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펄전 신약설교노트 세계기독교고전 63
찰스 H. 스펄전 지음, 김귀탁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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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스펄전 목사가 자신의 방 안에서 홀로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방에 들어온 그의 아내가 이 모습을 보고 의아하게 여기며 스펄전 목사에게 물었다. "아니 여보! 왜 홀로 앉아 울고 계셔요?" 아내의 물음에 스펄전 목사는 "여보! 오늘은 홀로 기도하는 데 내 마음 안에 주님이 느껴지지 않는구려, 나의 심령이 언제 이렇게 메말랐나 싶어 서글픈 마음이 들어서 눈물이 난다오!"

본서는 19세기 영국의 침례교 목사로서 설교계의 황태자라 불리운 전설적인 설교자 '찰스 해돈 스펄전' 목사가 자신에게 설교의 방법을 알려달라고 간청하는 많은 목회자들을 위해 직접 기록한 신약설교의 모음집이다. 구약과 신약의 설교 모음집을 각권으로 나눠서 엮었고, 이번에 기독교 고전을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CH북스에서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출판되었다.

구약설교노트에 이어 약 130여편의 신약성경을 본문으로 한 그의 설교가 약 700여 페이지라는 어마무시한 분량으로 수록되어 있기에 책의 두께만보아도 독자들의 기가 질릴만하다. 하지만 그 수록된 설교의 내용이나 구성은 책의 두께감이 가지는 그 압박감과는 전혀 다른 깊은 은혜를 간직한 보물상자를 여는 듯한 감격과 기쁨을 선사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쉽고 알찬 구성을 선보인다. 목회자들만이 아닌 일반적인 신자들 누구나가 손쉽게 접하고, 읽을 수 있는 설교 내용의 평이성과 단순 명료함은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며 특징이다. 그러나 본문의 내용이 쉽고 가볍게 이해되기에 저자인 스펄전 목사나 아니면 그의 설교가 캐쥬얼한 미담이나 만담과 같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달리 설교의 황태자라는 별칭이 붙은게 아님은 그의 매편의 설교가 가지는 그 진중한 영적 무게감 때문이다. 헛투로 쓴 이야기도 아니며 알량한 성경 지식 속에서 도출된 이야기들은 더더욱 아니다.

신약의 그리스도에 대한 사도들의 고백과 예수 그리스도 본인의 가르침들이 설교의 본문으로 정해져서 그것을 토대로 정확하고 명료한 대지들을 이루고, 그에 걸맞는 훌륭한 예화와 첨언이 곁들여져서 신자의 이성과 지성, 영혼을 뒤흔들어 놓는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말씀의 힘을 느끼도록 하는데에 있어 부족함이 없다. 또한 이러한 설교들이 설교자의 뛰어난 학문적 결과와 인간적 경험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하면 그 또한 잘못된 주장이다. 서평 서두의 이야기와 같이 자신의 골방에서 기도하는 중 예수님을 느낄 수 없어 눈물 흘리며 흐느낄 정도의 형언할 수 없는 깊은 경건의 능력을 지닌 한 목회자 자신의 전 삶을 통한 존재적 울림의 결과로 쓰여진 설교문이기에 책을 읽고 설교를 듣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자기성찰과 깨달음의 한없는 은혜가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본문 중 어떠한 설교도 쉽게 흘려들을 수 없는 보석같은 내용들이지만 특별히 나의 마음을 쳐서 울린 한 구절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버지여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라는 제목의 누가복음 23장 34절 말씀을 토대로 한 설교의 내용 중 "원수를 용서하기를 거부하고, 심지어는 그분의 용서를 자기를 부인하는 사랑의 행위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자는 누구나 기독교 정신을 말할 권리가 없다." 라는 이 한 문장이 내 마음을 후벼판다.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 미움의 감정을 쌓아놓고,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을 안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스펄전 목사의 설교는 내 영혼에 쓴 약과 같다. 책을 통해 한번씩 이런 쓰디씀을 경험하면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가 살짝 부담되고, 두렵기까지 하다. 그러나 바른 신자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내 심령 안에서 벌어지는 끊임없는 영혼의 struggle을 회피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본서에 실린 스펄전 목사의 설교 한편 한편이 가지는 영적 영향력은 가볍게 볼 수 없으며 신자의 영혼이 하나님 앞에 올바로 서서 자신에게 닥친 삶의 정황들을 정직하게 직면하도록 이끈다.

매 설교마다 예수의 십자가가 드러나야 한다는 어느 목회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본서는 그러한 면에서 온전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원색적 복음이 가감없이 그대로 묻어나는 설교들로 가득하다. 십자가가 빠진 객담과 같은 설교들이 넘쳐나는 현대의 강단 속에서 이와같이 복음의 야성이 꿈틀대는 살아있는 설교와 설교자가 눈물나게 그립다. 한명의 평범한 신자로서 조국 교회를 바라보며 항상 가슴 아파하고 기도하는 것은 세속화되어가는 조국 교회의 현실이다. 이제는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염려하는 시대가 되어버렸으니 이보다 더 가슴 아프고 통탄할 만한 일이 어디있겠는가?

스펄전 목사의 아들 또한 목회자이다. 스펄전 목사가 목사인 그의 아들에게 아래와 같이 편지를 썼다. "아들아! 요즘은 아버지가 영향력 있는 목회자이면 아들 목사를 큰 교회로 추천해서 가도록 도와주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구나! 너무 큰 교회도 말고 너무 작은 교회도 말고 적당한 교회에 가서 마음껏 설교하거라!" 이후 아들이 적당한 교회에 부임했을 때 스펄전 목사는 "아들아! 그곳에서 그리스도를 외치고, 예수를 설교하라!"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대형교회 담임 목회직 세습의 문제 때문에 교계 한편이 시끄럽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스펄전 목사의 일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직 복음, 오직 피발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전 삶을 헌신한 순전하고 고결한 목회자의 그 끓어오르는 열정의 설교는 그의 아들에게까지 이어졌고, 독자는 그의 이러한 참된 복음의 메시지를 본서를 펼쳐들고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곳곳에서 이구동성으로 조국 교회의 앞날이 어둡다고들 말한다. 희망이 없다. 다 끝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찰스 스펄전이 본서를 통해 외치는 원색적 복음의 설교들이 신자 개개인의 삶을 바꾸고, 바뀐 신자의 삶이 가정과 교회, 사회와 국가를 변혁시켜 나갈 때 우리에게는 앞으로 달려나가야 할 길만이 보인다. 이렇듯 믿음의 규칙과 따라야 할 삶의 교훈을 설교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면 그러한 신자는 세상을 얻은 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이 써 내려간 한권의 묵직한 설교노트가 선사하는 깊은 은혜를 맛보기 원하는 신자된 독자들에게 이 책은 더할나위 없는 기쁨과 소망, 행복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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