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는 간호학과 4학년, 어딘가 모르게 머리가 비어있다는 느낌을 무의식중에 받고있는듯하였다. 그러다 우연히 오랜만에 책을 읽게 되었는데, 잘 쓰인 글을 읽고 생각을 하니까 머리가 번쩍 깨는 느낌! 단순히 보는 유튜브나 영화랑은 다르다. 공부하는 것과도 다르다. 생각하는 과정이 나에게 살아있는 느낌을 주었고, 오랜만에 읽는 흥미로운 내용의 소설은 내가 책장을 넘기는 것을 멈출 수 없게 하였다. 


 네이버 블로그를 다시 시작할까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여느 때와 같이 알라딘에서 읽을 책을 주문하면서 알라딘 서재를 알게 되었다. 알라딘 서재에서는 내가 구매한 책을 한눈에 볼 수도 있고(물론 비공이라 나만 보임), 책 리뷰를 적을 때 책을 불러올 수 있다. 내가 굳이 책 사진을 찍지 않아도, 책 표지가 보이고 저자를 알 수 있고 들어가서 다른 사람의 리뷰도 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책은 읽고 나면 그 감동이 정말 좋은데 많은 책을 읽으면 감동만 남을 뿐, 구체적인 내용과 내가 느꼈던 생각들은 쉽게 잊히곤 한다. 그러다가 책 추천을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찾아보았는데 그 블로거가 읽는 책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놓는 걸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분이 언제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을 느꼈는지 적혀있었고 평점까지 매겨져있어 이를 토대로 본인의 베스트 책을 추천하시는 것이다. 와 짱이다. 그래서 나도 따라 하기로 마음먹었다! 엑셀파일에 정리(읽은 연월, 작가, 책 제목, 읽게 된 계기, 한 줄 평, 별점 등)도 하고 될 수 있으면 리뷰까지 이 서재에 남길 생각이다.


 또 책의 리뷰를 쓰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는데 나는 엄청난 금붕어 기억력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는 '와, 저자는 이런 생각을 했어? 기발하다! 이건 참 도움이 많이 되겠다!' 하는 생각도 들고 혹은 주인공의 삶을 보며 '내가 이 주인공이라면 이런 마음이 들겠다..' 하며 나의 삶도 되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책을 읽은지 고작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리뷰를 쓰려니 물론 다 까먹은 건 아니지만서도, 책을 읽는 그 순간순간의 오만가지 생각과 오만가지 감정 중 고작 한 줌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해서 또 발견한 것이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하는 것!!! 나는 항상 책은 소중하니까 깨끗하게 보존한다는 마음이였는데, 아까워서 자그마한 포스트잇 정도만 붙여놨었는데, 아예 글 옆에 내 생각도 적고 밑줄도 긋고 하는 것이 아주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 진작에 그럴껄,, 왜 몰랐지?)


 책을 읽고 기록을 하지 않는 것은 여행을 가서 사진을 안 찍는 것과 같다는 걸 알았다. 여행가서는 기필코 사진으로 남기고 추억이 되길 희망하면서 왜 지금까지 책을 읽고는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단 말인가? 얼마 전 호주에서 찍은 사진들을 다시 봤는데 그 시절의 사진이 나를 아주 잠깐 호주에 보내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풍경들과 나의 마음, 감정을 아주 생생하게 다시 느끼게 되었다. 아, 책을 읽고도 꼬박꼬박 기록을 해야겠다!


 내가 가끔씩 하는 생각들은 지금까지 여기저기에 방치되어 있었다.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두기도 하고 노트북 메모장에 적기도 했지만.. 그곳에서 두서 없이 적은 글은 언제라도 정리되지 않았고 흩어져있어 한눈에 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어쩌다 알게 된 이곳은 네이버 블로그보다도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고 이곳이 내 방치된 생각들을 모셔두기에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나 혼자 생각하고 기록해보는 것이 일단은 주 목적인지라,, 네이버 블로그보단 이곳이라면 남들에게 쉬이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아 마음에 든다. 블로그 이웃도 아무도 없고 정말 나만의 공간! :) 물론 알라딘 책 리뷰에는 뜨겠지만..?ㅎㅎ 내가 쓴 글을 누군가 공유하고 싶을 때는 어딘가에 링크를 걸어놓으면 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네이버 블로그보다 레이아웃? 양식?이 짧게 글을 쓰기에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네이버의 게시글보단 알라딘은 정말 이름 그대로 페이퍼를 간단하게 적는 느낌이라 좋다. 그리고 나는 컴맹이라 새로 배열하는 거 이런 것도 잘 모르는데 알라딘 서재는 이 자체로 마음에 들었다.) 아무튼 그냥 어찌어찌 하다 보니 마음에 들어 이렇게 서재를 열게 되었다.

 

 단순한 책 리뷰에서 시작한 서재인데 리뷰를 쓰다 보니 내 이야기를 하게 되기도 하고 문득 드는 생각들을 글로 써보게도 된다. 이렇게 블로그처럼 운영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사실 말만 서재고 일종의 블로그인 건 맞다). 서재에는 읽을 책도 꽂혀있지만 일기도 꽂혀있을 수도 있고 공부하는 책들도 꽂혀있을 수 있으니까, 나의 여러 가지를 꽂아놓을 테니 점점 다채로운 서재가 되길 바란다!


 +) 책은 언제나 자길 읽어달라며 꼬릴 흔드는 강아지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길을 주든 안 주든 항상 날 바라보며 원하고 있는 것 같아 포근한 느낌이 든다. 마음에 위로가 되는 반려견과도 같아서 반려도서, 반려서재라 하였다. 모두들 환영합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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