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부터 80킬로미터 - 알래스카와 참사람들에 대한 기억
이레이그루크 지음, 김훈 옮김 / 문학의숲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자연이 지닌 힘들을 경외해야 한다는 걸, 낭비가 큰 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더불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꼭 필요한 일이라는 걸, 오로지 더불어 일함으로써만이 우리가 생존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p.63

 

나날의 삶은 모험이었고 우리 모두는 아니그니크, 곧 삶의 숨결을 즐겼다. 많은 이들이 간간이 죽을 고비를 겪기는 했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매일 아침마다 큰 기대감을 갖고서 하루를 맞았다. 오늘 날씨는 어떨까? 여우가 덫에 걸렸을까?

p.65

 

나는 그런 추억들 덕분에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우리 말을 잊지 않기 위해, 새롭게 되새기기 위해 가끔 속으로, 혹은 소리 내어 우리말로 나 자신에게 이야기를 하곤 했다. 아아리가아 이누우루니! 니쿠우루크 마니 누나! (살아 있다는 건 좋은 일이야! 여기는 좋은 곳이야!)

p.152

 

우리는 젊었고, 미국의 정치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며, 우리의 적들은 거의 모든 면에서 우리를 능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더없이 중요한 두 가지 자산을 갖고 있었다. 넘치는 열정, 그리고 시종일관 우리를 떠받쳐주는 역할을 한, 본질적으로 낙관적인 사고방식을.

p.210

 

미처 예상할 수 없었던 변화가 거듭 일어나는 어지러운 시대를 살아오면서 언제나 내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나를 키워준 어머니 노운라레이크와 그 가족의 따뜻한 사랑, 그리고 어렸을 때 내 마음 속에 깊이 아로새겨진 그 소우주의 자연환경이었다.

p.317

 

 

이레이그루크, <내일로부터 80킬로미터> 中

 

 

+) 이 책은 북부 알래스카 날짜 변경선에서 동쪽으로 80킬로미터 떨어진 '코체부'에서 태어난 저자 이레이그루크가 그들의 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어머니를 따라 신흥 도시에서 살다가 외가 쪽 친척 집에 양자로 들어가 전통적인 이누피아트 족의 방식에 따라 살기 시작한다. 그것은 그의 원주민 조상들이 수천 년간 생활해온 반유목적인 생활이다.

알래스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답게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상황에 맞춰 삶을 이어간다. 어린 나이부터 누구나 할 일을 찾아서 하게 되고, 남녀를 떠나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가족들과 부족들을 위한 삶을 산다. 용기있는 사람들이고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도시로 나와 영어를 배우고 미국에서 공부를 하게 되면서 자신의 고향 알래스카가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미국의 부당함에 맞서, 자신들의 종족과 영토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자기 종족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인상 깊었던 것은 자신들은 투쟁을 모른다는 것을 깨달은 작가의 목소리이다.

 

공유하고 조화롭게 지내는 민족들을 위해 저자가 선택한 것은 투쟁 선언이 아니라,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는 것이다. 내 땅의 조상들과 내 땅의 자연과 내 땅의 민족을 위해 노력한 그의 용기 덕분에 지금 알래스카 사람들은 빼앗길 뻔 했던 땅의 일부를 가졌고, 나머지 땅에 대한 대가로 보상금을 받았다. 물론 그것도 부족한 것이지만 저자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순박한 원주민들은 수천년을 살아온 자신들의 영역에서 문서 몇 장 때문에 쫓겨날 뻔 했다. 책을 읽으면서 교육의 필요성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의 소중함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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