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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평점 :
(작성중)
리뷰를 작성하려하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이 책의 글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좋았기 때문에 무얼 하나 콕 찝어서 말하기가 어렵다. 일단 작가인 캐럴라인 냅은 본인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정말로 깊고 분석적이다.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인의 삶을 그리고 그 속에서의 생각과 감정을 꾸밈없이 풀어낸다. 그 풀어낸 이야기는 놀랍게도 나와 같은 면을 보여주고, 나와 같은 생각을 말하고, 내가 평소에 관심이 있고 통찰하고 있는 분야를 다룬다. 첫 챕터인 '홀로'안에 있는 세 단편(겨우 3개..)을 다 읽자마자 이렇게 대단한 작품을 읽게 되었다는 것이 참으로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럴라인은 마치 '나' 같았지만 나보다 더한 경험과 깊은 면이 있었으며 나는 그런 면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캐럴라인의 글은 한 가지 주제에서조차 한 두문장의 인상적인 구절을 꼽는 것이 매우 힘들다. 모든 문장이 짜임새있게 유기적이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그냥 캐럴라인의 글은 한 문장 한 문장씩 읽다가보면 어느샌가 그 세계에 빠져버리게 된다는 것을.. 모든 문장이 제몫을 한다는 것을.. 직접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혼자있는 시간>
16p - 나는 혼자 산다. 내가 모든 가구를 직접 고르고, 모든 그림을 직접 걸고, 모든 잡동사니를 정확히 내가 원하는 위치에 두고 있는 집에서.
17p - 내가 이렇게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는 것은 (중략) 내게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기 때문이다. 고립은 ㅡ고립되고 싶은 충동은ㅡ 두려움과 자기 보호에 관련된 일이다.
20p - 고독은, 내 경험상, 자칫하면 미끄러지는 경사로다. 처음에는 안락하게 느껴지지만, 종종 아무런 경고도 자각도 없이 훨씬 더 어두운 것으로 변신할 수 있는 상태다.
21p - 이것은 자족감으로 가장한 두려움의 목소리, 독립성으로 가장한 고립의 충동이다. // 고독은 외로움이 되고, 외로움은 의기소침이 되고, 의기소침은 무기력과 절망이 된다. 나는 문득 고개를 든다. 이미 나는 고립되어 있다.
23p - 캐럴린 하이브런은 자신의 삶에서 달성하고자 평생 애써온 이상이 "사적인 공간이 충분하되 지속적인 교유가 있는" 상태라고 이야기한다. // 그 적절한 혼합을 발견하는 것은 대단히 사적인 문제다. (중략) 안전하게 자신을 보호하는 상태는 언제 자신을 제약하는 상태로 변할까?
24p - 나는 종종 그 충동에 탐닉하는 것이 과연 건강한 일인지, 아니면 자기 파괴적인 일인지 헷갈린다.
고독을 좋아하고 자처하면서도 이것이 지속되면 어느 순간에 고독은 고립이 되어버린다. 나도 혼자 있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러다 보면 가끔씩 외로워지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시간은 충분히 보장받아야 한다. 개인적인 시간과 타인과 교류하는 시간을 어느 정도 선에서 유지하는 것이 'sweet spot'이 되어 줄지를 생각해 보아야겠다.
<수줍음의 옹호>
28p - 대화 기술 따위는 엿이나 먹으라지. 이제 우리는 대화 대신 인터넷, 이메일, 자동화 기계를 통해서 접촉할 수 있다. 그리고 (놀랍지 않게도) 그 결과 우리는 수줍음을 점점 더 많이 타게 된다.
29p - 나는 늘 남들도 그 사실을 받아들여서 내 수줍음을 나라는 사람의 핵심적이고 변하지 않는 속성으로 이해해주기를 기대했다.
34p - 수줍어서 말이 나오지 않고 떨리는 나를 꺼버리고 상당히 침착한 나를 내세워서 그 뒤에 숨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수줍음과 침착함은 골치 아픈 결합이다. 두 가지가 함께하면 어떤 무표정한 모습, 냉담함으로 해석되기 쉬운 딱딱한 모습이 연출된다.
35p - 수줍음은 오해로 통하는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36p - 내가 그 침묵을 메우는 사람이 되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침묵을 메우는 데는 ㅡ한가한 잡담을 나누든 진심으로 관계를 맺는 대화를 나누든ㅡ 노력이 든다.
39p - 이건 내가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야, 수줍음의 동굴을 나가서 이웃과 어울리려고 애써볼 기회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두려워하는 잡담을 나눠야 한다는 사실과 내가 탐내는 유대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놓고 저울질해보았다. // 내가 훌륭한 일을 해냈다는 것, 두려움과 고독 대신 위험과 친목에 표를 던졌다는 것을 나도 알았다. 그리고 약속한 날이 오자 나는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심한 독감에 걸려서 몸져누웠다. 나는 정말 아팠다. 아무튼 그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ㅋㅋㅋㅠㅠ정말!!!)
나는 본래에 되게 수줍은 사람이다. 뭐, 소심하고 소극적이라기보다는 뭐랄까.. 나만의 수줍어지는 상황과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나는 학창 시절에(그리고 지금까지도) 선생님과 같은 가르침과 보살핌을 주는 존재를 선망하고 아주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선생님들 앞에 서면 수줍음이 워낙 많았던 것 같다. 카카오톡으로는 말은 잘 해도 막상 그 앞에 서면 말이 없어지니까 중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나더러 카카오톡 친구 같다고 말씀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은 내가 선생님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사실 잠깐 싫어하기도 했다ㅋㅋ.) 내가 친구들 부모님 앞에서 조용해지자 친구는 "엄마, 은미 이렇게 조용한 애 아니야."라고 말할 정도다. 내 지금 베스트 프렌드는 나더러 낯만 안 가리면 지금보다 훨씬 더 인기가 많았을 텐데, 이 매력을 본인만 아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자랑인 것 같지만 자랑 맞다.). 사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훨씬 수줍음이 많았다. 발표를 전혀 하지 않아 선생님이 강제로 연습시키려고 방과 후에 남기기도 하였다(아주 지옥이였다.). 그런 걸 생각해 보니 나 나름대로 수줍음을 이겨내려고 많이 노력했고 지금도 수줍음이 있지만 그걸 내가 드러내지 않는 기술을 터득한 것 같다. 발표도 씩씩하게(?) 잘하고 오히려 나서는 게 재밌다고 느끼는 지경이니. 많이 발전한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구나. 하하하. 앞으로도 Get out of your comfort zone >,.< 해야겠다!
<명랑한 은둔자>
40p - 나는 명랑한 은둔자야. 이 말을 다시 들어보라. 산뜻하고 멋지게 들리지 않는가? 만약 누군가가 어제 내게 내 존재를 한 문장으로 설명해보라고 말했다면 나는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았을 것이다. 나는 독신 여성이에요. 서른여덟 살이고, 좀 외톨이처럼 살아요. 이 말이 슬픈 노처녀를 연상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이 내 목소리에 변명의 기미가 어려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휴, 미안해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지금이면 진작 결혼했어야 하는 건데, 하고 말하는 듯이 약간 멋쩍게 어깨를 으쓱했을지도 모른다.
47p - 왜 혼자 지내는가가 아니라 그보다 더 흥미로운 질문으로 바뀐다. 왜 혼자 지내지않는단 말인가? (중략) 중요한 일이건 엉뚱한 일이건 내 생활의 모든 세부 사항을 손수 쓰는 작가다. (중략) 나는 홀로 있는 상태가 그렇게 변덕을 맘껏 발산하도록 해준다는 점이 좋다.
48p - 내 경우,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고독과 고립의 경계선을 잘 유지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 둘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사회적 기술은 근육과도 같아서 위축될 수 있고, 내가 경험한 바로도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처럼 사람과의 접촉을 유지하려고 애쓸 필요가 있다. 타인과의 접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지 않으면, 지극히 간단한 사회적 행동 마저도 ㅡ누구를 만나서 커피를 마신다거나, 외식을 한다거나ㅡ엄청나고 무섭고 피곤한 일철머 보이기 시작한다.
(중략) 고독은 종종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경으로 두고즐길 때 가장 흡족하고 가장 유익하다.
49p - 나는 혼자 있는 걸 늘 대단히 편하게 여겼지만, 그러면서도 그 상태를 만끽할 줄은 잘 몰랐다. 혼자 방에 앉아 있으면서도 초조해지지 않는 것, 연애의 틀 밖에서도 안락과 위로와 인정을 얻을 수 있다고 느끼는 것, 내가 가진 자원만으로도 ㅡ나라는 사람, 내가 하는 선택만으로도ㅡ 고독의 어두운 복도를 끝까지 걸어서 밝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 이런 것은 잘하지 못했다.
나는 시리얼 그릇을 들고 거실로 가서 TV 앞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정말로 명랑하게. 이게 내 집이야. (♥♥♥!!!)
나는 명랑한 은둔자야. 혼자 산다는 것을 이토록 발랄하게 표현해내다니! 앞으로 누가 물어보면 나도 이렇게 대답하리라. "나는 명랑한 은둔자야. 혼자 책읽고 뒹굴뒹굴거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아니? 호호호." (ㅋㅋㅋ)
114p - 이 모임의 사람들은 내가 책을 썼는지 말았는지, 무슨 책을 썼는지, 책이 서점에서 잘 팔리는지 따위를 두고 법석을 피우지 않는다. (중략) 여기에는 놀라운 자유가 있다. 그 덕분에 나는 매일 잠시나마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고, 현재에만 집중하고, 훨씬 더 즐거운 관심사를 두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회를 얻는다.
나를 어떠한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고 그냥 내 모습 자체를 좋아해주는 사람. 참 좋은 관계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가지고 있는 요소들도 나의 모습에 해당되고 안볼래야 안 볼 수 없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사실 이 사람을 잘 모르더라도 그냥 함께 있는 것 자체로 좋으니까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런 관계도 참 좋은 것 같다.
<음식이 적이 될 때>
165p - 걸어서 퇴근하면서 룸메이ㅡ들이 ㅡ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친구들이었다ㅡ 집에 없기를 기도했다. (ㅋㅋㅋ아ㅠㅠ나도 호주에서 그랬었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구!!!)
166p - 그들은 또 다른 친구에게 중국 음식을 사오라고 내보낸 동안 식탁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다들 웃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니까 잠시 못 견디게 부러웠다. 그것은 정말 느긋하고 정상적인 풍경이었고, 나는 그것으로부터 너무 떨어져 있었다.
167p - 그러나 나는 친구들에게 합류하지 않았다. (중략) 그런 순간에 나는 내가 외롭다는 사실, 내 삶이 엉망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알아도 어쩔 수가 없었다.
176p - 굶을 힘이 있는 사람에게는 바뀔 힘도 있다.
굶을 힘으로 굶지말고!! 기필코 바뀌어야지!!
198p - 나는 아직도 어리다. 내 삶을 타인과 공유할 것인가 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고사하고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하는 결정을 내리기에도 어리다고 느낀다. //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기인 건 맞지만, 모든 것이 가능한 시기이기도 하다고.
212p - 진실은 무릇 무척 단순하지만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이죠.
239p - 한마디로, 여자로 자랄 때는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부담은 허리가 휘도록 지면서도 매력적인 데 따르는 즐거움은 거의 누리지 못한다.
256p -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간직하고 어떤 방식으로 간직하는가 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그들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외적인 측명ㄴ과 내적인 측면에서 자기 삶을 어떻게 조직하는가를 보여주는 작은 증거다. 누군가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가 쌓아둔 물건들을 살펴보라.
262p - 우리는 늙고 아픈 사람들을(그리고 대체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머릿속에서 훨씬 더 쉽게 지워버린다.
(중략) 그리고 솔직히 병에 걸려 죽어가는 과정에 공감하기란 워낙 괴롭고 어려운 일이라서ㅡ상상력을 한껏 발휘하지 않고는 그런 경험을 추체험하기 어렵다ㅡ (생략).
269p - 내게 혼돈과 무질서는 인간의 삶과 인간관계에 따르기 마련인 요소라는 사실을 설득시켜줄 사람, (중략) 모든 걸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려!
히히히
<집의 개념을 다시 만들기>
270p- 문득 자신이 이 세상에 홀로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만약 보금자리처럼 느껴지는 공간이 있다면 살아가기가 한결 안전하고 즐거우리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당신은 집꾸미기에 착수한다. 우선, 당신은 예산을 확보한다. 7개월 만에 잔고를 확인해보고 깨닫는다. 젠장! 내가 가진 돈은 커피 여과지를 가까스로 살 수 있을 정도인데, 어떻게 집 꾸미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사는 걸 정당화할 수 있지? 이런 건전하지 못한 생각은 당장 머릿속에서 추방하라. 패배적이고, 집 꾸미기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일 뿐이다.
게다가, 모름지기 성공적인 집 꾸미기란 금전적 고려가 아니라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인식하는 데 달린 법이다.
(중략) 아무튼, 당신이 가까스로 구입할 여력이 되는 아름다운 물건이 많은 곳으로 가서 그 자기 이해와 욕구 평가를 실시하도록 하라.
272p - 세심하게 배치된 장식품들과 수집물들과 의미 있는 잡동사니들이 가득한 집에 앉아 있으면 얼마나 아늑할지 상상하라. 집을 보금자리로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얻기 힘든 즐거움인지 생각해보라.
275p - 집 꾸미기는 (중략) 외로움을 견뎌보겠다고 마음먹는 일, 고독 속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법을 익혀보겠다고 마음먹는 일과도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하라. 그렇게 생각하면서, "뉴욕 타임스" 십자말풀이를 쥐고 편히 앉아서 스스로에게 축하의 순간을 맛보도록 허락하라.
흑.. 이런 말을 해줘서 고마워요 캐럴라인.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이 여기 있었네. 상상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 것인 줄은 몰랐다. 집을 꾸미는 절차(물품 구매, 운반, 조립, 배치하는 과정)를 주르륵 읽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내가 자취하고 싶다고, 자취해서 직접 인테리어도 하고 그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하면 다들 나더러 돈을 못모을 거라며 부정적인 말뿐이였다(ㅠㅠ). 그런데 이렇게 캐럴라인 냅 언니가 적극적으로 마음껏 집을 꾸미라고 말해주니 어쩌면 사치스럽지만 그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 뭐라하든 내 행복은 내가 지킨다!(?)
288p - "평범해지는 건 즐거운 일이더라고요." 그는 말했다. "실수할 수 있는 인간, 복잡한 감정과 흠과 결함을 갖고 있는 인간이 되어도 된다는 게 얼마나 안도감을 주는지 몰라요."
289p - 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이상에 견주어 측정하면서 살다 보면, (중략) 편안함과 즐거움과 재미를 잊게 되고, (중략) 현재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감각을 잃게 된다. (중략) 늘 다음에 통과할 후프를, 다음에 뛰어넘을 허들을, 다음에 우승할 시험을 기다리면서 살게 된다. //
네 사람이 모여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조와 제이크와 킴벌리에게 야유하고, 음식과 우정과 웃음이라는 동지애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 속으로 느긋하게 빠져들어 두어 시간을 보내는 저녁. 특별할 것이라곤 전혀 없는 시간이었지만, 어느 순간에 나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세 사람을 바라보면서 나 같은 인간에게는 드문 감정인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모두 그 방안에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저 내가 그것들을 알아보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발버둥 칠 필요도, 시험을 통과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평범한 안락과 기쁨이었다.
평범한 행복은 평범하기에 쉬이 간과하게 되는 것 같다. 항상 큰 행복을 추구하고 쫓지만 그 이전에 평범하고 사소한 행복이 일상 전반에 존재해야 내 삶이 행복하다. 평범한 행복을 놓치지 않도록.
299p - 행복이 외부적인 것에서 오리라는 환상(흠,,), 내 바깥의 무언가가ㅡ새 직장, 새 관계, 새 장소가ㅡ 내 안의 구멍을 채워줌으로써 나 스스로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듯한 오나전함의 감각을 제공해주리라는 환상이다.
300p - 워낙 단골이어서 내가 들어서기만 해도 내가 피우는 담배를 집어주는 편의점, 내가 매일 아침 들러서 커피와 스콘을 사는 빵집, 그런 사소한 반복이 주는 편안한 익숙함. //
내 일은 보스턴에 있다. 언니와 오빠도, 이제 가족 못지않게 중요해진 절친한 친구들도 여기 있다. 내 심리상담사도, 내 역사도 여기 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은 물론 알지만 흠... 아직 잘 모르겠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스펙타클 재밌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헤헤. 반복되고 지겨운 건 딱 질색이야!
306p - 그때 나는 어떤 옷을 입어야 좋을지 한참 고뇌했다. 어떤 모습을 보여준다지? (중략) 그 일 이후로 나는 어떤 사람의 옷장 내용물이 그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얽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307p - 자연스러운 자신감과 멋을 보이고 싶다. // 이것은 내면과 외면을 일치시키려는 시도라고, 두 가지가 발맞추어 가도록 하려는 시도라고, 이것은 평생에 걸치는 과정이다.
나도 옷 좀 사야겠다. 살이 찌면 옷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 어차피 예쁜 옷을 입어도 안예쁘니까(흑흑). 그래도 이제 어엿한 으른으로 사회에 나가야하니 슬슬 신경 좀 써볼까 한다! 내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옷들로 잘 골라봐야지.
318p - 내가 어려서부터 스스로 느꼈던 대로 부족한 존재라는 사실이 들통날 거라고 생각했다. (중략) 저 손님은 나보다 나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미용사와의 관계도 더 오래되고 풍성한 것이 분명했다.
냅 언니 기죽지마라!!!!! 당신은 누구보다도 더 멋진 사람이라구!!!!! 당신과 나와의 관계는 이미 풍성하다 못해 넘쳐 흐른다구!!!!! 아무도 당신을 작게 보지 않아ㅠ. 걱정말고 자신감 가지기! (나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
<분노 표현의 기술>
322p - 하지만 분노가 유한한 것이라거나 하물며 정복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버린 지 오래다. (중략) 살다 보면 이따금 우리의 분노를 자극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마련이다. (중략) 해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재료이지만 레시피에서 아예 빼버릴 수는 없다.
323p - 가장 중요한 요령은, 분노를 표현하는 것과 참는 것의 상대적 비용을 저울질함으로써 언제 싸울지를 잘 고르는 것이다.
325p - 화내는 것이 효과가 있으려면ㅡ어느 쪽에게든 생산적이거나 유익하려면ㅡ 관련된 두 사람이 기본적으로 서로 신뢰해야 한다. 두 사람 모두 괴로운 시기를 견뎌보겠다고 생각할 만큼 그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 이상한 일이지만, 분노라는 동전의 뒷면은 친밀함일 때가 많다.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겁나면서도 때로 가치 있는 일인 것은 그 때문이리라.
분노한다는 것은 내가 그 사람을 그만큼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아무런 존재도 아닌 사람에게 분노하면서 감정낭비하고 싶지 않아!
<내 인생을 바꾼 두갈래근>
339p - 팔은 내가 내 몸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기쁘게 여기는 유일한 부위다.
물론, 이것은 이 자체로 승리의 선언이다. 여성이 자신의 몸과 맺는 관계는 폭풍우와 싸움과 가차 없는 자기 검열일 때가 너무 많으니까 말이다.
(중략) 나는 깡말랐고, 굴뚝새처럼 가냘팠고, 윤곽선에 지나지 않는 몸이었지만, 그럼에도 망상에 사로잡힌 내 정신의 일부는 스스로 최고로 강하고 의지가 굳다고 느꼈으며, (중략) 그 모습에 내 마음은 어두운 기쁨으로, 무언가를 잘 장악하고 있다는 왜곡된 감각으로 차올랐다.
(중략) 그리고 결국 그 느낌이 내게 주는 쥐꼬리만 한 자부심에 의지하여 산다는 것은 크래커로 연명하는 것만큼이나 지속적이지 못한 일이었다.
343p - 내가 내 팔에서 느끼는 만족은 전적으로 사적인 것이고, 이 점이 그 만족감을 특히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몸매에 관한 외부의 명령이 아니라 나 자신의 열정과 어떤 일을 할 줄 아는 능력들에서 비롯한 미적 기쁨, 안에서 나와 밖으로 드러난 아름다움. 날개가 된 나의 팔, 이것이 바로 해방의 정의라고, 나는 믿는다.
이렇게 해방으로 끝나는 이 책!!!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ㅠㅠㅠ!!! 식이장애와 관련한 내용은 이 책이 아닌 캐럴라인 냅의 <욕구들>에서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고 다루고자 한다. 정말 기대가 되는군요?
분량이 좀 길어질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장황하게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도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많아 내 생각을 제대로 나타냈는지는 모르겠으나 '캐럴라인 냅 = 나' 라고 무방할 정도(?)이니 그녀의 글을 필사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한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