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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소령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
아마두 쿠루마 지음, 유정애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알라가 언제나 공정한 것은 아니다. '
p.12
자신이 태어나기 전 세상이 어떠했는지 알 수 없다는 건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다.
p.21
꾀돌이 키크가 가족이 있는 집에 도착해 보니 아버지도 형도 모두 죽어 있었다. 엄마와 누나는 강간 당하고 머리통이 부서져 있었다. 가깝든 멀든, 일가친척이라는 친척은 모두 죽어 있었다. 부모형제는 물론 의지할 사람이 모두 사라지고 어린아이가 혼자 남게 되었을 때, 이 야만적인 나라에서 달랑 혼자 남게 되었을 때 그 아이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소년병이 될 수 있다. 먹고 살기 위해, 그리고 자기도 남을 죽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이것밖에 없다.
p.119
"넌 가능성이 없다. 꼬마 비라이마야. 너는 결코 혁명을 위해 싸우는 훌륭한 꼬마 하이에나가 될 수 없어. 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미 죽어 완전히 땅속에 묻혀 있다. 혁명을 위한 훌륭한 꼬마 하이에나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네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한다. 네 부모 중 한 명, 어머니나 아버지를 직접 죽여야 한다고. 그런 다음에 꼬마 하이에나 혁명군에 입회하는 걸 허락받게 되는 거란다."
p.227
아마두 쿠루마, <열두 살 소령> 中
+) <열두 살 소령>은 '비라이마라'는 열두 살 소년이 이모를 찾아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으로 가는 과정에서 소년병이 되어 전쟁터에서 겪은 일들을 풍자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서술자가 열두 살 소년인 것을 고려한다면, 이 작품은 소년병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어린 소년들의 비극적인 생존 방식이 잘 드러난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이 더 잘 드러난다.
어린 소년의 시선으로 전쟁과 군인들의 모습을 조망하고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은 전쟁의 극한 상황에서 인간(어른)이 얼마나 타락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간혹 해학적인 문장들이 (그것은 아마도 어른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 채 주어진 대로만 받아들이는 열두 살 소년의 어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이 작품의 풍자성을 더 살려준다.
무엇보다 나는 소년이 자신을 "나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양쪽으로 구워진 쿠키 같은 존재다."(p.8) 라고 말했을 때, 충격적이었다. 그것은 "원주민 사회와 개화된 사회 모두를 조금식 알고 있다"는 것인데, 소년은 이것이 장점이기도 하면서 단점이기도 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어린 소년은 세상에서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어른들의 편견 속에서 정해버린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생각보다 많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을까. 어른들의 편견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의 위치를 정해버릴까봐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