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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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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잊지 않아야 될 것은 쉽게 망각하지만 망각해도 좋을 것들은 두고두고 기억했다. 

p.31

 

우리는 '운명'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걷는 것,

'운명'이 정해준 길을 걸어야 한다.

어떤 곳에서 죽을 운명이라면

다른 곳에서 죽는 법은 없다.

-  [아라비안 나이트 p.115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질리는 순간 차라리 이 모든 것을 보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지만 사실 눈에 보이는 공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소리가 훨씬 더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p.151

 

엄마는 늘 그렇게 말했다. "슬픈 일이 있더라도 걱정하지 말아. 금방 다 잊어버리게 되어먹은 게 바로 인간들이니까."

p.214

 

 

하성란, <A> 中

 

 

+) 이 소설은 한 시멘트 공장 기숙사에서 24명(여자 21명, 남자 3명)의 사람들이 같은 날에 (자의에 의한 타살로) 사망한 사건을 중심에 놓고 있다. 이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서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채 의문과 추측만을 남기고 마무리된다. 이것은 1987년 경기도 용인에 있는 오대양(주)의 공예품 공장 식당 천장에서 오대양 대표 박순자와 가족 · 종업원 등 신도 32명이 손이 묶이거나 목에 끈이 감긴 채 시체로 발견된 일을 소설로 만들어낸 것이다.

 

하성란 작가의 주특기인 섬세한 묘사와 치밀한 내용 전개가 이 작품의 서사를 철저하게 이어 가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사건에 빠져들다가 추후에는 점점 눈이 동그랗게 변해갔다. 추리극의 면모도 느껴지는데, 그건 독자를 끌어들이는데 한몫하는 구성때문이다.

 

전혀 혈연 관계가 없는 여자들이 모여 아이들을 낳고 서로가 서로의 이모가 되어주며 지내던 사이. 그건 어머니 대에서 끝나지 않고 자식들의 대로 이어진다. '신신양회'란 이름 아래, 종교단체처럼 군림하며 그들간의 관계를 굳건히 만든다. 이 소설은 그들만의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살짝 아쉬운 점은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것이 뚜렷하지 않고 모호하다는 점이었다.

 

이들에게 남자들은 스쳐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들이 낳은 아들들이 후에 또 다른 아이들의 '삼촌'으로 존재하며 그들을 보호한다. 마치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싫은 사람들처럼 그들은 철저하게 자기들만의 삶을 살아간다. 현대 사회에서 물질적인 면만 충족될 수 있다면 그들만의 세상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게 그들이 꿈꾸는 공동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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