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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어 앉은 오후 - 제4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이신조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9월
평점 :
정확한 것은 늘 정확하지 않은 것을 견제하고 비난한다. 그러나 정확한 것보다 정확하지 않은 것이 생에 있어 훨씬 결정적이라는 것을 은해는 알고 있다. 그러므로 정확한 것은 정확하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p.61
그 시절, 젊은은 더없이 예민하고 더없이 둔감하다. 자신을 위협하는 모든 것에 날카롭게 반응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자신의 시선은 항상 과잉되어 있기 마련이다.
p.69
은해는 제 빈 잔에 술을 따른다. 삶을 함부로 방치하는 것의 뜻밖의 즐거움.
p.167
이신조, <기대어 앉은 오후> 中
+) 이 소설은 상처를 가진 두 여자의 우연한 만남을 축으로 전개된다. 어렸을 때 한 가족에 새엄마로 들어가 자신을 낳았으나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한 여자를 엄마를 둔 '은해', 딸의 자살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윤자' 그들은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같은 수영장에 다닌다. 그들이 백화점에서 만나면서 묘하게 상처를 지난 여자들의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 이 소설이다.
유달리 몸을 정갈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은해에게 심어준 엄마때문에 은해는 상처를 받으며 성장한다. 누구보다 가까이 있어야 할 엄마가 은해에겐 가장 무서운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윤자 또한 누구보다 가족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딸은 자살을 하고 가족들은 서로를 외면한다. 윤자는 그렇게 가장 힘든 시기에 큰 상처를 받는다.
그런 두 여자가 상처를 보듬는 방식은 오히려 상처를 헤집어 더 아프게 만든 후에 오는 공허함이다. 이 소설은 그렇게 잔인하게 두 인물을 그리고 있으나 그 점이 현대인의 자기 소외를 더욱 잘 드러낸다. 오래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인데 철저하게 객관화된 작가의 시선이 냉정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인물들이 사람이나 사회와 소통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을 좀 더 상세하게 서술했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