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
김미리.최보윤 지음, 이덕훈 외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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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나는 한강을 건넌다. 5년째 다니는 회사도 반포대교 앞에 위치하고 있는 덕분에 점심 시간을 이용해 산뜻하게 바뀐 한강공원을 산책하기도 하고, 가끔 다리에 위치한 전망카페에서 차도 마신다. 서울시가 진행하고 있는 '디자인 서울'의 작은 조각이긴 하지만 이 도시 디자인 프로젝트 덕분에 5년전과 비교해 지금의 환경은 많이 달라졌고, '좋긴 좋다'라는 생각도 든다.
또 '디자인 서울'을 이야기하려면 '공공 디자인'을 빼놓을 수 없는데 몇 년전만 해도 생소했던 단어가 대대적인 홍보 덕분인지 나를 비롯해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을 것을 보면 서울시가 어떤 면에서는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감성이 형성되지 않는 이유, 그 이유를 이 책 <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를 통해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주체성에 대한 부분 때문이다. 도시를 개발하고 디자인의 색을 입히는 이유 - 누구로부터 시작되는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 책에는 성공적으로 도시를 디자인하여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적 효과까지 누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본 가와고에, 프랑스 파리 등 6개국 12개 도시 디자인에 대한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겨져 있다.
도시 하나마다 질투가 날만큼 체계적인 공공 디자인에 대한 장인 정신이 느껴졌는데 그 중 마음을 끄는, 부디 우리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가 방향성을 벤치마킹 해주길 바라는 도시는 일본 마나즈루와 가와고에, 프랑스 파리였다.


일본은 여러모로 우리와 닮아있다.
일본 여행을 통해 전에도 느꼈지만 일본은 전통적인 색이 느껴지는 그들의 문화를 잘 지켜내고 있는 나라이다.
한국이 70~80년대 경제개발을 지나며  전통적인 것을 낡고 개선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 한옥을 시멘트로 구성된 네모난 현대식 건물로 디자인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 현대식 디자인(?)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일례로 서울에 몇 남지 않은 한옥구성촌인 북촌을 보자.
사람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어 우리의 모습을 지키고자 하는 많은 노력들이 있지만 경제적 이윤 때문에 북촌은 개발 위기에 놓여있다. 한 영국인 교수가 이를 안타깝게 여겨 북촌 재개발을 저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이것이 과연 한 개인의 힘으로 되는 일일까? 결국 한국의 색과 디자인을 살려내고 그것을 문화로 이어가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서울 빌딩 숲에 갖혀 있는 전통의 모습들. 이것 또한 뭔가 개연성이 떨어져 아쉬운 부분이다.


이 책에 나오는 마나즈루와 가와고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저 오래된 시골 도시였다.
이곳 또한 개발 정책이 들어섰지만 우리와의 큰 차이는 바로 '주민 참여'에 있었다. 일관되게 디자인된 도시를 거부하고 이들은 그들만의 전통을 살리고 도시를 디자인하는 <미의 기준>을 만들어 주민들로부터 시작된 디자인 혁명도시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되기까지 분명 정부와 주민 사이에 지켜내야 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이 있었다. 도시 디자인은 궁극적으로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것이므로 주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는 세계 최고의 문화 도시라는 이유로 개발이 되지 않은 도시였지만 과거와 현재를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22세기 새로운 문화 유산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도시이다.
특별히 인상적인 것은 개발의 키워드를 '에코 Eco'에서 찾아내었다는 것이다. 
차에게 할당된 공간을 사람과 자연에게 돌려주고 환경친화적인 건물을 만들어 자연과 하나된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 내는 것.
한 국가의 수도에서 사실 환경친화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지금 현재에선 큰 비용이 드는 일인지는 몰라도 미래와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 지금 꼭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프랑스 디자인의 정신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 우리 한국, 특별히 서울은 어떨까?
현재 서울은 '디자인 서울'을 모토로 '디자인 서울 거리', '한강 르네상스' 등의 공공디자인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로 최대 수여자는 분명 서울의 주민이다. 참 감격적인 일이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하는 핵심은 '정부는 얼마나 주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또 주민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것이다.
시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없이는 반쪽 짜리 프로젝트가 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경제적 이윤을 위해 진행되는 것이라면 더더욱 방향성은 개선되야 하며, 우리만의 색으로 꾸준한 인내심을 갖고 차근히 바꾸어 가야 할 것이다.

 
세계 디자인 도시를 여행하며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보다 살기 좋은 도시, 사람들이 행복한 도시 - 서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디자인 서울>을 시작으로 서울 뿐만 아니라 낙후된 도시 모두를 행복하게 바꾸어 갈 디자인의 힘을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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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홍콩
신서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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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향기를 가득 머금은 항구 도시 - 홍콩.

 

어찌보면 홍콩과의 인연이 있는 듯 하다.
중학교 시절  천장지구와 같은 홍콩 느와르 영화에 흠뻑 빠져 살었고 (그래서 경찰이 되고 싶었을까? 참 어이없는 꿈이었다)
장국영을 목숨과 같이 여길 정도로 좋아했었고 (책받침을 비롯해 엽서, 포스터... 많이도 모았다)
그런 것들이 시들해지고 잊혀질 때쯤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디딘 곳이 한국의 KOTRA와 같은 역할을 하는 홍콩의 한국지사였으니 말이다.
첫 출근을 했던 긴장된 하루 속에 아직도 기억이 나는 건 사무실 벽 한면을 차지하고 있던 대형 현수막이였는데 홍콩의 야경, 그것도 반짝이는 홍콩의 항구 모습이었다. 업무가 달라 홍콩 출장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지만 늘 야경을 바라보며 저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곧 내가 서 있으리라 상상하곤 했었다.
세계 여러 곳이 풍경이 각 고유의 특성대로 아름답겠지만 홍콩은 그렇게 내 삶 속 일부분처럼 친근함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렇게 2005년 1월.
4년간의 직장 생활을 접고 바람속에 있던 그곳, 홍콩에 발을 디뎠다.
나의 첫 해외여행. 비행기를 타고 근 4시간을 달려 홍콩을 디뎠던 감격. 설레임.....
홍콩(향항)이라는 이름 만큼이나 향기롭고 인상적인 모습으로 안겨주었던 여행이었고, 홍콩을 떠올리면 누구보다도 침을 튀기며 'I love Hongkong!'을 외쳤던 나이다.

 

나보다 훨씬 홍콩에 중독된 여인을 만났다.
2년이라는 시간을 홍콩과 함께하며 홍콩홀릭이 되버린 그녀 - 신서희가 들려주는 홍콩여행가이드.
여타 가이드북보다 더 정겹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여자로서 느끼는 동질감일까? 여튼 그녀가 친근하다.
그녀가 가이드하는 홍콩은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풍경,음식,쇼핑.
말이 필요 없다. 안 해봤음 말을 말란 소리다 ㅎㅎ

 

올 7월에 다시 홍콩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갔던 곳을 왜 또가냐는 말들을 하지만 그 백만불짜리 야경을 잊을 수 없어 갈 예정이다. 그 야경을 본 이들은 이해하겠지... 남산의 야경도, 상하이의 야경도 따라 잡을 수 없는 그 광경을 말이다.
어찌됐든 여행을 준비하는 나이기에, 또 이번 여행은 내가 가이드로 가야하기에  꼼꼼하게 고르고 고른  책이 '아이 러브 홍콩'이다.
우선  이책은 무엇을 중점에 두고 알찬 시간을 보낼까부터 걱정하는 나에게 친절하게 세 가지를 테마 삼아 여행하라는 조언을 해준다.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아름다운 홍콩의 지역별 관광코스, 산해진미 음식, 그리고 절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쇼핑을 주제로 잡아 그녀의 경험을 토대로 꼭 해볼것, 먹을 것, 들를 곳에 대한 정보들을 꼼꼼하게 알려주고 있다. 현지인과 같이 그곳에서 경험한 것이 아니면 들려 줄 수 없는 부분일 것이기에 더더욱 신뢰가 간다.

 

무엇보다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면 이 책이 좋은 가이드 북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었을텐데 익히 알고 있는 사람으로 이 책의 정보를 접했기에 홍콩 여행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면 꼭 이 책을 읽으라 권해주고 싶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다. 어느 책이든 장단점이 있는 것이니까...
친절한 저자는 지역별 지도(블럭 단위로 나와있는)도 함께 곁들이고 있지만 과연 홍콩 여행을 처음 하는 사람에게 상세지도 보다 먼저 필요한 것을 홍콩 전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큰 지도가 아닐까 싶다. 함께 붙어 있다면 정말 금상첨화였을텐데... 뭐~ 괜찮다. 그 정도야 관광청을 통하면 구할 수 있으니까...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가 더 있는데 그것은 책 앞머리에 있는 저자의 2박3일, 4박5일 일정별 코스와 홍콩핵심공략 코스이다.
볼 것도 누릴 곳도 너무 많기에 모두 가보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기에 저자가 친절히 안내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 코스를 짜볼 생각이다.
침사추이, 빅토리아 피크, 오션파크, 스탠리 마켓...
상상만 해도 즐겁고 사실 책만 봐도 즐겁고 마음이 쿵쾅거린다. 당장이라도 짐가방을 꾸려 떠나고 싶을 정도로.

 

저자는 다른 건 다 포기해도 홍콩의 산해진미를 꼭 맛보고 오라고 권하고 있는데 나 또한 동감이다.
5년전 홍콩을 갔을 때 느낀 것은 바다를 낀 나라이기에 해산물이 너무나 풍성했다는 것이고, 가격 또한 한국하고비교하면 훨씬 저렴했으니까 말이다.
홍콩에는 독특한 그들의 관습인데 '얌차'라는 것이 있다. 어찌보면 우리의 브런치(brunch)같은 것인데 딤섬처럼 담백한 음식을 오전부터 정오가 될 때까지 차를 마시며 나누는 식사를 말한다.
이 전통은 주로 친구나 가족들끼리 넓은 테이블을 둘러 앉아 나누는데 나 또한 그 얌차에 동행했었다.
다소 시끄럽긴 해도 가족을 중시하는 그들의 전통이 느껴져 정겨웠던 기억이었다.
원래 음식을 나누면 정이 더 깊어지는 것이 아닌가. 우리네와 닮아있는 그들의 풍경이 홍콩을 친근하게 만드는 것 같다.

 

자~ 이제 워밍업을 했으니 떠나는 일만 남았다.
물론 코스와 교통편을 더 상세히 알아봐야겠지만...
좋은 팁을 얻은 것 같아 기분좋다. 톡톡 튀는 '아이 러브 홍콩'을 교과서 삼아 더 구체화 시켜 봐야겠다.
홍콩의 반짝이는 야경을 만날 생각을 하니 생각만 해도 좋다 ^^
오션파크의 아쿠아리움도 꼭 다시 가봐야지... 기분 좋은 상상으로 잠 못 들것 같은데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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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가딩가 눈사람 축제
마크 킴볼 몰튼 글.그림, 이경희 옮김 / 예꿈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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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때마침 눈이 내려 아직도 지붕위에는 소복한 눈이 녹지 않고 쌓여있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변함 없는 것은 겨울을 기다린다는 것이고, 겨울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오로지 하얗고 폭신폭신한 눈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꾸만 어릴 적의 순수한 동심을 떠올리기도 하고, 눈밭에서 한바탕 구르던 동네 친구들을 떠올리게 한다.
기분좋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화책을 하나 만났다.
어릴 적 정신없이 눈을 굴려 동그란 눈사람을 만들고 눈, 코, 입...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면 살아 움직일 것만 같았던 눈사람.
자고 일어나면 도망갈까 눈 뜨자마자 확인하고 또 확인했던 그 어릴 적의 상상력을 더듬게 만드는 기분좋은 동화이다.


'바로 오늘 밤, 딩가딩가 눈사람 축제가 열린다'
바브바브 아저씨의 초대를 받게 된 '나'는 둥근 보름달이 뜨고 온세상이 하~얀  아름다운 밤
나무로 둘러싸인 신비한 비밀 정원같은 그들만의 비밀 장소에서 딩가딩가~ 눈사람 축제를 시작한다.
뜨거운 닭고기 수프를 끓이고, 꼬치를 구워먹고... 딩가딩가~ 흥에 겨워 춤추고 노래하는 즐거운 밤.
아마 어른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축제다.
보면서 웃음이 절로 났다. 눈사람이 뜨거운 수프를 마시고 출렁출렁 하얀배로 춤을 추는 그 장면을 어른들은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모든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대화하는 우리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보석같은 상상력일 것이다.
또한 주목할 것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인 것 같다.
어디를 둘러봐도 삭막한 아파트와 건물 속에 갇혀진 동심을 자연이 가진 순수한 아름다움 속으로 이끌어준다.
키큰 소나무와 떡갈나무가 울타리처럼 둘러쳐져 있고 그 나뭇가지마다 반짝이는 눈송이가 달려 있는 숲, 너구리와 사슴, 곰 등 온갖 동물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곳... 마치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듯한 숲속의 모습은 지금의 아이들이 경험하기 힘든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준다.


마크 킴볼 몰튼은 마치 타샤 튜더처럼 자연을 노래하는 동화작가이다.
그는 이야기 속에서 물과 바람, 나무 등 온갖 자연의 산물은 주인공이 된다. 자연 속에서 동심을 보낼 수 있었기에 그가 가진 환상적인 자연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흘려보내고 있다. 동화속에서 느껴야 할 자연의 아름다움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의 상상력이 아이들이 이 아름다운 계절 겨울을 더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이 동화를 선물할 생각이다. 시리즈를 보니 이 동화 외에도 <눈사람 밥이 가르쳐준 비밀> 이나 <하얀 공주 수가 사랑에 빠졌어요>도 함께 읽게 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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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길로 돌아오다 - <벼랑에서 살다> 조은의 아주 특별한 도착
조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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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인지라 기억을 되짚어 보니 뭔가 김이 샌다.
삼십해의 시간을 넘어오며 매년 한 해가 시작되면 이런 저런 계획들을 세우며 결심하는 것 중 하나가 '여행'이지만 올해도 별 소득없이 그냥 넘기는 듯 싶다. 여행이 그렇게 거창한 것도 아닌데 나와는 꽤 인연이 없는 것 같다. 물론 게으름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아쉬움을 보상하려는 마음일지는 몰라도 눈에 띈 산문집 하나를 집어들었다.
여행이 주는 낯선 설렘과 아름답지만 소박한 풍경, 사색을 담은 책. 작가의 마음이 전해진다.
이 책은 화려하지 않으나 여행을 통한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작가의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과 풍경은 처음에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인 듯 불편하지만 그것이 주는 의미를 온몸으로 느끼다보면 오히려 내가 돌아갈 그곳 - 현실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지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작가의 고백처럼 내가 돌아가야 할 집이 있는 곳이 낯선 여행지처럼 느껴진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올 해 여름, 무작정 경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훌쩍'이라는 표현대로 그냥 몸과 마음이 쉬고 싶어 택한 여행이였고, 카메라와 한명의 친구가 동승했던 여행이었다.
천년고도의 도시 - 경주. 어릴 적 수학여행의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 그곳이 삶에 지친 나에게 무슨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약간은 염려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긴 곳이였지만 나는 그곳에서 기대치 않았던 많은 것을 얻은 듯 싶다.
내가 살고 있는 소음 가득한 도시 서울과는 너무나도 다른,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유구한 역사와 고풍스러운 모습을 간직한 도시 경주의 솔숲을 거닐며 쉼을 얻을 수 있었고, 일상을 벗어나 머릿속을 비워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고 돌아온 것 같다.
이틀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울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경험속에 나 또한 작가처럼 서울의 빽빽한 모습이 도저히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주는 내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고향같은 곳이고, 서울은 너무나 낯선 곳처럼 느껴졌던 그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어릴 적의 그곳의 나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통해 세월의 흔적들을 더듬을 수 있었던 것이 참 의미 있었던 것 같다.
언제 찾아주어도 변함없이 나를 반겨주었던 그곳, 그 사람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만큼 많은 사연을 안고 찾아간 나와 나의 환경들.
달라지지 않는 사실 하나는...... 시간을 뛰어넘은 여행을 통해 쉼을 얻었다는 것이다.
여행이 아니였다면 이런 보석같은 감정들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도 그 소소하지만 보석같은 짧은 여행이 주는 사색적인 감정들이 아닐까 싶다.

 
여행도 습관이다.
새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또 다시 머릿속엔 새해부터 짠~ 하고 시작할 거창한 계획들을 준비한다.
나는 그 계획들 사이에 또 습관적으로 '여행하기'를 적어넣을 것이고...
하지만 거창한 의미의 여행이 아니라 작가 조은처럼 함께 하면 할수록 더 좋은 친구들과 나의 오래된 필름카메라를 하나 매고 발길이 닿는 그곳을 누비고 다닐 그런 여행을 준비한다.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나의 낯선 인생길도 거창하지 않고 적당한 불편함도 매력적인  여행처럼  그렇게 걸음걸음 누벼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에겐 말간 눈의 또또는 없지만...

"빨리 갔다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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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움직이는 기술 히든 커뮤니케이션 - 상대를 단박에 사로잡는 '고수'들의 심리 테크닉 38
공문선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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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해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니 '자주, 그것아 아주 자주'라고 표현하는 것이 떠 빠를지도 모른다.
일부러는 아니지만 아주 사소한 거짓말로 시작해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는 거짓말.
어릴 적 기억속에 참 신기하다고 생각되었던 것은 수업이 듣기 싫어 이런 저런 핑계거리를 만들어 선생님께 조퇴를 받으러 가면
담임 선생님은 그것이 거짓말인지 어찌나 빨리 알아차리시는지...
등골이 서늘할 지경이었던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무엇이었을까?
뻔뻔함을 무기삼아 새침을 떨어도 담임 선생님은 어떻게 귀신같이 알아차리셨을까?
그 답이 여기에 있다.
일명 '피노키오 효과'라고 불리우는 심리로 뇌와 몸이 따로 노는 멀티태스킹으로 인해 우리는 행동은 부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목소리나 바디랭귀지의 어색함이나 심지어 호르몬 분비로 인해 코가 간지럽거나 실제로 커지기까지 한다니
우리의 행동이나 표정은 우리 자신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거울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하루에도 여러번 경험하는 작은 일례이지만 이 책속에는 누구나 경험해 봤을 상황속에서의 숨겨진 38개의 심리지도를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을 비즈니스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추어 이해했다.
상대를 만나  마음을 열게 하고, 나를 각인시키며, 상대방에게 긍정의 대답을 끌어내고, 더불어 감동까지 전하는 풀(Full) 서비스와 같은 책이다. 38가지의 심리 지도를 모두 달달 외울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머릿속에 기억된 몇가지의 기술은 지금 당장 활용해도 좋을 커뮤니케이션 방법들이다.
사실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이 아주 신선한 이론은 아니다.
아주 획기적인 커뮤니케이션 활용법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이란 어차피 관계 대 관계이므로 적어도 '획기적'이란 것은 없다고 본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얼마나 나의 상황에 시기적절하게 활용하는가에 커뮤니케이션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들어봤음직한 또는 경험해봤음직한 사실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눈에 보이는 7%의 영역을 뛰어넘어 숨겨진 93%의 보이지 않는 대화 - 히든 커뮤니케이션의 다양한 방법을 다루어
상대방과 소통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얻길 권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가 조언하는 바는 아는 것을 아는 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첨단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달하고 수많은 정보와 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오히려 힘든 것은 말은 많지만 행동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진심을 담은 행동은 상대방에게 감동을 전한다.


'진짜'가 필요한 세상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림으로 진심을 다하여 말하고,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행동하라는 기본 진리는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여기에 한가지 더!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숨겨진 대화로 소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주도적인 커뮤니케이터인 것이다.
아는 만큼 거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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