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의 일기 - 디도의 눈으로 본 바울의 2차 전도여행 이야기 이야기 사도행전 시리즈
진 에드워즈 지음, 최종훈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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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의 일기들 시리즈의 두 번째 화자는 바울의 동역자 '디도'다. 실라에게 펜의 바통을 이어받은 디도는 바울의 2차 전도여행 기록을 일기로 남긴다. 전편 <실라의 일기>에서 보았듯 1차 전도여행을 통해 바울과 바나바는 갈라디아 지방 네 개의 이방인 교회를 세웠다. 비시디아 안디옥, 이고니온, 루스드라, 더베. <디도의 일기>는 루스드라에서 부터 출발하는 2차 전도여행을 다룬다. 이동거리만 무려 5000Km. 교통과 통신 수단이 전무했던 1세기의 시대적 상황을 감안할 때 거의 살인적인 여행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떠나는 두 번째 여행의 동반자는 전편의 일기를 기록한 실라와 루스드라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젊은이 디모데다.

2차 전도여행은 이동거리와 거점이 되는 이방 교회 개척의 과정과 수만 봐도 1차 때와는 훨씬 규모가 크다. 주요한 이야기의 시작은 소아시아의 서쪽 드로아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고심하던 바울에게 보인 마케도니아 환상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와서 우릴 도와주시오!" 복음의 서진을 알리는 역사적 장면이다.

채찍질을 당해 초주검이 된 상태로 던져진 빌립보 감옥에서의 고난 중 찬양의 장면은 은혜가 깊다. 아덴(아테네)에서 당대 최고의 철학자들인 에피쿠로스, 스토아 철학자들과의 한판 대결은 바울의 탁월하고 예리한 지성의 숨겨진 면모를 보여준다. 마치 스위스 로잔에서 존 칼빈이 펼친 카톨릭 신학자들과의 진검승부의 예고편을 보는 것만 같다. 가는 곳마다 복음을 외쳤고 교회를 세웠다. 고난 중에도 하나님을 향한 신뢰와 순종의 삶은 이어졌다. 부인할 수 없는 복음의 신비가 바울, 그의 몸에 스티그마로 새겨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의 백미는 바울과 실라가 빌립보에서 추방 당해 데살로니가로 가는 에그나티아 도상에서의 이야기다.

 

인간이 마주하는 최대의 위기, 그리고 됨됨이 자체를 점검받는 최고의 시험은 사역이 위태로워지는 순간 찾아온다네. 사역을 지키고 보존하려고 마치 야수처럼 사납게 싸우며 하나님을 찾게 되지. 그러다보면 십자가라든지 버림으로써 얻는 원리라든지, 또 실패에 담긴 하나님의 뜻 따위와 관련된 더없이 기초적인 이해마저 놓치기 십상이지. 힘에는 힘이 없네. 승리는 승리가 아니야. 권력은 권력이 아니고. 힘이니, 승리니, 권력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연약함 가운데 들어 있네. 기꺼이 실패하고자 할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이지. 제 손에 든 걸 완전히 포기할 줄 알 때 힘이 나오는 법이야. 모두 내려놓고 모두 잃어버리고자 할 때 말일세. p120

 

본서는 전편에 이어 성경에는 실명이 기록되지 않았지만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에 의해 탄생된 바울의 최대 빌런, 거짓 율법교사 '블라스티니우스 드라크라크마'가 칼잡이들을 고용해서 바울을 죽이기로 결의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자신의 뒤를 쫓으며 자신이 개척한 교회들을 율법으로 훼파 시키려는 대적의 위협 앞에서 바울은 극심한 영적, 심적 고통을 경험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삶에 블라스티니우스라는 가시를 주신 하나님의 계획을 깨달았을 때 삶과 사역을 바라보는 그의 전 이해의 폭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의 것이 아니다.

 

바울은 살아가며 성공을 거두고자 하는 바람을 하나님 손에 맡겼다. 성공하려는 꿈을 포기한 것이다. "실패자로 살다가 실패자로 죽겠어!"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내려놓음으로써 장차 마주하게 될 모든 일들에서 승리를 거두었던 것이다. p127

 

바울의 자기 부인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리스도 이후로 가장 천재적인 인물이었던 사도 바울을 깨뜨리고 낮추지 않으면 안 되는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이 이렇게 드러났다. 다메섹 도상에서 그의 어두운 지성의 장막을 걷어냈던 하나님의 빛이 에그나티아 도상에서는 그의 영혼에 가리어진 자기 의의 베일을 걷어냈다. 철저하게 실패자로 살겠다고 다짐하는 역설의 외침 속에서 드디어 복음의 꽃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복음이 율법을 견뎌 내지 못한다면 그건 복음이 아니야" 자신이 개척한 모든 교회의 순도를 가늠하는 한마디다. 블라스티니우스라는 늑대탈을 쓴 거짓 율법교사의 마수에 어린 양과 같은 교회의 운명이 던져졌다. <디도의 일기>는 디모데의 에필로그로 마친다. "바울과 바나바의 죽음 이후 실라까지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이 일기를 쓴 디도마저 그레데 섬에서 체포되어 순교했다. 그리고 그 펜의 바통은 나 디모데에게 넘겨졌다"라는 말로 다음 편 <디모데의 일기>를 예고하며 끝난다. 읽을수록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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