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와 가톨릭,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그레그 앨리슨 & 크리스 카스탈도 지음, 전광규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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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신자로서 흥미로운 책 한권을 만났다. 제목 그대로 개신교와 가톨릭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책이다. 예전에 주변 지인들로부터 가톨릭하고 우리 개신교는 어떤면에서 차이점이 있는건가요?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몇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대충 주워들은 풍월로 수박 겉 핥기식의 대답만을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 이 책을 읽으며 같은 기독교라고 하지만 개신교와 가톨릭이 어떤 면에서 같고 또 어떤 면에서 다른지에 관한 명쾌한 답변들을 배워갈 수 있었던 유익한 독서의 시간이었다. 두명의 저자 중 한명인 '크리스 카스탈도' 목사는 개신교 목사가 되기 전 가톨릭 교회에서 전임사역자로 일한 바 있기에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의 정확성에 대한 신뢰를 높여준다.

책은 약 180여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그리 많지 않기에 독자들에게 있어서 일단 부담이 없다. 총 7장으로 구성되어 1장에서는 개신교와 가톨릭의 근본 신념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2장에서는 개신교와 가톨릭이 공통적으로 일치하는 10가지 부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3장부터 6장까지는 개신교와 가톨릭의 주요 차이점 9가지를 비교하며 설명하고, 마지막 7장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신교와 가톨릭 모두에게 소망이 있는 이유를 제시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책이 가지는 장점은 일단 개신교와 가톨릭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상호 비교하며 서술하고 있기에 독자로 하여금 각자가 주장하는 성경적이고 교리적인 내용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신교와 가톨릭의 공통점을 말할 때 10가지 부분에서의 공통적인 주제들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바로 기독교 신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교리적 내용들로서 예를들어 신론, 기독론, 성경론, 구원론, 성령론, 인간론과 죄론, 교회론과 종말론 등이다. 신학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적인 신자된 독자들이 내용을 상세하게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저자들이 최대한 신학적이거나 현학적으로 서술하는 것을 피했기에 기본적으로 교회를 성실하게 출석하며 신앙생활을 한 독자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인식을 말하는 기독론에 있어서 개신교와 가톨릭은 모두 삼위일체에 있어서 둘째 위격을 가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성 및 위치를 동일하게 인정한다. 또한 역사적으로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을 부인하는 각종 이단들이 성행한 가운데서도 개신교와 가톨릭은 예수님의 완전한 신성과 인성을 동일하게 옹호하고, 예수님을 성육신하신 신인으로서 두 본성을 소유하시며 하나의 인격을 지니신 분으로서의 전통적 기독론의 바탕 위에서 같은 믿음을 고백한다.

반면 개신교와 가톨릭의 주요 차이점을 이야기하는 챕터에서는 가장 중요한 교리적 차이에 대한 주제들을 상호 비교하며 기술한다. 성경과 전통, 해석에 있어서의 차이점, 하나님의 형상과 죄, 마리아, 교회와 성례, 구원에 대한 상호 다른 견해를 비교함으로서 그동안 서로에 대해 막연히 알고 있었던 얕은 지식들과 때로는 서로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데 있어서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또 적지않은 부분에서 심각한 교리적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배제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는 구원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칭의에 대한 서로의 견해가 다르다는 점이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칭의란 성례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가 성도의 영혼 안에 주입되어짐으로서 그 은혜와 협력하는 성도의 행위가 공로로서 쌓여질 때 하나님이 보시기에 의롭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개신교에서 말하는 칭의란 인간의 행위를 배제하고 단지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의 의를 믿음으로 하나님이 그리스도의 의의 완전함을 통해 예수의 의가 우리에게 전가됨으로서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여져지고 그런 우리를 하나님께서는 의롭다 여기신다고 말한다.

큰 교의적 주제 안에 세부적인 교리들, 예를들어 7성례, 성찬, 연옥, 정경과 외경의 문제, 교회의 권위 등과 같은 주제들 또한 평이하게 비교 설명되어 있기에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들의 이해를 돕는 데 있어서 매우 유용하다. 이 책은 개신교 출판사를 통해 개신교 신학교의 교수와 목사가 저자로 참여하여 쓰여졌다. 그렇기에 이 책이 개신교의 입장을 두둔하는 편향적 관점에서 쓰여졌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들이 매우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술하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책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오히려 "이 사람들 개신교 목회자들 맞아!" 라고 여기며 저자들의 약력을 다시 들춰보게 될 정도로 개신교 입장에서 볼 때 불합리(?)하게 표현된 단어들도 있다. 물론 저자들이 개신교 목회자들이기에 간혹 주관적인 표현들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것 또한 가톨릭의 입장을 비난하거나 깍아내리려는 불순한 의도가 전혀 없음을 문맥을 통해 쉽게 직감할 수 있다.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며 사견이나 주관을 배제한 채 양 진영이 주장하는 교리적 팩트만을 다루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 문체는 매우 부드럽고 젠틀하다. 그렇다고 일부 개신교인들이 걱정하는 애큐메니컬적인 느낌도 없다. 그냥 사실만을 다루었을 뿐이다. 저자들은 마지막 장을 개신교와 가톨릭 모두에게 오직 예수 그리스도라는 소망이 있음을 이야기하며 책을 맺는다. 어쩌면 앞으로도 접촉점을 찾지 못해 계속되는 평행선을 그을 수도 있다. 어떠한 일에서든지 서로에 대해 깊이 이해하지 못한채 상대방에 대해 쓸데없는 적의를 불태우고 대립각을 세우는 것만큼 어리석고 우둔한 일도 없다. 그렇기에 이 책은 서로의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말한다. 책을 통해 무조건적 비난과 비하가 아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종교적 성숙함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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