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에 초콜릿이 없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초코베이스의 디저트가 없다. 그래서 지난 한 주 밥을 먹어도 끝이 개운치가 않았다. 커피와 함께 조금 입을 적실 무언가가 없었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 주말이다. 나는 초콜릿을 사러 마트에 갔다가 대신 두부를 한 모 샀다. 초콜릿은 살만 찌고 건강에 좋지 않으니 이제 싫어해보자라는 초콜릿코너에서의 순간의 다짐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어제는 마트를 빙글빙글 돌다가 초콜릿 대신 시금치를 샀다. 오늘 오전 비장한 각오로 잠깐 들린 빵집에서는 초코브라우니 대신 식빵을 샀다. 또 다짐해버린 것이다 그순간.
커피 한 잔이 완벽하게 만드는 오후에 냉동실을 열고 또 실망한 나는 초콜릿 대신 동물쿠키를 입에 넣어 파삭거리고, 초콜릿 대신이라며 초록머그를 꺼내 커피를 따른다.
사실 냉동실에 초콜릿이 가득할 때도 이삼일에 한번 정도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꺼내먹었을 뿐이다. 지금의 이유없이 지나친 애절함은 그저 그리움인 것이다. 냉동실에 맛있는 디저트가 있으니 먹고 싶을 때 언제든 먹으면 된다라는 위로감, 그 위로에 대한 그리움.
'오늘 힘들었지?'라며 무심하게 건네는 새삼스런 한마디에 별스럽게 눈물돌며 감동하는 요즘의 나를 위해, 내일은 냉동실에 예쁘고 먹음직한 초콜릿디저트를 사서 넣어두어야겠다. 아끼고 아끼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