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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7월
평점 :
뭔가 잘 안 돌아가는 것 같아."
"하지만 난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도 나를 사랑해. 그렇지 않아?"
"잘 모르겠어. 당신과 함께 있는 게 좋으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예스야. 하지만 당신 없이도 살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 역시 예스지."
p.37
당신은 그곳에서 중요한 세 가지를 발견하거나 의식하게 될 거요. 첫째는, 어떤 문제에 맞서겠다고 결심한 그 순간 우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것. 둘째는, 모든 에너지와 지혜는 알려지지 않은 동일한 근원으로부터 연유한다는 것. 보통 그걸 신이라고 부르지. (중략) 그리고 셋째는, 고난을 당할 때 우린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 좀더 깊이 생각하는 사람, 우리와 똑같이 기뻐하고 고통받는 누군가가 항상 존재한다는 거요. 그는 우리가 역경에 더 잘 맞설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존재야."
p.172
'나는 왜 불행한가?' 누구도 해서는 안되는 질문이다. 그 질문은 파괴의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질문을 하는 것은 행복해지고 싶어서이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것이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르다면, 우린 행복해지기 위해 단호하게 변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주저앉아 더 커진 불행을 느껴야 한다.
p.189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신은 우주를 상대로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엔 의미가 있다. 그 의미가 거의 언제나 감춰져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하는 일에 열정의 에너지를 가지고 접할 때 우리는 진정한 사명에 다가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p.224
"당신, 나날이 기분이 좋아지고 있어요."
마리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한다.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리려고 노력하기 때문이지. 더 정확히 말하면, 내 모든 지난 역사를 등허리에 짊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야."
p.298
파울로 코엘료, <오 자히르> 中
+) 원제 'O Zahir'는 아랍어로, 어떤 대상에 대한 집념, 집착, 탐닉, 미치도록 빠져드는 상태 등을 가리킨다. 이는 부정적으로는 광기 어린 편집증일 수도 있고, 긍정적으로는 어떤 목표를 향해 끝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원일 수 있다.
이 작품에는 사랑, 자유, 일 등에 중독된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넉넉하게 지내는 여자지만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자유 그리고 사랑이다. 상대방을 위한 사랑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나를 인정하며 상대를 사랑하는 건 쉽지 않고, 상대를 인정하며 사랑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이 책에서는 그것을 천천히 풀어낸다.
그리고 신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여러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나는 딱히 '신'이라기 보다 내 안의 '목소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어떤 특정 종교를 끌어들이기 보다 주인공이 삶의 '표지'로 받아들이는 근원적인 힘이 신이라 생각된다.
이 책의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들을 갖는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의 시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랑하면 집착하게 되고 바라게 되고 그만큼 충족되지 못하면 속상한 법이다. 그런 감정은 오해를 만들고 거기를 멀게 만든다. 이 책에서는 사랑을 통해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과정과, 사랑에 대한 개개인의 자세를 발견하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