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안단테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지음, 김병순 옮김 / 돌베개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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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룰지, 얼마나 큰 난관을 헤치고 가야 할지, 또는 달성해야 할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말고

바로 네 곁에 있는 작은 일부터 최선을 다하라. 그것으로 그날 하루를 만족하면서.

p.40 -윌리엄 오슬러 경

 

론스테일 씨는 육상달팽이 두 마리를....... 환경이 열악한 자그마한 정원으로 내보냈다고 내게 알려왔다. 그 가운데 한 마리는 몸이 허약했다. 그런데 얼마 안 있다가 건강하고 힘 좋은 달팽이가 모습을 감추었다. 담 너머로 난 달팽이 점액 자국을 따라 추적한 결과, 그 달팽이는 환경이 좋은 인근 정원으로 옮겨간 것이었다. 론스테일 씨는 그 달팽이가 병약한 짝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4시간이 지난 뒤 그 달팽이는 다시 돌아와서 남아 있던 달팽이에게 자신이 탐색한 결과를 알려준게 분명했다. 왜냐하면 두 마리 모두 같은 길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담 너머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p.118

 

고립은 사람을 더욱더 깊이 병들게 한다. 그때 유일하게 존재를 규정하는 법칙은 불확실성밖에 없으며 그 속에서 유일한 움직임은 시간의 흐름뿐이다. 

p.151

 

모든 생물이 생존을 위해 내딛는 가장 중요한 첫발은 살 곳을 정하는 것이다. 적절한 장소를 찾는다면 그 밖의 다른 것은 훨씬 쉬워질 것이다.

p.162 - 에드워드 O. 윌슨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달팽이 안단테> 中

 

 

+) <달팽이 안단테>의 저자 엘리자베스 토바는 후천성 미토콘드리아병이라는 희귀병을 20여 년간 앓았다. 여행을 다니며 자유롭게 살던 저자에게 어느 날 갑자기 원인과 해결방법을 알 수 없는 병마가 찾아온 것이다. 그렇게 집안에만 누워서 살던 작가에게 정말 우연히, 달팽이 한 마리가 찾아온다.

 

이 책은 베일리가 침대 맡에서 꼬박 1년 동안 야생 달팽이를 관찰하며 생명과 자연의 신비로움에 대해, 그리고 그를 통해 자신의 삶 등을 성찰한 아름답고 평화로운 에세이이다. 아니 사실 에세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무겁다. 과학적 지식이 곳곳에 묻어나와 지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원제는 '야생 달팽이가 먹는 소리(The Sound of a Wild Snail Eating)'라고 한다. 나는 책에서 저자가 달팽이 먹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을 때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달팽이가 버섯을 먹는 소리는 대체 어떤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 정말이지 달팽이 한 마리를 당장 얻어와 기르고 싶어진다. 암수가 한 몸에 있는 달팽이를 구해와 저자처럼 달팽이를 지켜보고, 그 달팽이가 알을 낳아 새끼 달팽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다.

 

중요한 점은 이 책이 단지 달팽이를 기르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 사실 기른다는 말도 저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저자가 병마와 외롭게 싸우고 있을 때 달팽이는 그의 유일한 벗이었으니까. 이 책은 작은 야생 달팽이의 삶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생명의 신비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고통의 한가운데 머물고 있는 인간의 유일한 벗이 자연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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