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현대지성 클래식 43
벤자민 프랭클린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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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업자, 정치가, 외교관, 발명가, 시민사업가, 군인 등 다양한 이력의 사람, 근대 자본주의 정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랭클린의 삶은 성실과 근면, 자기 절제라는 대표적 도덕성의 키워드로 대변된다.

18세기 초 미국 보스턴에서 출생한 프랭클린의 인생에서 배움은 초등학교 2년이 전부다. 거의 무학자라봐도 무방할 정도의 짧은 학력이지만 수많은 독서와 독학으로 글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갖췄고 이를 토대로 인쇄업자로서 큰 성공을 거둔다. 인생의 황혼기에 자신의 아들 '윌리엄 프랭클린'에게 편지 형식으로 남긴 자서전의 1부를 통해 프랭클린의 근면, 성실, 절제라는 도덕적 이상 실현의 참모습을 엿볼 수 있다.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근면함과 성실, 절제, 정직과 같은 덕목의 자기실현이다. 프랭클린은 자신의 삶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가난한 양초 제조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성공한 인쇄업자로 큰 부를 이룬 삶은 이후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근면과 성실, 절제, 정직, 인내, 겸손, 절약, 중용, 질서, 평정과 같은 도덕 덕목이 가지는 가치의 진가를 각인시킨다.

프랭클린은 소위 전형적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었지만 순수한 노력과 자기 통제로 인생을 금수저로 바꾼 입지전적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자서전을 읽노라면 자기의 삶을 철저하게 간수한 프랭클린의 무서운 절제력을 만난다. 가진 것이 없고 배운 것이 없기에 남보다 10배, 100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그것이 부지런한 삶으로 체화되었다.

청교도 전통의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철저한 이신론자였다. 자신의 세속적 성공을 위해 하나님과 친했던 도덕적 인본주의자. 18세기 자연신론의 시대정신 속 자기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고 일구어야 한다는 인식이 프랭클린의 삶 속에 깊이 수놓아졌다. 


게으름과 나태를 경계하며 열심히 일했고, 절제했다. 그리고 드디어 성공 가도에 올랐다. 그러나 프랭클린이 찬사를 받는 이유는 그의 돈벌이가 일신의 행복과 쾌락을 목적으로 삼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업적 성공과 명예는 이웃 돕기와 사회적 공공선의 실현이라는 선의의 목적을 지향했다.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프랭클린의 도덕적 훈계 속에는 공리주의적 지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물질적 욕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1차원적 목적이 아니라 그 자체가 선한 삶의 목적이다. 프랭클린에게 있어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돈 벌기의 끝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사회적 공익의 실현이다.

공공 도서관을 건립하여 시민들의 무지를 깨웠고, 필라델피아 대학을 세워 미국 사회에 지성적 토양을 일궜다. 자신의 주특기인 인쇄업을 통해 신문과 책을 출간함으로써 대중적 계몽을 실천했으며 탁월한 과학적 재능을 도구 삼아 시민 삶의 일상적 불편을 개선하고 해소하는데 앞장섰다. 의회 의원과 외교관으로서 뉴잉글랜드의 이권을 영국 정부로부터 보호하는 데 힘썼고, 군인으로서 뉴잉글랜드에 요새를 건축하고 방어하는 데 힘을 보탰다.

물론 천박한 자본주의자, 극렬한 도덕주의자라는 악의적 비판도 있다. 다양한 관점을 용인하는 관용의 시대이기에 한 인물의 평가가 상이함을 인정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사어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여의주가 아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야지만 용이 될 수 있다. 스스로의 노력과 근면, 성실, 정직, 인내와 같은 덕목의 가치는 빛을 바란지 오래다. 아무리 애쓰고 노력한들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과 같은 장벽에 의해 사회적 신분 상승의 길은 요원하다. 그렇기에 어쩌면 이 책에서 프랭클린이 강조하는 덕목은 한낱 도덕적 이상주의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가 발견한 교훈은 다르다. 도덕과 윤리가 실종된 지금의 세대 속에서 비단 프랭클린이 강조한 덕목은 성공해서 잘 먹고 잘 살라는 동물적 교훈이 아니다. 짐승 같은 약육강식의 시대 속에서 최소한 인간답게 살라는 프랭클린만의 진심이 담긴 레토릭이다. 


그렇기에 인간보다 짐승이 더 많아 보이는 작금의 세상 속에서 프랭클린의 가르침은 빛을 발한다. 자기만의 성공을 위해 이웃의 눈에서 피눈물을 뽑아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비정한 시대 현실 속에서 자신의 성공을 이웃의 공익과 사회적 공공선의 실현으로 승화시킨 프랭클린의 삶은 그 자체로 존경받아 마땅하다.

아메리칸드림의 저변에 깔린 자본주의 정신의 기형적 열매를 굳이 프랭클린의 세계관과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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