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 영화로 읽는 세계 속 분쟁
김성진 지음 / 황소자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영화 <말들이 취하는 시간>은 쿠르드 족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쿠르드 족을 받아들이는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취할 뿐 남아 있는 쿠르드 족에겐 아무런 관심이 없다. 결국 강대국의 품으로 떠나는 쿠르드 족이나 그렇지 않은 쿠르드 족 모두 행복할 수 없다는 가슴 아픈 진실이 영화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p.44

 

중국은 과거 제국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침략자의 눈으로 주변국을 바라본다. 우리는 티베트의 사례에서 중국의 본질을 생생하게 본다. 티베트가 지금까지 걸어온 가시밭길이 우리의 미래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음을 티베트 사태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p.98

 

삶의 멍에가 된 변질된 이데올로기가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은 알바니아나 한국 모두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전체주의 광신적 세태를 풍자 가득한 언어로 통렬하게 고발한 <슬로건>을 보면서 우리 역시 감동을 느끼는 것은 삶 위에 덧씌워진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은 어디나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 때문일 것이다.

p.103

 

 

김성진, <야만의 시대> 中

 

 

+) 이 책은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가지 야만적인 행위들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의 여러 분쟁들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이 인간 내면에 있음을 여러 영화들을 분석하면서 밝히고 있다. 인간들의 '야만'적인 면모를 영화라는 매개물을 통해 증언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대나 지역을 떠나, 권력을 지닌 사람들은 언제나 더 큰 권력을 가지려는 욕심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또한 지배자의 욕망은 피지배자였던 사람들에게도 들끓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들이 과거에 지배를 당해 고통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게든 타인들을 지배하려고 든다. 참으로 역설적인 현상이다. 피해자가 어느새 침략자가 된다는 건. 사실 이건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몇몇 정치적 인물들의 과욕이 정부 혹은 단체의 뒤에 서서 집단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그렇게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에 대해 한참 생각해보았다. 자신이 가진 영토만으로, 자신이 가진 것만으로 만족한다면 싸울 필요는 없을텐데. 개인이든 집단이든 '소유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우울한 마음으로 책읽기를 마무리했으나, 이런 사태를 해결할 방법은 여전히 안개 속이라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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