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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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나는 너무도 길고 길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기억할 수도 없는 하루, 그 하루 동안 겪은 수많은 일들에 대한 기억에 잠겨 잠이 들었다.

p.40

 

"뭐가 중요한 건가요, 할아버지?"

"아무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 해도 신의 눈에는 보석처럼 보인다는 사실이지."

p.146

 

나는 이제 내가 무척 늙어버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실제로 늙은 것은 아니지만, 여하튼 달라진 것은 사실이었다. 지금까지의 경험들과 더불어 무거워졌다고나 할까. 이제는 그따위 일들이 두렵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있었고, 그들에게 거짓말을 할 수도, 심지어 욕을 할 수도 있었다.

p.204

 

 

르 클레지오, <황금 물고기>

 

 

+) 이 책의 첫 문장은 "예닐곱 살 무렵에 나는 유괴당했다."이다. 그리고 그 뒤로 서술자는 곧 자신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낸다. 이 소설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나고 자랐는지도 모른 채 살고 있는 소녀 '라일라'의 이야기이다.  처음으로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오히려 자신을 괴롭히고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

 

라일라는 많은 시련과 역경을 겪으며 이곳저곳을 떠돌게 된다. 소녀이다 보니 세상의 폭력 앞에 당할 수 밖에 없는 끔찍한 상황들도 많이 만나게 되면서, 착하고 순진한 소녀는 하나씩 사람들의 본성과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늘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떠돌게 되는 소녀, 사실 라일라를 떠돌게 만드는 것은 주변인이다. 그녀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결국 라일라는 자신의 근원지로 돌아간다.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고통을 견뎌서 그녀는 자신이 찾고자 했던 근원에 돌아간다. 그건 그 누구의 도움도 아닌 그녀만의 끈질긴 인내력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흔히 '집'이라 일컫는 곳이 없다면 아니, 어디가 집인지 모른다면 얼마나 큰 공허감과 외로움이 밀려들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안락하고 편안한 '집'을 찾는 황금빛의 속살을 담고 있는 물고기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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