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왕국 - 2008 문학수첩 작가상 수상작 <아웃>에 이어지는 이야기
주영선 지음 / 북인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다들 개인적 결핍 때문이야. 조직에는 굽실굽실하면서 목표물 하나 잡으면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사이코패스들!"

p.52

 

언제나 삶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는 것 같다. 상황만 다를 뿐 삶은, 늘 그 공식의 반복이다. 나는 내게 접근해오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준다. 늘 덥석 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마음을 완전히 줬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상대는 그 친절한 얼굴을 바꾼다. 그리고 나를 넘어 다른 곳을 향한다. 상대가 내게 접근한 이유가 처음부터 내가 아닌 다른 것이었다는 것을, 나는 나중에 깨닫는다.

p.101

 

주변 사람들의 태도 하나하나에 내가 상처받아야 할 만큼 그들은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p.146

 

하여튼 권력은 좋은 것이다. 연단에 올라서서 자기 죄를 남에게 뒤집어 씌워도 누구 하나 말할 사람 없고, 연단에서 내려오면 오히려 손이라도 한번 잡아볼까, 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줄을 섰으니 천하를 얻은 것도 같겠다.

p.175

 

호의에 너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상대를 당혹스럽게 할 수 있다. 사람의 말과 마음은 지속적이기 어렵다. 나 역시 지우에 대한 의지가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것에 이따금 괴로움을 느낀다. 시작은 절대, 인 경우가 많았다. 지우를 위해 절대로 멈추지 않을 거야.

p.193

 

 

주영선, <얼음왕국> 中

 

 

+)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 단숨에 읽어버리기엔 권력의 횡포가 지금 주변에서도 끝없이 소리죽여 만연하고 있으니까. 문득 작가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궁금해졌다. 소설 속의 상황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풀어내기 어려운 감정들이지 않았을까. 권력 아래 자행되는 모든 일들이 상세하고, 또한 굴욕적이지만 끝까지 버티는 지우 엄마의 내면 심리가 진실하게 그려졌다.

 

마을의 권력자들과 시청 공무원들이 힘없는 보건소장을 몰아내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장애아 지우를 자식으로 둔 힘없는 말단 공무원이지만 지우 엄마는 부당함에 맞서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저항한다. 이 소설을 보면서 마음이 가라앉는 나를 다시 한번 발견했다. 우리 사회 어두운 면에 늘 있는 이런 일들은 우리에게도 분명 한 두번쯤은 있었을 법한 일들이며, 앞으로 살면서 몇 번쯤은 접하게 될 일들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어땠을까. 내 마음이 무겁고 우울했던 것은 아마 그것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아니, 과연 상상일까.

 

소설 속 지우 엄마와 지우 아빠처럼 그렇게 강하고 용기 있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때로 가슴이 아프고 때로 용기가 생겼다. 이 책은 장애아동의 권리와 권력의 횡포 문제를 심오하게 다루는 소설이다. 오랜만에 현사회의 어두운 면을 꼬집어주는 소설을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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