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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떠나보거라 - 山寺와 도시를 오가며 들여다본 마음 풍경
혜안 글.그림 / 열린박물관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고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며
이치(理致)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우라.
태산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사슴처럼 두려워할 줄 알고
호랑이처럼 무섭고 사나우라.
이것이 지혜로운 이의 삶이니라.
-<잡보장경> p.60
온갖 고뇌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진실로 지족할 줄 알아야 한다 .
지족의 법은 곧 부유하고 즐겁고 편안한 것이다.
지족을 아는 인간은 지상에 누워있어도 안락하겠지만
지족을 모르는 인간은 설사 극락에 있다 해도 만족을 모른다.
-<유교경> p.65
“저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부디 저의 불안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십시오.”
“그렇다면 너의 불안한 마음을 내가 편안하게 해주마. 불안해하는 너의 마음을 여기 손바닥 위에 올려 놓거라.”
“아무리 찾아도 그 마음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이미 네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본래 마음이란 실체가 없느니라. 불안한 마음은 실체가 없으므로 네 마음 속에는 그런 것이 본래부터 없다. 네가 만들어낸 망상 번뇌이니라. 그러니 불안한 마음의 속박으로부터 그만 벗어나거라.”
p.136
"그럼 이런 시련을 40대에도, 50대에도 또 겪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그럼 전 어떡해야 합니까?“
그가 울먹이다시피 하자 점술가는 혀를 차면서 대꾸했답니다.
“뭘 그리 걱정하나! 앞으로 올 삼재때는 그만큼 인생의 많은 것을 공부하고 겪었기 때문에 당신 그릇도 커져 있을테고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거야. 그때의 일은 그때가서 걱정해도 늦지 않아. 지금은 당신 앞에 주어진 것만 해결하면 돼!”
p.186
혜안, <그래, 떠나보거라> 中
+) 혜안 스님의 이 책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이다. 혜안 스님은 20여 년 동안 서각과 선 판화를 새겨온 분인데, 이 책에도 색깔을 전혀 쓰지 않은 담백한 수묵 판화가 글을 함께 싣고 있다. '마음'이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 수행으로 체득한 삶의 지혜와 인간적인 고뇌 그리고 일상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솔직하게 쓴 작품이다. 글 한 편 한편 맨 끝에 법문을 덧붙여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라는 것이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인데 내가 너무 집착하고 얽매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되었다. 어쩌면 지금껏 내가 생각하는 모든 화두는 전부 아무 것도 없음이 혜답일텐데, 나는 끝없이 그것들을 되새기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지금, 현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종교를 떠나서 마음이 복잡하여 편안한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