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교회사다 : 진리의 재발견 이것이 교회사다 시리즈
라은성 지음 / 페텔(PTL)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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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를 볼 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기록자의 사관이다. 이는 교회사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시중에 교회사를 기술한 책들이 많지만 개혁신학적 관점에서 쓰인 책은 전무하다. 그중에서 前 총신대 역사신학 교수였고 지금은 서울 공릉의 '새롬교회'에서 시무하고 있는 라은성 목사가 완저한 총 4권의 2천 년 교회사 시리즈 '이것이 교회사다'는 개혁교회 목회자가 쓴 교회사 책이다.

책의 각권에는 독특한 부제가 붙는다. 초대교회 교부들의 가르침과 로마제국의 잔인한 핍박을 통해서도 소멸되지 않았던 복음, 진리가 가득했던 시대를 가리켜 '진리의 보고'라고 말한다. 로마 가톨릭에 의한 중세 1000년의 암흑기를 통해 초대교회 진리가 땅속에 묻혀 있었던 중세 교회의 역사는 '묻어둔 진리'의 시대였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게 된 종교개혁의 시대는 그야말로 묻힌 진리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 냄으로써 '진리의 재발견'이 이루어진 시대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방법, 사상으로 진리를 입맛에 맞게 개조한 근현대 교회사는 '가공된 진리'의 시대로 명명된다.

단순히 바꾸는 것은 개혁운동에 그치고 다시금 새로운 모순에 봉착합니다. 하지만 종교개혁은 처음 진리, 본류로의 돌이킴입니다. p8

 

종교개혁은 단순한 개혁 운동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개혁자들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시작한 종교개혁은 진리로의 회귀이며 묻혀진 진리를 다시금 재발견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1517년 10월 31일, 독일의 수도사 '마틴 루터'는 비텐베르크성 교회에 교황 레오 10세의 면죄부 판매에 반하여 95개조 반박문을 붙이며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루터는 자신의 작은 몸짓이 이후 중세 유럽과 전 세계에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변두리 지방 한 무명의 수도사에 의해 당겨진 개혁의 도화선이 온 유럽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종교개혁이라는 거대한 종교적, 사회적, 사상적 해일이 밀어닥친 것이다. 

 

 

프랑스의 종교개혁자이며 평생 스위스에서 목회했던 '존 칼빈'과 스위스 제네바의 선배 종교개혁자 '기욤 파렐'과의 운명적 조우는 감동적인 일화로 회자되어 있다. 1534년 파리 대학교 학장 취임 연설문 사건으로 로마 가톨릭의 지명수배자가 된 칼빈은 슈트라스부르크로 가기 위한 지름길이 막혀서 어쩔 수 없이 제네바를 경유하게 된다. 이제 막 종교개혁을 시작한 제네바의 개혁자 파렐은 불후의 저작 <기독교강요>의 저자 칼빈이 제네바에 와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가 제네바의 종교개혁에 동참하길 부탁한다.

칼빈은 파렐의 간절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몸이 약하기에 휴식을 취하기 원하며 책을 쓰고 연구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개혁 동참을 거절한다. 이때 파렐의 응답이 너무나 유명하다. "그리스도의 종들에게는 죽음 외에는 휴식이 없는 법! 당신이 만일 이 종교개혁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하나님께서 자네의 휴식에 저주를 내리시길 바라네!" 공포스러운 파렐의 독설 앞에 칼빈은 어린아이처럼 울며 개혁에 동참하겠노라고 약속한다.

어디 칼빈뿐이겠는가! 중세의 어두움 속에서 Post Tenebras Lux(어두움 후에 빛)를 믿으며 로마 가톨릭에 의해 화형 당하고 참수당했던 이름 모를 수많은 순교자들의 핏물이 종교개혁이라는 역사의 강물 속에 도도히 흐르고 있다. 진리를 위해서 살았고 진리를 위해서 죽어갔다. 자신이 가진 진리를 잠깐만 부인하고 타협하면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종교개혁자들에게 목숨을 구걸하기 위한 야합은 없다. 복음에 대한 확고한 진리와 믿음을 붙잡고 당당하고 용감하게 화형장의 장작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교회는 교회만이 줄 수 있는 것을 줘야 합니다. p398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한국 교회의 현주소를 진단하며 역사의 바통을 근현대 교회사로 넘긴다. 믿음의 선배들이 목숨을 버리며 지킨 참된 진리를 지금의 조국 교회는 세속주의 속 성공과 맞바꿨다. 수적 성장에 열광하는 교회의 물량화, 대형화, 기업화가 대표적 증상이다. 교회의 참된 정체성은 교회만이 줄 수 있는 것을 줄 때 드러난다. 크고 화려하며 세련되지 않아도 좋다. 거친 뚝배기와 같이 조금은 투박하며 작고 허름해도 복음의 핵심을 담지하면 그만이다. 지성과 심정으로 깨닫는 말씀(진리)에 대한 반응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균형 잡힌 교회의 모습, 이것이 바로 세상 속 진짜 교회의 모습이다. 진리의 재발견은 지금 이 시대에도 절실히 필요한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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