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미술관 -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 에세이
김홍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요즘 몸 구석구석에 일상의 무게에 길들여진 각질이 가득합니다. 이 각질은 습관이 만든 것도 있고, 살아가며 받은 상처가 굳어진 것도 있지요. 문제는 이런 각질이 환경에 적응하고 즐기고 맛보는 감각을 둔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마음속 깊이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감각이 현격하게 떨어집니다.  

p.57

 

삶은 추억이란 열매를 섭취하고 새로운 기억을 위해 버려야 할 것들을 추스르는 과정입니다. 행복한 기억은 지속적으로 우리를 격려하지만, 잊고 싶은 기억은 반복적으로 마음속 깊이 투과되어 상처를 냅니다. 상처(scar)와 별(star)은 단 하나의 철자로 인해 차이가 드러납니다. 상처가 숙성되어 향기가 날 때, 저 하늘에서 우리를 보호하고 비추는 별이 되는 것이지요.

p.65

 

옹기 속에서 장이 숙성되는 건 옹기가 숨을 쉬기 때문입니다. 과학적으로도 이미 밝혀진 사실이지요. 상처를 강제로 봉합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자연 속에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럴 때 옹기는 다시 유기적인 호흡을 시작할 것이고, 또 다른 나는 '현실에서 힘든 나'를 위해 오랫동안 그 상처를 껴안아 곰삭혀줄 것입니다.

p.69

 

행복의 진보는 덧셈이 아닌 뺄셈의 진보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더글러스 러미스의 말을 생각해봅니다.

 

행복은 채움이 아닌 비움을 통해, 새로운 능력과 희망을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에 있기 때문입니다.

p.76

 

 

김홍기, <하하 미술관> 中

 

 

+) 이 책은 미술치료에서 고통을 다루는 방법들을 적용하여, 상처받은 영혼들을 치유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림을 통해 우리의 내면에 반창고를 붙이기도 하고, 우리 내면의 고통과 마주하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요즘 한국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그림(사진)이 대부분이다.

 

나는 젊은 작가들의 그림과 마주하며 신선하고 경쾌한 작품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드러내고자 한 것이 무엇이건, 그것에 주목하기보다 독자로서 그림을 바라보며 내 안의 나와 마주한 순간에 집중했다. 이 책은 그림을 보여주며 미술심리치유의 과정을 글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그림을 통해 천천히 스스로와 마주하고 싶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자. 특별한 의미없이 그저 그림을 보고 싶다고 해도, 이 책은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우선 그림에 다가서는 작가의 표현들이 전혀 어렵지 않고, 인간과 삶 그리고 관계에 대해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