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바빙크의 찬송의 제사 - 신앙고백과 성례에 대한 묵상 헤르만 바빙크의 교회를 위한 신학 2
헤르만 바빙크 지음, 박재은 옮김 / 다함(도서출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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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인간의 관계 속에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이제는 제법 시간이 흘러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아득한 기억의 창고 속에서 소환해야만 하는 일이 서글프지만 생각해 보면 화려하고 값비싼 선물, 함께 먹는 맛있는 음식, 함께 찾아가는 멋진 장소도 아닌 것 같습니다. 돌이켜볼 때 사랑하는 연인간의 관계 속에서 빼놓을 수없이 중요한 모습은 바로 서로를 뜨겁게 사랑한다는 진실된 '고백'이 아닐까요? 그런데 얼마 전 이 고백이 연인간의 관계에서뿐 아니라 하나님을 신앙하는 기독교 신자에게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핵심임을 알려주는 책 한 권을 만났는데 화란 개혁주의 신학자요 목회자로서 너무나 저명한 '헤르만 바빙크'의 <찬송의 제사>가 그것입니다.

헤르만 바빙크를 떠올릴 때 개신교, 특별히 개혁주의 신학에 동의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비범한 인물이며 그가 펼친 신학 사상의 방대함과 깊이에 감탄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의 신학 사상이 매우 관념적이고 사변적인 철학 체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쉽사리 접근하는 것이 어렵고 이해에 있어서도 난해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읽었던 <믿음의 확신>을 보며 바빙크의 목양적 관점에서 쓰여진 따뜻한 온기를 이 책 <찬송의 제사>를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결코 사변적이거나 관념적이지 않습니다. 신자라면 누구나 손쉽게 책을 펼쳐들고 깊은 감사와 감격 속에서 바빙크가 말하는 '찬송의 제사'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빙크는 본서 속에 성례와 신앙고백에 대한 묵상을 담았습니다. 개신교 신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바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는 일이죠. 그것은 죄악 속에 있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결코 변치 않고 변개치 않으시는 '은혜 언약'의 토대 위에서 신자가 자신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신앙의 행위입니다. 믿음을 고백하는 신자는 자신의 인생과 삶의 소유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인정하며 삶의 질서를 오직 그분 안에서 재정렬 합니다. 특별히 본서는 그 신앙고백이 개신교 성례라는 특별한 은혜의 방편 안에서 이루어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책의 부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성례와 신앙고백에 대한 묵상, 세례, 입교, 유아세례, 초신자와 같은 믿음의 첫 발을 떼는 이들에게 있어서 기본임과 동시에 핵심을 가르쳐주는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7페이지의 다소 짧은 내용 속에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신앙고백의 근거와 기초, 본질, 내용 등을 균형 있게 담았습니다. 바빙크의 방대한 지적 능력으로 봤을 때 신앙고백과 그에 따른 교리를 이렇게 작은 책 속에 압축시켜 집필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저작이죠. 독자는 먼저 신앙고백을 이해하기 앞서 개신교 신앙고백의 근거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 신앙고백의 근거가 바로 '은혜 언약'안에 있음을 말합니다. 영원한 죽음 속에 던져질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베푸시는 하나님의 한없는 사랑에 기초한 일방통행적 개념의 언약 그 자체가 은혜일 수밖에 없음을 깨달으면 마음속 깊은 곳에 감동이 몰려옵니다. 그리고 이 은혜 언약은 바로 세례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의 영적인 아버지가 되시고 우리가 그분의 양자가 되었다는 가시적 표지와 보증으로 드러나며 이것이 바로 신앙고백의 근거요 기초가 되는 것이죠.

책이 가지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바빙크가 신자 된 어린 자녀들에게 또한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입니다. 책은 분명히 신자의 가정 안에 있는 어린 자녀들 또한 자신의 신앙과 믿음을 고백하는 과정 속에 있어야 함을 역설합니다. 신앙고백의 규칙을 이야기하는 챕터에서 바빙크는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는 반드시 가르침과 훈련을 동시에 포함해야 함을 말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정신과 마음에 동시에 역사하도록 해야 하며, 지성과 행동 모두에 함께 영향을 미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말씀에 대한 가르침은 반드시 진리의 교리에 따라 주의 깊고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진리에 대한 선명한 묘사 없이 감정과 정서만을 고양해서도 안되며 진리에 대한 묘사와 정확한 개념만을 이야기해서도 안된다는 것이죠. 정신과 의지와 앎과 행함, 정서와 감정의 깨우침이 균형을 잡고 함께 가야만 함을 강조하는 내용 속에서 <신앙 감정론>을 통한 '조나단 에드워즈'의 아련한 향기가 느껴집니다. 즉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바른 신앙고백의 규칙은 정확한 진리의 교리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앎과 그것이 실제 삶의 지평 속에 풀어져야만 하는 과제를 모두 포함합니다.

서두에서 연인간의 진실된 고백이 중요함을 말했습니다. 그것은 서로를 향한 거짓 없는 마음과 참된 사랑을 확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요소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신앙하는 믿음은 바르고 참된 신앙고백을 통해서 외적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른다는 로마서의 말씀과 같이 우리 입술의 고백은 우리를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여김 받게 만드는 이 믿음이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참된 것임을 확증해 줍니다.

세례와 입교 등 믿음의 첫 행보를 내딛는 이들에게 있어 본서의 내용은 실로 엑기스만을 뽑아냈다 보아도 과언이 아니리라 여겨집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발견하는 사실은 바빙크가 가르치는 책의 내용이 너무나 보편적이어서 새내기 신자들뿐 아니라 모든 신자들이 들고 읽어야 할 필요성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처음 그리스도를 내 삶의 주인으로 고백하며 세례와 성찬으로 그분을 향한 사랑과 믿음의 고백을 확증했던 그때의 감격적인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신학자요 목회자가 남긴 짤막한 책 한 권의 마지막 뚜껑을 덮으며 나의 냉랭해진 마음의 심지에 다시금 불을 댕겨봅니다. 바빙크는 우리의 신앙고백이 일시적이고 단회적으로 그쳐서는 안됨을 역설합니다. 그리스도를 향한 순결한 사랑과 그분이 사랑했던 이웃에 대한 연민과 애틋함은 매일의 삶 속에서 고백돼야만 하고 이어져야 합니다. 정확하고 바른 교리적 말씀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바른 신자의 전인을 통한 신앙고백은 하나님을 향한 '찬송의 제사'가 되어 이 땅에서 우리의 마지막 호흡이 멈추고 우리의 영혼이 영원에 잇대는 그 순간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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