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누군가의 부고와,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 아빠를 잃은 세 살 여섯 살 두 아이 이야기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복잡한 병명과, 그들을 위해 중얼거리는 간절한 기도를 들으며

삶은, 상실을 견뎌내며 이겨내며 무뎌지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창으로 무심하게 햇살 한 줌이 들어왔다.  

그리고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내가 아는 가장 슬픈 시가 떠올랐다.

 




장마


                        - 박성우


얼굴 새까맣게 늙은 사람들이 우리의 낯을 살폈다

아이의 어머니는 풀린 하체를 끓었고

유독 의연해 보이는 남자가 아이의 아버지라 했다

불어난 골짝 물을 따라갔던 아이는

뭔가를 움켜쥐려던 손동작으로 굳어 있었다


학교 수업 종종 빠지던 아이

불기둥 지난 몸에서 쇠붙이가 나왔다

야단을 쳐도 잘똑잘똑 농사일 거든다고

논두렁 밭두렁을 따랐다는 아이,

부러진 다리를 이었던 쇳조각이었다


미루나무가 있던 관촌 어디 강둑으로

아이가 안겨 가는 것을 보고 우리 일행은 돌아왔다

모아진 고사리 푼돈 전해줄 요량으로

이튿날 저녁참에 마을 이웃에게 전화를 넣었다

일 치러주느라 고생한 사람들 불러

건하게 술을 낸 아이의 아버지,


농약을 들고 논으로 안 가고 아이를 따라간 뒤였다

진창으로 쳐대는 비는 그칠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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