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자전거 여행 창비아동문고 250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 창비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고장 난 신호등이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내가 가운데 있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엄마 아빠 사이에 몇 달 동안 한 말보다 더 많은 말이 오갔다.

p.17

 

여럿이서 삼겹살을 먹다 보니까 집 생각이 났다. 우리 식구가 함께 삼겹살을 먹어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삼겹살뿐이 아니다. 셋이 함께 밥을 먹어 본 기억도 희미했다. 만난 지 며칠 안 된 사람들끼리도 이만큼 행복하게 같이 삼겹살을 먹을 수 있는데 우리 식구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p.116

 

다들 싸우고 있었다. 나도 싸우는 중이다. 처음에는 싸움 상대가 가지산인 줄 알았다. 하지만 높이 오를수록 알 수 있었다. 산은 그냥 가만히 있을 뿐이다. 나와 싸우는 거다. 내 속에 있는 나, 포기하고 싶은 나와 싸우는 거다. 몸이 편하려면 집에 있어야 해다. 하지만 나는 집을 떠났고, 온 힘을 다해 산을 오르고 있다. 이 산을 넘으면 대구가 나온다. 어떤 곳인지, 무엇이 나를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산을 넘으면 알 수 있다.

p.130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中

 

 

+) 오랜만에 읽은 동화책이다. 그런데 어설픈 소설책보다 훨씬 유익했고 감동적이었다. 아이들이 이런 책을 읽는다면 앞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한 가지 꿈을 보태지 않을까. 가끔 상상해봤을 법한 '자전거 여행'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우리가 살면서 잊어버리는 것들에 주목하고 있는 책이다.

 

엄마 아빠가 매번 다투는 집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주인공이 삼촌을 따라 자전거 여행에 참여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말대로 우리는 사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삶을 이끌어간다. 때로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하고, 때로 채찍질하기도 하면서 삶을 살아간다. 힘들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지금의 산을 건너면 곧 내리막길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평지도 나올테고. 그리고 또 다시 산이 보이면 힘차게 걸으면 된다.

 

결말이 조금 아쉬웠지만 저자는 이상적인 것을 꿈꾸기보다 현실적으로 작품에 다가선 것이라고 믿고 싶다. 청소년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