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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평점 :
이 소설은 온갖 좋지 않은 일들을 겪고 상심한 노라가 죽기로 결심한 후, 삶과 죽음에 경계에 있는 미지의 세계(?)인 도서관에 가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는 스스로 인생(책)을 골라 살아볼 수 있는데, 주인공 노라가 지금까지 살면서 후회한 선택들을 생각해 보고 해보지 못한 일들을 경험하며 그 과정 속에서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이다! 크,, 일단 판타지적인 전개가 너무 기대가 되었던 책인데, 판타지적 요소뿐만 아니라 삶과 인생에 대한 고찰을 여러 각도로 할 수 있어서 정말 정말 좋았다!!!
일단은 갑분 결혼에 대한, 너무 공감가서 인상 깊었던 구절!
<후회의 책>을 계속 멍하니 바라보며 노라는 부모님이 서로를 사랑한 적이 있는지, 아니면 그저 결혼 적령기가 되자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하고 결혼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음악이 멈출 때 가장 옆에 있는 사람을 붙잡는 게임처럼. - P58
: 사랑은 너무 타이밍이다ㅎ.. 타이밍이 맞는 것도 인연이겠지만 그렇다고 음악이 멈출 때 그냥 옆에 있는 사람을 붙잡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인간 관계..
애쉬는 SNS를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가 외로워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다들 서로 미워하는 것 같더군요." 애쉬가 말했다. "어설프게 알기만 하는 친구들로 과부하 상태라서요. 던바의 수라고 들어본 적 있습니까?"
옥스퍼드 대학의 로빈 던바가 알아낸 법칙인데 인간은 150명의 사람만 알고 지내도록 만들어졌다는 이론이다. - P185
노라는 인간관계에 세 가지 침묵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이 화가 났다는 걸 수동적으로 드러내는 침묵이 있고, ‘우린 더는 대화가 통하지 않아‘라는 침묵도 있고, 마지막으로 에두아르도와 노라가 키워온 듯한 침묵, 말하지 않아도 편안한 침묵이 있다. 그저 함께 있고, 함께 존재하는 침묵이었다. 자기 자신과 기꺼이 침묵할 수 있는 것처럼.- P299
나는 고독만큼 함께하기 좋은 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 -P185
: 난 SNS(인스타그램) 중독자다ㅎ. 처음엔 한두 개 올리던 것이 일기를 쓰게 되면서 매일 쓰게 되었고, 일기는 접었지만 지금은 또 스토리라는 기능이 또 생겨서 아무 때나 막 올리기 쉽다. 재밌는 건 좋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것 같아서 줄이고는 있다. Anyway, 여기서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닌데! 요즘 생각하는 것은 인스타그램에 나랑 별로 안 친한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ㅎ. 적당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랑 소식을 주고받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 보면 과해 지기 십상이고 무의미한 관계만 느는 것 같다. :(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을 꼽자면 일단 편한 사람이다! 나는 낯을 많이 가려서 초면인 사람은 조금 불편한데, 조금 많이 마주치고 만나고 이야기하다가 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을 여는 것 같다. 왜 그렇게 마음을 꽁꽁 싸매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편한 사람이 좋다. 그리고 불현듯 침묵이 찾아와도 이미 마음이 통하고 있어서 침묵도 괜찮은 사람이 좋다. :)
물론 가장 친한 친구는 나 자신이다! 나 혼자가 제일 편해! 정말 고독만큼 함께하기 좋은 친구가 없다는 것이 공감이 많이 갔다.
인생에서 흔히 하는 착각
"노라. 네 원래 삶에서 볼테르는 다른 어떤 생에서보다 오래 살았어. (중략) 처음 몇 년간 볼테르가 고생하기는 했어도 넌 볼테르에게 최고의 삶을 선물해줬어. 볼테르에게는 그보다 훨씬 더 힘든 삶도 많이 있단다." -P98
이 세상에는 댄처럼 실제로 이루고 나면 싫어하게 될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한 행복이라고 착각하는 자신의 망상 속으로 타인을 밀어넣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P113
하지만 슬픔이 없는 삶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예요. 슬픔은 본질적으로 해복의 일부라는 사실도요.(중략) 하지만 영원히 순수한 행복에만 머물 수 있는 삶은 없어요.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삶이 더 불행하게 느껴질 뿐이죠." - P258
: '내가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건 착각이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났을 수도 있다.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 사실 그건 가장 잘한 것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내가 항상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오며 바라왔던 꿈, 그 꿈을 이루면 과연 행복할까? 그 꿈을 이루면 본인이 생각했던 기쁨을 100% 느낄 수 있을까? 그것도 알 수 없다. 모든 것은 살아봐야 안다. 그러니 후회를 할 필요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어떤 인생에도 슬픔이 없지는 않다. 사람마다 정도만 다를 뿐. 그냥 내 선택을 믿고 경험하고 느끼고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수밖에. 나도 지나간 삶에 후회하고 다른 선택지를 자꾸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결론은 제자리다. 생각은 끝도 없고 어디에도 답은 없다. 답은 지금 내 인생에 있다.
나 한 사람으로 살아가면 된다.
이 삶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지만 노라는 다른 것들, 다른 삶, 다른 가능성을 갈망했다. - P301
마침내 노라는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게 되었다.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전해지는 귓속말처럼 이젠 자신의 이름마저 아무 의미 없는 소음처럼 들렸다. -P308
그 외의 백만 가지 사람이 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놓쳤을지 몰라도 노라는 어떤 면에서 여전히 그런 사람이었다. 그들은 모두 그녀였다. 그녀는 그 모든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었고, 한때는 그 사실이 우울하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자극이 되었다. 왜냐하면 잊는 마음 먹고 노력하면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P381
우리는 그저 눈을 감은 채 앞에 있는 와인을 음미하고, 연주되는 음악을 듣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다른 삶에서처럼 온전히 그리고 완전히 살아 있으며, 동일한 범주의 감정에 접근할 수 있다.
우리는 한 사람이기만 하면 된다. 한 존재만 느끼면 된다. - P392
: 나는 나로 살아가는 것이 좋다. 물론 다른 사람의 좋은 점, 잘난 점이 부럽기는 하다. 내가 어느 구석이 특출나거나 잘나게 태어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20년 넘게 나는 나로 살아와서 나에 대한 그리고 내 인생에 애정이 있다. 다른 잘나가는 사람, 부자인 사람이 되어도 순간은 좋겠지만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나라는 존재로써 누릴 수 있는 모든 삶을 누리고, 이룰 수 있는 모든 삶을 이룰 거야!
내 안에도 불이 있다.
그녀 안에는 불이 있었다.
이 불이 그녀를 따뜻하게 해줄지 혹은 무너뜨릴지 그녀는 궁금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불에는 아무런 동기가 없었다.
오직 그녀에게만 있었다.
힘은 그녀의 것이었다.- P236
: 내가 매일 생각하는 표현이랑 같은 표현이 여기에도 적혀있었다. 내 안에 불이 너무 뜨거워서 나를 타버리게 한 적도 있다. 그래서 무서워서 다시는 불을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이 필요할 때라는 것을 알기에 다시 조심스럽게 불을 피워보고자 한다. 이번에는 나를 따뜻하게 해주기를.
이 책을 이런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본인 인생에 후회가 되는 점이 있거나 다른 선택지에 대한 미련이 있는 사람에게. 아마 인생에서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소중한 한 사람으로서 본인의 값진 인생을 살아나갔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