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눈물이란 슬픔이나 수치, 분노를 밖으로 분출하는 하나의 표현일 뿐 그 전부가 될 순 없었다. 눈물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은 수없이 많았다. 어떤 이는 쉴 틈 없이 피부를 긁어 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또 어떤이는 얌전하게 잠을 청하기도 한다.

p.221

 

나중에 후회를 해도, 다시 그 순간이 돌아오면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길. 이제 죽을 때가 돼 가니 비로소 알 수 있단다. 그게 사람 사는 길이야. 뜬구름 같은 거 말이야.

p.276

 

"네 나이엔 모른다. 사람이 아무리 싫은 일이라도 오래 되면 이상한 꿈 같은게 생기는 거야. 네 할아비도, 네 어미도 달수에게 전염된거지. 둘 다 속는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렇게 한거야."

p.319

 

'사랑은 수락이다. 그리하여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인간 존재 자체를 수락하는 것이다. 그 존재의 모든 허약함까지도 그렇다. 수락하게 될 때 우리는 더 이상 인간에 실망하지 않게 된다. 다만 서로 연민할 뿐이다.'

p.388

 

 

김범, <할매가 돌아왔다> 中

 

 

+) 어느 날 갑자기 60억을 가졌다는 할머니가 나타난다면, 그 유산을 전부 가족에게 남겨줄꺼라고 선언한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적어도 나라면 예의바르게 잘 해드릴꺼라 생각된다. 어찌되었든 어마어마한 금액을 소유하고 계신 분이니까. 딱히 잘보이려고 애쓸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굳이 못보일 필요는 없을테니 적당한 선에서 원하는 것을 해드리지 않을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키득키득 웃을 때가 많았다. 작품 속 인물들의 캐릭터가 확실하기 때문에 읽는 내내 지루함이 없었다. 돈에 관련한 사람들의 욕망은 물론, 돈 앞에서 달라지는 사람들의 태도가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격투신이나, 점잖은 줄 알았던 할아버지가 흥분하며 욕을 해대는 장면은 의외로 우습다. 아이러니한 웃음일까.

 

어쨌든 이 소설에는 한 가족의 모습이 그려지지만, 사실 그들 개개인은 모두 사연을 갖고 있다. 남성의 폭력 앞에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하는 여성(할머니와 현애)과, 사랑과 우정 모두에 배신 당한 채 이용당하고 무기력하게 사는 백수 동석, 그리고 민족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외치지만 철저하게 현실에서 외면당하는 아버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 등등이 그들이다.

 

할머니의 60억으로 인해 그리 가깝지 않았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일 때가 많아졌다. 그 이유야 무엇이든, 또 그들이 모여서 다툴지라도 서로 외면하고 살던 때보다는 다르다. 과연 할머니의 60억이 진정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가족들이 결국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게 되고 주인공 동석의  인생도 달라진다. 가족들을 모은 것은 사연 많은 할머니일까. 할머니의 돈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면 상당히 재미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 있는 인물들이며, 돈 앞에 달라지는 사람들의 모습이며, 영화화할 경우 현실과 연결되면서 더욱 흥미롭지 않을까. 키득키득, 책을 보며 웃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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