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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경멸하는 부류는 잘 모르면서 묻어가는 인간이다. 하나도 안 웃긴데 남들이 웃는다고 따라 웃는 사람들, 사실은 하나도 안 슬프면서 남들이 슬퍼한다고 같이 우는 사람들, 줘 터져서 대자로 뻗었는데 남들이 오뚝이처럼 일어난다고 따라 일어나는 인간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남들이 사랑한다고 말하니까 자기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인간들.
p.37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해서 더 이상 불행해질 수 없는 사람을 더 불행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간단하다. 줬다 뺏으면 된다.
p.138
사랑은 하는 겁니다. 내일이나 모레 할 거라고 얘기하거나 계획하는 게 아니고 그냥 지금 바로 하는 것, 그게 사랑입니다.
상대방을 위해서 이 수많은 것을 하는 마음, 그것이 사랑하는 마음이고요, 이 모든 것을 받는 상대방,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먹거나, 자거나, 꾸는 게 아니라 그냥 하는 것입니다.
p.225
산다는 것은 누리는 것이다. 인간은 마음껏 누리기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 하늘에 걸어놓은 태양빛을 누리고, 누군가 뿌려놓은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활짝 펼쳐져 있는 파란 하늘 아래에서 잘살면 된다.
p.223
글이 사람을 안아줄 순 없겠지만, 안아주고픈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믿기에 나는 이 글을 끝까지 썼다. 집필 과정은 천지를 창조한 신의 권력을 마음껏 누려보는 영광과 시작한 창조를 끝내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끊임없이 형상화해야 하는 고통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 '작가의 말' 부분
차인표, <오늘 예보> 中
+) 만약 작가가 필명을 사용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작가에 대한 색안경을 끼지 않고 책을 읽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소설은 현실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어려운 세 사람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랑으로 귀결이 되지만 재미있는 작품이다. 지루하지 않았고 읽으면서 좋은 구절도 제법 많아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소설이었다.
되도록이면 작가에 대한 편견을 버리려고 노력했는데, 오히려 그런 부분이 읽을 때마다 떠올라서 살짝 불편했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쓰여진 소설들에 비해 상당히 노력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부분부분 문장이나 글의 흐름에 어색한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구성을 꼼꼼하게 계획했고, 인물 개개인의 특성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기에 전체적인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해보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서. 저자의 말대로 "사랑은 하는 것이다. 지금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게 사랑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사람의 마음에 대해,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헤 보았다. 작가는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나 뿐만이 아닌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고 감동받았다. 다음 작품도 기대되는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