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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 와서 가장 참기 힘든 게 뭔지 아나? 언젠가 죽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거야. 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생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리란 걸 알면서도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인 양 살아왔다는 거야. 이제는 더 이상 환상조차 품을 수 없게 됐어.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완전히 비껴난 것이지."
p.60
아내는 침묵을 무기로 쓰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나에게 최대한의 고통을 주는 무기, 최대한 죄책감에 불을 붙이는 부싯돌.
p.132
"내 말 잘 들어. 친구.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
p.155
"자기 자신을 용서하세요. 자기 자신을 용서한다는 마음을 품는 순간 모든 일이 더 쉬워져요."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p.265
더글라스 케네디, <빅픽처> 中
+) 한 편의 영화를 보듯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실제로 가능할까, 싶지만 변호사인 주인공의 치밀한 계획하에 모든 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리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스토리의 큰 틀은 간단하다. 주인공의 아내가 사진작가 지망생과 바람을 피우고, 남편이 그와 다툼을 벌이다가 그를 죽이게 된다. 그 뒤로 주인공은 새로운 사람으로 둔갑하여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이다.
물론 그 중간에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고, 주인공의 그 '새로운 일생'이 한 두번 바뀌게 되는 장면이 있다. 즉, 마지막에 주인공은 자신이 누구인가 되집어 보게 되는데, 이 소설은 그런 장면들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세밀한 상황 설정을 통해 드러낸다. 작가는 자신의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을 살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말 한 마디의 실수도 해서는 안되는 위험한 삶의 상황을 제시한다.
나라도 충분히 시도해보았을 법한 주인공의 삶을 통해, 거짓을 덮기 위해 또 거짓을 만들어내려면 얼마나 위험하고 쫓기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처럼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