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교육의 역사
후스토 곤잘레스 지음, 김태형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교회에서 안수를 받고 목회 사역을 감당하는 목사들의 학문적, 교육적 기원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제법 유익한 책을 만났다. 저자는 감리교 신학 배경의 역사신학자 '후스토 곤잘레스' 교수다. 역사신학자로는 이미 한국에 정평 난 석학이다.

1세기 초대교회부터 20세기 근현대 교회의 신학 교육의 역사를 통전적 관점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책이 가지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신학 교육을 목회자 양성의 좁은 의미와 모든 신자들의 신앙 교육이라는 넓은 의미로 이해의 폭을 넓혔다. 또한 신학 교육의 역사를 통해 현재 교회와 신학교가 당면한 문제를 진단하고 미래적 대안을 제시한다.

서평으로 저자가 제시한 모든 시대 신학 교육의 형태를 상세하게 개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독자 스스로가 직접 읽어보면 이 책의 가치를 실감할 수 있다.

개인적 통찰로 다가온 내용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중세 6~7세기 '카시오도루스'의 <교범서>의 내용이다. 카시오도루스는 교회 지도자들의 학업 과정에 있어서 트리비움(3학)과 콰드리비움(4학)의 개념을 설명했다. 신학(성경)을 공부하기 앞서 예과적인 개념으로 문법, 천문, 수사학을 공부하는 3학 과정을 거치고 이후 논리, 대수학, 기하, 음악의 4학 과정을 통과한 후에야 비로소 신학적 연구와 성경을 공부하는 과정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것은 중세 시대에만 있었던 관행이 아니다. 초대교회뿐 아니라 종교개혁의 시기에서도 발견된다. '마르틴 루터'의 그늘에 가려 일반인들에게는 덜 알려진 개혁자 '필립 멜란히톤'의 글을 보자!

 

누구든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은 그 과업을 돕는 인문학 공부를 통해 반드시 적절하게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p133

 

 

초대교회 '암브로스', '히에로니무스', '아우구스티누스'와 같은 교부들은 성직의 옷을 입기 전 탄탄한 인문학적 지식을 쌓았고, 종교개혁 당시 '루터'나 '칼빈'으로 대표되는 프로테스탄트 개혁자들 또한 그랬다.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는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 지성적 준비를 다했다. 저자는 현대 교회 목회자들이 직면한 문제 중 하나가 '무지의 경전화'라고 말한다. 방대한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근현대 과학 문명의 시대 속에서 나의 분야가 아니기에 알 필요가 없고, 오직 신학과 신앙의 우월성으로 세상의 모든 현상과 문제를 재단하려고 하는 오만함에 대한 일갈이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 분명 교회를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에 다양한 변화의 물결이 시작될 것이다. 다시 찾은 일상의 자유 속에서 표류하는 정신들과 공허한 인생의 문제들이 물음표를 갖고 다가올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교회는 사회로부터 동성애를 비롯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영도하에 이루어지는 다양한 가치들의 수용이라는 무형의 압박에 직면해있다. 절대 진리를 고수하면서 동시에 사회의 현상에 대해 교회의 목소리로 답해야 할 때다. 그리고 마이크는 교회 지도자들인 이 시대의 목회자들에게 쥐어졌다.

 

저자는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미래 목회 현장 속에서 단편적인 사고와 행동 방식만을 가르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말한다. 이 시대의 목회자들에게는 예상하지 못한 환경과 새로운 도전 속에서 확고한 성경적 진리와 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도출해내고 제시해 줄 수 있는 깊은 안목과 혜안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탄탄한 인문학적 지식(리버럴 아트)이 목회자들의 지성 안에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대다수가 문맹이었던 초대교회와 중세 교회 시절 다수의 사제들 또한 무학자들 이었다. 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 성경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사실이다. 성직록을 위해서 목회직이 공공연하게 매매되는 시대가 있었지만 역사적으로 목회자의 길이 요원했던 것은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비롯해 라틴어와 같은 고대어를 섭렵해서 라틴 교부와 헬라 교부들의 저작들을 자유자재로 읽어낼 수 있는 지성적 준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아무나 목회자가 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통해 건져올린 가르침은 철학을 포함한 탄탄한 인문학적 지식, 성경과 건강한 신학적 가르침, 깊은 경건에서 우러나오는 실천적 삶(고결한 인성과 바른 성품)의 강조다! 신학 교육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개관해보는 본서를 통해 현대 교회의 문제와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책을 통해 밝힌 대안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오랜 세월 이미 판이 짜인 상태에서 타성에 젖은 판을 깨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그렇단다. 그러나 신학 교육의 목적이 하나님을 더 잘 알기 위함이고, 우리가 사랑하는 하나님을 더욱 잘 섬기고 높여드리기 위함이기에 판을 깨려는 노력은 교회가 해야 할 당연한 애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