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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평점 :
불가촉천민은 카르마(업, 운명)의 논리에 세뇌되어 살아왔다. 미천한 일을 하는 것은 모두 전생의 악업 때문이라고 믿는 것이다. 나에게는 카르마가 없다. 내 스스로 운명을 선택했고 지금의 내 모습이 그 결과이다. 나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도약했다.
"사람들은 말할 거야. 의시가 되라, 엔지니어가 되라, 변호사가 되라.... 하지만 누구의 말도 들어서는 안 돼.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 하지만 다만 뭘 하든 최고가 되어야 한다. 도둑이 된다면 세상 사람들이 '정말 대단한 도둑'이라고 말할 정도는 되어야 해."
또 한번은 어머니가 여전히 죽어라 일을 해야 한다면 박사학위가 다 무슨 소용이냐고 물으셨다. 아버지는 박사학위는 운전면허증을 따는 것과 같다고 설명하셨다. 운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박사학위를 비유한 최고의 표현이었다.
"츠호투, 어느 누구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법을 지키는 시민이고, 어느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으니까."
p.328
나렌드라 자다브, <신도 버린 사람들> 中
+) 이 책은 카스트제도의 굴레에서 벗어나 '불가촉천민'의 '영웅’이 된 자다브 가족의 3대에 걸친 실화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가장 낮은 계급이라 짐승 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던 계층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다다'의 모습이 감동적인 작품이다. 현재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지도자가 된 나렌드라 자다브 박사는 그의 아버지 '다다'가 있었기에 교육도 받고 깨어있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그의 어머니 또한 남편을 존중하고 믿었기 때문에 전적으로 그의 의견을 따른 것이다.
틀에 박힌 계급을 벗어나기 위해 불굴의 의지로 노력한 '다다', 그의 삶읠 발자취를 따라가며 신분 차별의 모욕과 인간으로서 느끼는 굴욕감을 접했다. 그 틀을 깨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 즉 인도의 역사, 종교, 신분, 생활상, 그 모든 것들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나라 조선 시대 봉건 제도와 흡사한 인도의 카스트 제도의 폐단을 보며, 사람들이 얼마나 계급으로 나누어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고자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그 틀을 깬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희생과 용기가 뒤따라야 하는지도 보았다.
용기 있는 아버지와 현명한 어머니가 훌륭한 사람을 만들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