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
김미리.최보윤 지음, 이덕훈 외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아침마다 나는 한강을 건넌다. 5년째 다니는 회사도 반포대교 앞에 위치하고 있는 덕분에 점심 시간을 이용해 산뜻하게 바뀐 한강공원을 산책하기도 하고, 가끔 다리에 위치한 전망카페에서 차도 마신다. 서울시가 진행하고 있는 '디자인 서울'의 작은 조각이긴 하지만 이 도시 디자인 프로젝트 덕분에 5년전과 비교해 지금의 환경은 많이 달라졌고, '좋긴 좋다'라는 생각도 든다.
또 '디자인 서울'을 이야기하려면 '공공 디자인'을 빼놓을 수 없는데 몇 년전만 해도 생소했던 단어가 대대적인 홍보 덕분인지 나를 비롯해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을 것을 보면 서울시가 어떤 면에서는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감성이 형성되지 않는 이유, 그 이유를 이 책 <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를 통해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주체성에 대한 부분 때문이다. 도시를 개발하고 디자인의 색을 입히는 이유 - 누구로부터 시작되는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 책에는 성공적으로 도시를 디자인하여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적 효과까지 누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본 가와고에, 프랑스 파리 등 6개국 12개 도시 디자인에 대한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겨져 있다.
도시 하나마다 질투가 날만큼 체계적인 공공 디자인에 대한 장인 정신이 느껴졌는데 그 중 마음을 끄는, 부디 우리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가 방향성을 벤치마킹 해주길 바라는 도시는 일본 마나즈루와 가와고에, 프랑스 파리였다.


일본은 여러모로 우리와 닮아있다.
일본 여행을 통해 전에도 느꼈지만 일본은 전통적인 색이 느껴지는 그들의 문화를 잘 지켜내고 있는 나라이다.
한국이 70~80년대 경제개발을 지나며  전통적인 것을 낡고 개선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 한옥을 시멘트로 구성된 네모난 현대식 건물로 디자인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 현대식 디자인(?)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일례로 서울에 몇 남지 않은 한옥구성촌인 북촌을 보자.
사람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어 우리의 모습을 지키고자 하는 많은 노력들이 있지만 경제적 이윤 때문에 북촌은 개발 위기에 놓여있다. 한 영국인 교수가 이를 안타깝게 여겨 북촌 재개발을 저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이것이 과연 한 개인의 힘으로 되는 일일까? 결국 한국의 색과 디자인을 살려내고 그것을 문화로 이어가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서울 빌딩 숲에 갖혀 있는 전통의 모습들. 이것 또한 뭔가 개연성이 떨어져 아쉬운 부분이다.


이 책에 나오는 마나즈루와 가와고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저 오래된 시골 도시였다.
이곳 또한 개발 정책이 들어섰지만 우리와의 큰 차이는 바로 '주민 참여'에 있었다. 일관되게 디자인된 도시를 거부하고 이들은 그들만의 전통을 살리고 도시를 디자인하는 <미의 기준>을 만들어 주민들로부터 시작된 디자인 혁명도시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되기까지 분명 정부와 주민 사이에 지켜내야 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이 있었다. 도시 디자인은 궁극적으로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것이므로 주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는 세계 최고의 문화 도시라는 이유로 개발이 되지 않은 도시였지만 과거와 현재를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22세기 새로운 문화 유산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도시이다.
특별히 인상적인 것은 개발의 키워드를 '에코 Eco'에서 찾아내었다는 것이다. 
차에게 할당된 공간을 사람과 자연에게 돌려주고 환경친화적인 건물을 만들어 자연과 하나된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 내는 것.
한 국가의 수도에서 사실 환경친화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지금 현재에선 큰 비용이 드는 일인지는 몰라도 미래와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 지금 꼭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프랑스 디자인의 정신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 우리 한국, 특별히 서울은 어떨까?
현재 서울은 '디자인 서울'을 모토로 '디자인 서울 거리', '한강 르네상스' 등의 공공디자인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로 최대 수여자는 분명 서울의 주민이다. 참 감격적인 일이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하는 핵심은 '정부는 얼마나 주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또 주민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것이다.
시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없이는 반쪽 짜리 프로젝트가 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경제적 이윤을 위해 진행되는 것이라면 더더욱 방향성은 개선되야 하며, 우리만의 색으로 꾸준한 인내심을 갖고 차근히 바꾸어 가야 할 것이다.

 
세계 디자인 도시를 여행하며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보다 살기 좋은 도시, 사람들이 행복한 도시 - 서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디자인 서울>을 시작으로 서울 뿐만 아니라 낙후된 도시 모두를 행복하게 바꾸어 갈 디자인의 힘을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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