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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2비사
이수광 지음 / 일상이상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군사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독재정권이다. 총칼로 정권을 장악했으니 법 위에 군림했다. 이 과정에서 재벌이나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점인 정경유착이 이때부터 생기게 된 셈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을 애국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정한 처사라고 여겼다.
p.87
한국 현대사에서 박정희와 김대중의 대결은 영남과 호남의 대결을 의미한다. 선거에서 영호남이 대립하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의 고향, 자신의 지역 출신 인물에게 투표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외국에서도 이런 예는 흔하다. 그러나 선거를 빌미로 지역 감정이 생기는 것은 옳지 않다. 선거는 선거로 끝나야 하는데 영남사람들이 호남사람들을 증오하고 호남사람들이 영남사람들을 증오하는 것은 민족적인 재앙이다.
p.182
야당에서도 치열하게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KAL기가 폭파되어 악재라고 한탄했다. 여객기가 폭파되었다면 북한공작원의 짓일 가능성이 크고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국가가 위기에 처할수록 사람들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기 때문에, 야당보다 여당에 표를 던진다.
p.315
이수광, <대한민국 12비사> 中
+) 이 책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숨겨진 사건들, 주목받지 못한 사건들 혹은 주목받았는데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작가 이수광이 일제 강점기의 백백교 살인사건부터 화성연쇄살인사건까지 현대사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 범죄 사건 12가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마치 여러 편의 단편 추리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가 종종 뉴스나 신문에서 보아왔던 사건들만을 선택해서 대한민국 현대사의 미심쩍은 부분과 미해결된 사건들을 다각도로 추적한다. 저자는 역사 속 미스터리한 사건을 철저하게 자료 조사하고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을 만들었다. 시대별 혹은 시기별 따분한 역사서보다 이런 책이 독자로 하여금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역사와 관련된 서적을 읽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심' 그리고 '호기심'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소설처럼 읽기 쉽게 쓰여져서 적합하다.
물론 역사를 바라보는 눈은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이 책을 어떤 정치색으로 둔갑시켜 읽어버리면 저자의 의도를 매도하는 것이 되리라 생각한다. 저자가 원한 것은 아마도 현대사의 깊은 이면을 관심을 갖고, 발표된 것이 다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알길 바란 것 같다.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은 관심과 노력에서 나온다. 그 점을 생각하며 이 책을 읽는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