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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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었을 땐 가슴이 쓰라렸다. 우리 사회에 이런 이들이 없으리라 생각 안 했던 것은 아니나 활자와 되어 눈 앞에 나타났을 때엔 가슴이 미어졌다. 살면서 내게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며 고마워하긴 커녕 내게 없는 것에 대해서만 늘 불평하며 살고 있는 나를 만난다. 난 그럴 때마다 이 책속의 숙자와 숙희, 동수, 동준이,명환이와 영호를 떠올린다. 단순히 그들의 헐벗음과 배고픔으로 나의 배부름을 위로하려는게 아니라, 그들이 힘겹게 다시 이야기하고자는 희망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십자가가 있다. 그것은 남의 것과 비교했을 때 크고 작음을 논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자신의 것에 대해서는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 나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 가장 커 보이므로...... 하지만, 또 그것을 견뎌야 하고 헤쳐 나아가야 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게 삶이니깐. 동수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본드흡입으로 삶을 부정하고 피난코자 했으나, 그 길의 끝은 동정조차 받기 어려운 죽음의 막다른 골목임을 깨닫고 다시 삶의 길위로 올라오지 않았는가, 감히 희망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안고 - 이 책의 마지막 줄은 동수의 콧노래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로 끝맺고 있다.- 늘상 어려움 속에 있다, 우리 모두. 실상,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은 찰나이고 늘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부인하거나 외면할 수는 없다. 물론, 더러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다시 희망을 이야기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괭이부리말의 아이들처럼 삶의 밑바닥, 진흙 투성이에서도 털고 일어나고 있는데, 하물며 우리는 더 말할 나위가 없지 않을까? 힘들겠지만, 다시 꿈을 가슴에 안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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