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

 

옆에 선 사십 대 남자, 삼십 분 동안 구형 태블릿을 열심히 아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보호필름이 아닌 출고 시 붙어있는 비닐이 아직 그대로 있다. 잘그락거리는 비닐 안에 기포가 한 가득.

쌈짓돈을 꼬깃 모아 혹은 10개월 할부로 카드를 긁고 깡총거리는 그의 모습이 왠지 그려져 짠했다. 

 

앞에 앉은 이십 대 여성. 팔도 다리도 얼굴도 통통하다.

남의 살을 부러워 해본 적은 평생에 없는데 오늘따라 그녀의 건강이 참 좋아보인다.

핸드폰을 보고 연신 싱긋거리다가 갑자기 덜컹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웃음이 터져 손으로 입을 가리고 킥킥댄다.

연두색 핸드폰 케이스에 연두색 운동화를 신은 그녀는 연두색이 좋은가보다. 그녀의 깔맞춤에 왠지 짠했다.

 

종이 모으는 할아버지가 포대자루를 끌며 지나간다.

까치발 깨금발을 하며 사람들이 올려둔 메트로 신문을 꺼내어 포대에 담는다.

신문을 꺼내다 가끔 내 머리를 신문으로 내리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짠하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맡는 출근길.
유난히 사람들이 짠한 걸 보면 내 마음이 지쳐있나 싶다. 
곤한 아침.


 
2. 점심
 
종종 몇 가지 이유로 점심을 혼자 먹을 때가 있다.

오늘은 (참돔 유비끼 전문) 삼삼횟집에 가서, 광어초밥 드시는 할아버지 옆에 앉아 해조류 정식을 먹었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이별노래가 나오고, 손에 쥔 책에서는 구구절절 찡한 시가 계속되는데,

나는 다시마 미역 톳에 꽁치구이를 살포시 올려서 우걱우걱 먹었다. 

 

씩씩하고 부조화로운 오후. 
다음 번에는 광어초밥을 먹어 보아야지.

 

 

 

 

3. 그리고 책

 

 점심에 읽은 책

 

 

 

 

 

 

 

 

 

 

 

 

 

 

 

 

지난 주에 읽은 책 (좋다)

 

 

 

 

 

 

 

 

 

 

 

 

 

 

 

 

 다음 주에 읽어 보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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