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시선 247
박형준 지음 / 창비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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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소묘'

 

 

누가

발자국 속에서

울고 있는가

 위에

가볍게 뜬

소금쟁이가

만드는

파문 같은

 

누가

하늘과 거의 뒤섞인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가

편안하게 등을 굽힌 채

비치 거룻배처럼 삭아버린

모습을 보고 있는가,

누가

고통의 미묘한

발자국 속에서

울다 가는가

 

 

박형준, <춤> 中

 

 

+) 시인에게 묻고 싶다.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가. 박형준의 이 시집에는 시인이 말하려고 하는 '무언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일부러 숨긴 것인가 고민도 해보았지만 숨겼다기 보다 오히려 애초에 그것이 있었는가 의심이 드는 작품들이 많다. 생명의 신비나 자연의 경이로움을 논하기에는 그의 작법이 너무 낡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시인이 바라보는 것은 날 것 그대로의 이미지이기 보다 시인의 사상의 틀 안에서 재구성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것은 신선하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것이 소재의 문제인지 시인의 시상 전달의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박형준 시인의 진지함이 이번 시집에서는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 듯 하여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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