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모데의 일기 - 디모데의 눈으로 본 바울의 3차 전도여행 이야기 이야기 사도행전 시리즈
진 에드워즈 지음, 박상은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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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의 일기들' 시리즈 세 번째 책은 "내 친구 디도가 크레타 섬에서 로마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라는 소식으로 시작된다. 탁월한 이야기꾼 '진 에드워즈'는 디도에게 펜의 바통을 이어받은 디모데의 시각으로 바울의 제3차 전도여행의 전반부를 그린다. 전편들과는 달리 <디모데의 일기>부터는 바울과 함께 직접 전도여행의 현장 안에 있었던 인물이 진짜 자신의 일기를 기록하듯 써 내려간다. 아!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성경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픽션의 요소를 가미한 기독교 소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바울의 3차 전도여행은 1, 2차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 바울은 이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음을 깨닫는다. 이것은 바울로 하여금 새로운 사역의 비전을 실현할 때가 온 것을 의미했다. 자신이 죽고 난 이후 그리스도의 복음이 이방 세계에 편만이 퍼져나가도록 하는 일...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도를 이어갈 자신의 제자를 훈련시키는 일이다.

치밀한 계획 속에서 바울은 자신이 1, 2차 전도여행을 통해 세운 이방 교회들에서 온 소명 받은 여섯 명의 젊은이들을 모은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소아시아 서쪽의 에베소 두란노 서원에서 약 3년의 시간 동안 함께 먹고 자며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훈련시키는 사역을 시작한다. 이들은 루스드라의 디모데, 안디옥의 디도, 더베의 가이오, 데살로니가의 아리스다고와 세군도, 베뢰아의 소바더다. 이후 에베소의 두기고와 드라비모, 골로새의 에바브라 등이 합류한다.

성경을 읽다가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이름의 인물들이 이야기 속에서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찬양하고 말씀을 전하며 형제들과 함께 웃고 울고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는 앳된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이들이 정말 그러했을까는 물론 의문이지만 작가의 문학적, 영적 상상력을 통해 본 이들의 모습은 충분히 그럴만하겠다는 개연성을 갖는다. 진 에드워즈의 은사가 이렇다. 자칫 건조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성경의 진리와 사실을 변개하거나 재미를 위해 짜 맞추지 않으면서도 성경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탁월하다!

 

 

부정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있어.(중략) 누군가를 정죄하는 일은 없어야 해. 자네들에게는 누군가를 나무랄 이유도 없고 누군가에게 화를 낼 이유도 없네. 이루 말할 수 없이 끔찍한 상황이 아닌 한 예수 그리스도의 신자들을 꾸짖지 말게. 교회를 신부로 대우하게.(중략) 자만하지 말게. 늘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게. 경건한 체하지 말고 영적인 체하지 말게. p103~105

 

사도 바울이 에베소에서 여섯 명의 젊은이들을 앉혀놓고 자신의 삶을 통해 가르치는 이 장면은 책의 백미다. 독자로서 2천 년 전 에베소 두란노 서원의 한구석에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 같다. 불붙는 듯한 열정은 있지만 교회의 추천을 받지 못한 청년들은 바울의 제자가 될 수 없었다. 여섯 명의 청년들은 내적 소명과 자신들의 교회로부터의 추천이라는 외적 소명을 받고 선택된 자들이다.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음 전도였던 사도 바울을 멘토로 둘 수 있었던 실로 특권 중의 특권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알듯 향후 이들 거의 대부분이 순교한다. 어느새 독자는 바울과 제자들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관찰자의 관점을 넘어 어느 순간 제7의 제자로서 분하여 바울의 발치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또한 본서는 바울의 3차 전도여행 사역 중 가장 가슴 아픈 사건을 다룬다. 바로 고린도 교회의 분열이다. 나는 아볼로파, 베드로파, 바울파, 그리스도파라고 외치며 교회 내에서 파가 갈라진다. 덧붙여 교회 내 성적으로 부도덕한 일까지 겹친다. 교회의 분열과 타락이라는 고통 속에서 바울은 고린도전서라는 편지를 쓴다. 교회를 향한 바울의 안타까움과 애절함이 묻어난다.

더불어 바울은 사역자로서 자신의 재정관을 밝힌다. 바울은 일종의 자비량 사역인 텐트 메이킹과 교회로부터 생활비를 공급받는 전임 사역 모두를 인정했다. 그러나 바울은 전임 사역자도 아니고 파트 타임 사역자도 아니다. 저자는 책에서 바울을 가리켜 '자투리 사역자'라고 말한다. 바울은 천막 기술자였다. 천막을 고치고 만들어서 자신의 생활비를 스스로 충당했는데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복음을 전했다. 그러나 열매는 전임이나 파트 사역자들의 것과는 비교할 수없이 컸다.

또한 책의 깨알재미는 에베소를 찾은 바울과 빌레몬의 만남이다. 골로새의 양모 상인 빌레몬은 16세 어린 노예 '오네시모'를 바울의 모임에 데려왔다. 겁에 질린 게르만족 야만인 노예 오네시모와 바울의 첫 만남이다. 이후 오네시모는 바울과 다시 한번 만난다. 개인적으로 내 바이블네임의 주인공 오네시모에 관한 이야기를 책에서 만나니 더 반갑다. 픽션이지만 작가가 극적 장치들을 흥미롭게 배치해 놓는 것을 보면 역시 진 에드워즈가 탁월한 이야기꾼임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은 브리스길라의 에필로그로 마친다. 디모데는 네로황제의 살해 위협을 피해 은신해있다. 에베소에는 소요가 일어났고, 디도는 행방불명 되었다. 바울의 대적자인 거짓 율법교사 블라스티니우스가 고린도에 도착했다. 유대 교회와 이방 교회의 분열 조짐이 보인다. 바울의 요청으로 로마로 들어간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는 생명의 위협 앞에 서 있다. <디모데의 일기>는 이렇게 제4권 <브리스길라의 일기>를 예고하며 끝난다. 이야기는 점입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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