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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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로, 책 이름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7개의 단편 중 한 편의 이름이다. 각 단편들은 단편의 제목에 걸맞은 스토리와 각기 다른 감동을 지니고 있어 이 단편들의 제목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겠다.


 1.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 시작부터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2. 스펙트럼

 3. 공생 가설

 4.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5. 감정의 물성

 6. 관내분실  -> 가장 감동적이였던 단편ㅜㅜ..

 7.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첫 단편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시초지에서 처음 시작하는 삶, 읽기 전 보았던 책의 표지가 자연스럽게 시초지의 풍경을 연상케 하여 참 좋았다. 단편 하나를 끝까지 읽고나니 왜 그렇게 내 동생이, 본인 방에 꽂혀있는 책들 중에서도 이 책을 그토록 극찬을 했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책으로 SF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영화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아니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는 것이 정말 대단했다. 또한 SF가 이렇게 아름다운 소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해보았다.


 책에 몰입하게 되면 마치 다른 세계로 빠져들었다가 나오는 느낌의 쾌감이 든다. 이 책은 SF 소설이라 더욱 그러했다. 나에게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미래와 우주 너머의 세계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달나라 여행같이 다른 행성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지구의 먼 미래는 어떻게 바뀌어있을지가 궁금해졌다. 그런 세상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죽겠찌..?ㅜ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으면서는 인간의 유한한 수명과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내 삶을 보낼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아련하고 아름다웠다.


 '감정의 물성'을 읽으면서는 저자가 말하는 물성의 가치와 감정의 가치에 대해 많이 공감했다. 내가 종이책을 좋아하는 것처럼 이렇게 실재하는 물건 자체를 가지고 싶은 욕망이 인간에게는 있다는 것. 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는 아니라는 것. 공포, 외로움, 슬픔, 고독, 괴로움 등을 느끼기 위해서도 우리는 기꺼이 영화를 본다. 부정적인 감정일지라도 감정을 향유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맥락 속에서 부여된 의미가 아니라 단지 그 감정이 필요하기도 하다는 것도 참 많이 공감이 되었다.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나쁜 것만이 아니다. 나는 가끔 잔잔한 우울과 함께 내 안에 상처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표현이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러한 시간이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임을 안다. 책에서는 "하지만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라고 하였다. 


 '관내 분실'을 읽으면서 궁금증이 생겼다. '만약 내가 관내 분실 되었을 때 나를 찾을 수 있는 데이터가 될 물건은 무엇일까?' 음.. 연속적인 데이터 값을 입력해야 나를 찾을 수 있겠지만.. 나의 데이터는 인슐린이라는 물건 하나로도 꽤나 유니크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나마 쉽게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나라면 마인드 업로딩을 할 것인가?' 음.. 모르겠다! 장단점이 물론 있겠지. 아니 그보다도 내 마인드를 보러올 사람이 누가 될 지도 모르겠다. 아마 친구들이 되겠지?

 여기서 죽은 엄마의 마인드에게 무언가를 묻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마치 고아가 자라서 본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엄마를 찾거나 엄마의 흔적과 이야기를 찾는 마음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픈 생각이지만 우리 엄마 아빠가 죽기 전에 많은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변형되지 않는 마인드 조차도 업로딩할 수 없는 세상이니까.


 다른 챕터도 모두 신선한 소재를 사용하여 재미있으면서도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여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소수자에 대한 요소까지도 소설 속에 참 잘 담아냈다. 김초엽님의 삶의 모든 요소가 이 소설을 있게 하였다. 최고의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고 감탄하며 새롭고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맘껏 누렸으면 좋겠다.


 48p - "그녀는 얼굴에 흉측한 얼룩을 가지고 태어나도, 질병이 있어도, 팔 하나가 없어도 불행하지 않은 세계를 찾아내고 싶었을 것이다. // 서로를 밟고 그 위에 서지 않는 신인류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54p -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chapter1-


 264p - "모든 상황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사람을 무너뜨린다."


 267p - "그녀를 용서하거나 그녀에게 용서를 구할 생각은 없다.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다. // 살아 있는 동안 너무 많은 상처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해야 할 말이 있었다."

 -chapter6-

 정말 감동 끝판왕ㅠㅠ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 겨울서점 유튜브에서 김초엽님과의 인터뷰가 있어서 봤는데, 그녀의 목소리와 발음이 이상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포항공대에 석사까지 하신 고학력자이신데 발음이 저렇게 불명확하다고?..' 하는 생각과 함께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알아보니 김초엽님은 청각장애인이셔서 중학교 시절부터 청력이 점점 떨어졌고 그 때문에 발음이 어눌해진 것이었다.(ㅠㅠ) 청각장애인인 것을 모르고 보았을 때도 이 작품은 정말 따스하고 대단해 보였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되니 김초엽님이 더욱 존경스럽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배우고 생각한 것들과 본인이 소수자로써 직접 경험한 것들을 다 녹여서 이토록 따뜻하고 신비한 소설을 내주시다니.. 독자 입장에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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