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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연인 ㅣ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2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공경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7월
평점 :
모렐 부인은 남편에게 너그럽게 대했고, 그는 어린아이처럼 그녀에게 의존하면서 행복해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두 사람 다 중요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가 그에게 관대할 수 있는 건 그를 덜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이미 오래전에 쇠퇴해 버렸음을.
p.40
"꽃을 꺾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대로 피어 있는 게 더 보기가 좋아요."
"하지만 갖고 싶은 꽃도 있잖아요."
"꽃들은 내버려 두기를 원해요."
"난 그렇게 생각지 않아요."
"난 꽃의 시체를 갖고 싶지 않아요."
p.161
"편안한 게 행복이라는 말씀이죠? 그게 삶을 바라보는 여자들의 공통된 시선이죠. 영혼의 편안함과 육체적 안락 말이에요. 그런데 전 그런 것을 혐오해요."
"하지만 사람은 행복해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 해."
p.179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아들과 연인> 中
+) 이 책에 등장하는 '모렐 부인'은 자신이 결혼한 남자에 대해 전혀 모른 채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본인의 생각과 달리 남편은 매우 실망스러운 행동만을 반복했는데 그러면 그럴 수록 모렐 부인은 남편에게서 더욱 멀어진다. 그러던 그녀에게 아들과 딸이 생기면서 그녀는 남편에 대한 애정을 모두 아들에게 쏟는다.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을 남편을 대하듯 존중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기른다. 그러나 첫 아들을 잃고 그녀의 집착어린 사랑은 둘째 아들 '폴'에게 쏠리게 된다. 모렐 부인은 사랑하는 여자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풀어 나가지 못하는 아들 폴에게 실망과 걱정과 배신감을 느낀다. 반면에 폴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여자들을 알게 되면서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어머니와 연인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된다.
이 소설은 아들을 두고 있는 모든 어머니라면, 그리고 그 아들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보았으면 싶다. 사랑이 지나치면 간섭과 집착이 되는 법이다. 나는 아들에게 의존하는 마음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모렐 부인의 상황도 충분히 공감이 되지만, 그렇다고 아들의 여자까지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는 법이다.
어머니가 보기에 좋은 여자는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아들이 좋은 여자를 만나길 원하는 마음과는 다른 것이다. 모렐 부인을 보면서 여자의 일생이 얼마나 고달프고 안쓰러운 것인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식을 기른다는 것과, 그 자식이 잘 되길 바란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떠나,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 표현은 어디까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인가. 참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