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일상이 예배가 되다
토니 라인키 지음, 오현미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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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시티폰을 기억하시나요? 2천 년대 태생들이 아니라면 기억하고 있을 추억의 물건들이죠. 이후 2G폰을 거쳐 지금의 5G 스마트폰까지 인류의 통신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습니다. 더불어 스마트폰과 함께 우리의 실생활에 깊이 파고들었던 콘텐츠는 단연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라고 볼 수 있죠.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pc 기반 1세대 토종 SNS인 싸이월드를 대신해 스마트폰의 보급과 더불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들입니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21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가 되었네요. 그런데 이 스마트폰은 현대인들에게 동전의 양면과 같이 유용함과 부작용이라는 두 가지 얼굴을 내밉니다. 며칠 전 스마트폰과 기독교 신자들의 일상과 신앙의 문제와의 연관성을 고찰한 아주 독특하고 흥미로운 주제의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스마트폰이 가진 장점과 폐해를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상세하게 고찰합니다. 책을 읽다가 "이 사람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저자의 이력을 유심히 살펴보게 만든 책이었죠. 그만큼 개인적으로 내용과 문체에서 있어서 탁월함을 느꼈을 정도로 글을 맛있게 썼습니다.

책은 '스마트폰이 나를 바꾸는 12가지 방식'이라는 원제에서도 드러나듯이 신자들의 삶과 스마트폰과의 관계를 성경적, 철학적, 인문학적, 과학기술적으로 흥미롭게 설명해 줍니다. 저자는 '테크놀로지 신학'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사용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스마트폰이라는 전지전능하며 무소부재한 신적 존재를 탄생시켰죠. 스마트폰은 지혜롭게 사용한다면 우리의 종이 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우리의 우상이며 신(神)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합니다. 8천 명의 신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73%가 눈만 뜨면 경건의 시간보다는 밤새 나에게 온 카톡과 SNS의 알림 들을 살펴보는 것이 일상의 첫 번째 일정임을 말합니다. 폰의 알람으로 잠을 깨우고 날씨와 그날의 일정을 확인하며 밤새 사건사고, 주가 폭락과 같은 소식을 전달받고 친구가 가족 여행을 가서 SNS에 찍어 올린 맛집 사진을 보며 키득거리며 '좋아요'와 댓글을 답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행하는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이죠.

저자는 폰에 집중할 때 신자의 삶은 참된 것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며 실제 피와 살을 지닌 이웃들의 삶에 무관심하게 된다고 말하죠. 이제 사람들은 몸은 한 공간 안에 있지만 정신과 마음은 전부 폰의 세계 속에서 각자의 관심사를 향해 무한 나래를 펼칩니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군중 속의 고독이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또한 저자는 인정 중독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SNS에 올린 나의 게시물의 '좋아요'와 댓글, 팔로워 숫자의 증감을 보며 누군가에게 인정받고자 갈망하는 인정 중독에 걸린 사람들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의 변덕스러운 지지에 의해 우리의 삶이 지탱되지 않음을 일깨워 주신다. 우리의 삶은 만사에 미치는 하나님의 주권으로 지탱됨"을 말합니다.

 

 

나는 접속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p54

 

저자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 안에는 "혹시 내가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면 어쩌나, 사람들에게 잊히면 어쩌나, 이제 별 볼 일 없는 인물이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내면을 정확히 꿰뚫어 본 통찰이 아닐 수 없네요. 과학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내면의 토양이 가진 비옥함이 없기에 현대인들의 마음은 닻을 잃은 배처럼 안정감 없이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스마트폰에 접속할 때 나의 존재 이유가 생기는 것만큼 불행하고 끔찍스러운 일도 없죠. 자신의 정체성을 하나님 안에서 찾지 못할 때 신자는 전지전능하며 무소부재한 스마트폰과 SNS가 투여해 주는 '좋아요'와 댓글이라는 빨간색 1회분 마약을 게걸스럽게 구하는 삶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께 나가 다른 모든 영광보다도 그분의 영광을 귀하게 여기면, 인간의 인정이라는

소란스러운 쾌감을 버릴 수 있다. 우리 삶의 진정성 여부는 인간의 박수갈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p90~91

 

아직 유아인 둘째 아이가 스마트폰의 액정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확대하고 스크롤을 내리는 모습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도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 단 몇 번의 관찰과 조작으로 완벽하게 스마트폰 유저가 되어버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어떻습니까? 사용자의 클릭과 방문, 시청 시간 등을 데이터화해서 관심도를 분석하여 나의 눈앞에 관련 상품과 사이트 등을 설탕 뿌리듯 뿌려줍니다. 과학기술에 의해 완벽하게 셋업 된 인간 구상을 지켜보며 무서움을 느낍니다. 마치 '조지 오엘'의 소설 <1984> 빅브라더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요.

 

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죠. 얼마 전 10년간 사용했던 페이스북 계정을 탈퇴했습니다. 현재는 서평을 목적으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만 사용하고 있는데요 책 사진을 찍고 서평을 올리면서 퍼거슨 경이 말이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책의 저자는 절제와 고독의 미를 이야기하며 절제를 통한 균형감을 유지할 수 있는 절제 괴물이 되라고 말합니다. 아울러 "나는 인간의 모든 불행이 오직 한 가지 사실, 즉 이들이 자기 방에서 조용히 머물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한 '블레즈 파스칼'의 말을 인용하며 영혼을 채우는 참된 고독의 중요성과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세대의 민낯을 고발합니다.

 

집중력 결여, 현실과의 괴리, 인정 중독, 과학 기술의 인간 지배, 시간 낭비와 같은 화두를 비롯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스마트폰과 SNS의 문제는 신자들에게 무엇을 보고 무엇을 예배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여전히 코로나19의 맹위가 수그러들지 않는 시간 속에서 스마트폰은 분명 신자들에게 있어 훌륭한 비대면 예배의 도구로써 쓰임 받고 있습니다. 신자에게는 무엇을 찍어 올려야 하고 순간을 기록해야만 한다는 강박감 없이 지금 나의 주변 가족과 친구, 이웃을 그 실제와 현존으로 사랑하는 삶이 필요합니다. 스마트폰과 SNS를 우상으로 삼을 것인가, 이웃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예배하는 도구이자 종으로서 삼을 것인가의 선택은 우리에게 던져진 문제인 것이죠!

 

우리는 믿음으로 현재 삶을 누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즉, 삶의 매순간을 '포착해야' 한다는 강박감 없이 그 순간을 즐기는 법을 알아야 한다.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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