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펄전 구약설교노트 세계기독교고전 62
찰스 H. 스펄전 지음, 김귀탁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펄전 목사가 어느 날 예배 설교를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남성이 찾아와서 스펄전 목사에게 "목사님! 설교가 정말 은혜로웠습니다. 이런 깊은 은혜의 설교를 준비하시기 위해서 목사님은 몇시간이나 설교 준비를 하시나요?" 라고 질문했다. 이 질문을 받은 스펄전 목사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대답했다. "평생이요!"

본서는 19세기 영국 침례교 목사로서 설교계의 황태자라는 별칭으로 불리웠던 '찰스 해돈 스펄전' 목사의 구약설교를 기록해놓은 저작이다. 총 264편의 신구약 설교를 담아낸 본서는 구약과 신약 두 부분으로 나눠서 스펄전 목사가 현직 목회 현장 속에서 매주일 설교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목회자들을 위해 직접 기록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본서가 시중 기독교 서점에 나와있는 일반적인 설교집이나 설교 예화집과 같은 성격의 저작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설교의 기본적인 골격을 잡아줄 수 있도록 돕는 기능에 충실하기에 단순한 설교집의 성격은 아니다.책의 구성은 정해진 본문을 가지고 본문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서론과 주어진 본문 속에서 몇개의 주요 대지를 뽑아내고, 마지막으로 본문의 설교 내용과 연관이 있는 예화와 사례,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제시하며 설교를 마치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매주 설교를 해야하는 목회자들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설교를 해야할 지에 대한 고민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본서가 가르쳐주는 단순하지만 핵심적인 설교의 얼개를 구성하는 내용들은 분명 적지않은 실제적 도움으로 다가오리라 보여진다. 또한 본서를 통해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점은 매 설교가 평생을 설교와 목양 사역에 헌신한 위대한 하나님의 설교자가 자신의 전 삶을 쏟아부은 영적 고통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설교 한편 한편마다 묻어나오는 스펄전 목사의 잃어버린 영혼에 대한 구령의 열정과 하나님을 향한 그 말할 수 없는 사랑이 읽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치열한 말씀공부와 깊은 영적 고뇌, 열렬한 기도의 삶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이 수 많은 영혼들을 회심으로 이끈 위대한 설교들이 탄생될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어쩌면 서평의 서두에서 꺼낸 실화와 같이 스펄전에게 있어서 설교를 준비하는 일은 단 몇시간, 몇일 만에 이루어지는 단기적 성과물이 아닌 목회자로서 부르심 받은 그 순간부터 설교단에 서기까지의 모든 시간을 아우르는 통합적 삶의 결과물로서 대변되어지는 것이 아닐까?

수록된 모든 설교들 어느 한편 예외없이 깊은 감동과 은혜를 선사했지만 개인적으로 큰 영감과 감동을 받은 설교 중 한편의 내용을 아래에 소개한다.

'인간의 곤경과 하나님의 기회' 라는 신명기 32:36 말씀을 본문으로 한 설교 중 "영혼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완전한 가난 그것뿐이다. 우리가 한 푼이라도 우리 자신의 것이라고 말한다면, 충분히 탕감 받지 못하리라." 라는 설교 말미의 글이다. 이는 거저주셨기에 거저받아 누리는 은혜에 대해서조차도 우리의 의로움으로 받은 것 마냥 여기고 살아가는 인간의 교만과 죄악된 성향에 대한 따끔한 조언이다. 하나라도 더 움켜쥐기 위해서 아등바등 살아가기에 우리의 영혼은 하나님 안에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이 쉼 없는 고통과 고난의 연속을 맛본다. 내려놓을 줄 아는 삶의 지혜와 미덕이 상실 된 시대 속에 나를 포함한 대다수 그리스도인들의 마음 속에 작지만 깊은 여운과 파장으로 다가오는 설교는 그 자체로서 힘이 느껴진다.

또한 본서가 가지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분명 책의 목적이 강단에서 설교 사역을 감당하는 목회자들을 위한 책으로 쓰여졌지만 목회자가 아닌 일반적인 신자들 누구나가 들고 펼쳐 읽기에도 부담이 없는 단순 명료한 내용과 구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물론 각권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압박은 있지만 내용적인 면에 있어서 전문적인 목회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신학적 내용들이 가득한 도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찰스 스펄전 이라는 당대 최고의 설교자가 전하는 메시지를 직강하기 원하는 그리스도인 독자라면 누구나가 쉽게 접하고 이해하며 그 안에서 진리의 정수를 퍼올리고 깊은 은혜를 누릴 수 있기에 적합하다.

존경하는 멘토 목사님께서는 "신학생들과 목회자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공부하고, 열렬히 기도하며 많이 눈물 흘리고 고생할 때 교회의 성도들은 행복하고, 하나님은 기뻐하실 것이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러한 말씀을 상기하며 본서를 펼쳤을 때 느껴지는 그 깊은 감동은 전율이 되어 다가온다. 왜냐하면 본서의 저자 찰스 스펄전 목사가 바로 그러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알고 있기에 그렇다. 평생을 통풍과 우울증이라는 난치병과 싸우며 그 인간적 연약함과 육체적인 곤고함에 눈물흘리면서도 자신을 설교자로 부르신 그 하나님의 엄위하신 부르심 앞에 홀로 설 수 밖에 없었던 스펄전 목사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책을 읽는 내내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육체적 가시를 거두어가시길 간절히 기도했을 때 "네 은혜가 족하다"고 말씀하신 주님의 응답 앞에 자족하며 자신의 달려갈 길을 온전히 완주한 사도 바울과 같이 위대한 하나님의 설교자 스펄전 목사 역시 평생토록 자신의 육체를 괴롭힌 가시를 마치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의 흔적과 같이 간직한 채 자신에게 맡겨진 영혼들에게 귀중한 말씀의 꼴을 먹이는 주님의 진중한 부르심에 응답하며 살다갔다. 한명의 설교자가 주님 앞에서 제대로 훈련받고 그분의 손에 들려져 쓰임받을 때 교회는 행복하게 된다. 세속주의적 사고와 사상이 넘쳐나는 이 혼탁한 세대 속에서 이러한 목회자가 그립다. 책을 덮으며 100여년 전 피를 쏟는 열정으로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오직 순전한 하나님의 말씀만을 전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위대한 설교자의 숨결을 느낀다. 구약 성경 속에서 걷어 올린 그의 깊은 신학적 통찰과 책의 두께만큼 묵직하고 진중한 진리의 정수를 맛보기 원하는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꺼내 읽어라! 책 속에서 스펄전 목사의 설교를 통해 신자의 바른 삶과 나아갈 길을 점검하라 외치시는 성령 하나님의 긴급동의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