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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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이런 생각으로 산다. 가능한 한 남에게 폐나 끼치지 말자. 그런 한도 내에서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것 하며 최대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자. 인생을 즐기되, 이왕이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남에게도 좀 잘해주자. 큰 희생까지는 못하겠고 여력이 있다면 말이다. 굳이 남에게 못되게 굴 필요 있나. 고정되고 획일적인 것보다 변화와 다양성이 좋고,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선호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살아 있는 동안 최대한 다양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느껴보다가 아무 것도 남기지 않은 채 조용히 가고 싶은 것이 최대의 야심이다.
8%

개인주의자로 살다보면 필연적으로 무수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고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와 다른 타인을 존중해야 하는가. 아니, 최소한 그들을 참아주기라도 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가끔은 내가 양보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내 자유를 때로는 자제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타인들과 타협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과 연대해야 하는가.
결국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목적이고 나머지는 방편이다.
11%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11%

결국 우리가 더 불행한 이유인 수직적 가치관을 버리고 수평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다양성의 존중, 아니 그걸 넘어서 다양성을 숭상하는 것이 사회 다수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첩경이다. 처음에는 위선이어도 좋고, 듣기 좋은 사탕발림이어도 좋다. 성숙한 가치상대주의가 내면화될 때까지 의식적으로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한 가치의 미덕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22%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中

+) 이 책을 집어든건 오로지 제목에 현혹되어서였다. 저자가 누구였는지 잘 몰랐고 그저 '개인주의자'에 대한 공감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은 첫 문장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깜짝 놀랐다. 이렇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니. 그간 '개인주의'였던 나에게 비난을 퍼부어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저자의 직업은 판사이다. 그런데 그건 이 책에 쓰인 그 어떤 글과도 관련이 없다. 그저 나는 개인주의를 선언하는 한 사람의 생각에 깊이 공감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참 반가웠다. 그간 집단주의 혹은 가족주의 문화 내에서 나의 행동은 '다름'이나 '선택'이 아닌, '틀림'이나 '이기심'으로 취급받았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내 약한 주관이 든든해진 기분이다. 그간 '합리적인 개인주의'라고 믿었던 내 까칠한 사고가 말이다.

나는 성숙한 가치상대주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다름을 존중하고, 강요나 억압 따위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모처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참 반가웠다. 또한 그가 사회의 여러 민감한 문제들을 이야기할 때에도 나는 저자의 섬세한 필치가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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