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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소설에 빠지다 2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라르스 바리외 엮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그는 폭풍우 치는 바다에 나가는 것은 한마디로 죽는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목적지에 닿는 것이 바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인지, 새로운 시작인지 아니면 마지막인지.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경험하는 기쁨의 순간은 보통 순식간에 사라진다.
p.76 [얀 카우스, '탁자위의 바이올리니스트' - 에스토니아]
인생을 문학 장르로 고찰해 보는 것은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예를 들면, 내 인생은 교육소설과 악한소설의 혼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대부분을 교육에 투자한 다음 경비실에 정착했으니 말이다. 사실 난 늘 단순하고 간단한 것, 그리고 원초적인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러시아는 나의 삶을 생존의 극한까지 몰아갔다. 하지만 설사 내가 정말로 악한이라고 해도 아마 난 스스로의 운명을 배신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에는 미약하나마 배신의 냄새가 약간 배어 있다.
p.134 [블라디미르 니키포르프, '어느 야간 경비원의 일기' - 오스트리아]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나를 군대 시절로 데리고 간다. 훈련장에 일렬종대로 늘어선 서른네 명의 훈련병들에게로, "왜 누구는 파카를 입고 있고 누구는 입고 있지 않습니까?" 라고 묻는 중위에게로. "누구는 춥고 누구는 춥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한 나는 그의 주먹에 두 번 가격당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든 나는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p.175 [귀르 겐치, 'H' - 키프로스]
우리 엄마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란 죽음을 유발하는 모든 요소를 미리 철저하게 피해 가는 데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었어요.
p.211 [카타르지나 소볼라, '0-800 휴대폰 무료 정보 서비스' - 폴란드]
미하 마치니 외, <유럽 소설에 빠지다 2> 中
+) 지난 1권에 비해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 많았다. 소재의 특이성으로 웃음을 유발한 작품도 많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품들도 제법 된다. 1권은 미숙해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그에 비해 2권은 글도 매끄럽고 서사의 흐름도 자연스러웠다. 이 책을 읽고 싶다면 1권 보다 2권을 읽기를 권한다. '어느 야간 경비원의 일기'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나의 인생을 문학 장르로 고찰해본다면 무엇일까. 쉽게 답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늘은 그것을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야겠다. 나는 지금 어디쯤에 서 있는가. 나는 지금껏 어디에 서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