳐지는 동안 파리의 골목을 누비는 시선으로 19세기 후반의 시대를 바라보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새벽 다섯 시에 시작 되는 노동자들의 행렬과 파리에 자리잡은 세탁장의 수증기 가득한 모습, 루브르 박물관과 전시 된 작품을 바라보는 책속의 등장인물들의 표현을 빌려 시간을 건너뛰어 넘어 그시절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어 십여년 전 여름휴가 때 잠시 다녀온 파리에서의 추억들도 끄집어 냅니다.

처음엔 왜 책의 제목이 [목로주점]인지 몰랐습니다. 차츰차츰 그 이유가 드러날 때즘 되어 불길한 그림자는 성큼성큼 제르베즈에게 또 쿠포에게 다가 옵니다. 제르베즈가 세탁소를 차리고 신혼 생활을 시작하는 공동주택의 공간들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시절이 저물어 갈 때 점점 희망도 사라져 갑니다. 결코 선한 사람들은 아니어도 서로의 형편을 알고 도우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한면 질투에 눈 멀고 시기심에 거짓말로 타인을 상처입히는 혈연관계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쩌면 부적절한 동거로, 랑티에의 재등장으로, 제르베즈를 짝사랑하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독자들에게 희망고문을 펼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빚으로 온통 칠해진 제르베즈의 생일날 풍경으로 [목로주점] 1권은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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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4-03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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