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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평이 참 좋아서 읽게 되었다. 읽기 전부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읽기 시작한 터라, 초반에는 주제는 신선하지만 조금은 유치하고(사실 청소년 문학이라 그런면이 있는 것 같다. 청소년에게는 정말 적합한 베스트 도서!) 진부하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 더 읽다 보니 공감 가는 내용도 많고 스토리도 꽤 좋았다. 선천적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데도 갖은 노력을 하는 윤재의 모습이 너무 멋졌고, 곤이가 그동안 자라면서 느꼈을 감정을 생각하니 그 안타까운 태도마저도 이해할 수 있었다. 덧없는 인생.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성장소설이 주는 특유의 뭉클함이 담겨 있어 어린이/청소년에게 강추했지만 어른이 읽어도 꽤 괜찮다! 청소년 문학이라 그런지 쉽게 쓰여있어 편한 마음으로 후루룩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요즘 나도 무감동의 인생에서 살고 있다. 크게 힘든 것도 없고 슬픈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행복한 일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 꾸역꾸역 졸업을 위해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 이렇게 무미건조할까? 하고 생각해보면 일단은 학점을 잘 받고 싶은 욕심이 없기 때문에 내 안에 열정이 없고 그래서 더욱 일상이 지루한 것처럼 느껴진다. 열정으로 먹고사는 사람인데ㅋㅋ. 또 다른 이유로 생각해 보자면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일종의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깊은 슬픔에 빠지지 않기 위해 행복도 느끼지 않는 것을 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무감동을 유지하면 적어도 슬프고 괴롭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서 무감동으로 사는 것도 나름 편하다. 그냥 내 인생에서 잔잔할 때도 있는 거다.
지금 내 안에 열정이 있다면 오로지 책을 읽는 데에 있을 것이다. 책을 읽을 때만큼은 반복되는 일상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경험할 수 있고 내 안에 여러 가지 감정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ㅋㅋ언제는 무감동이 편하다면서ㅎ 나도 내 마음을 모른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책 읽을 때 만큼은 행복하다는 것. :) 잔잔하게 행복해야지!
책의 내용들..
43p - "하지만 인생이 할퀴고 간 자국들을 엄마는 차마 글로 쓸수가 없다고 했다. 자신의 삶을 팔아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다고, 그건 작가의 깜냥이 아닌 거라고 했다."
231p (작가의 말) - "한때는 내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라난 것이 작가가 될 깜냥이 못 되는 거라 생각해 부끄러웠던 시절도 있다. 세월을 거치면서 그 생각은 바뀌었다. 평탄한 성장기 속에서 받는 응원과 사랑, 무조건적인 지지가 몹시 드물고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결론은 인생의 풍파를 겪고 그러한 본인의 삶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깜냥이 있는 거네? 나는 깜냥이 있을까? 나도 깜냥 없는 것 같다ㅠ.
45p - "책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순식간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의 고백을 들려주었고 관찰할 수 없는 자의 인생을 보게 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 겪어 보지 못한 사건들이 비밀스럽게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그건 텔레비전이나 영화와는 애초에 달랐다. // "책에는 빈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가 앉거나 걷거나 내 생각을 적을 수도 있다."
118p - "책방은 수천수만 명의 작가가 산 사람, 죽은 사람 구분 없잉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진 죽어 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 낸다.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내가 책에게 느끼는 감정을 너무나도 잘 담아냈다. 나도 이러한 이유로 책이 너무 좋다ㅎ.
81p - "평범하다는 건 까다로운 단어다. 모두들 '평범'이라는 말을 하찮게 여기고 쉽게 입에 올리지만 거기에 담긴 평탄함을 충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152p - "세상이 잔인한 곳이기 때문에 더 강해져야 한다고, 그 애는 자주 말했다. 그게 곤이가 인생에 대해 내린 결론이었다." // "사람들은 곤이가 대체 어떤 앤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곤이를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153p - "내가 슬며시 힘을 뺄 때면 엄마는 눈을 흘기며 얼른 꽉 잡으라고 했다.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평범한 것은 축복받은 것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평범함의 힘을 알았고, 평범함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평범한 선생님들이 부럽다고도 말했었다. 지금도 평범하고 싶다!
+) 한 작가가 본인의 문체로 쓰다 보니 표현적인 부분에서 모든 등장인물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소년원에서 자란 아이조차도 책에서 주로 나올법한 어휘를 사용하고 다양한 지식을 말하고 있어 '읭?!'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뭐 소설을 풀어가려면 그래야만 하기도 하니까. 어쨌든 추천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