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뉴스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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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와 오류는 어디에나 있다. 지도에도 있고, 자동차에도 있고, 사전에도 있고, 전화기에도 있고, 우리에게도 있다. 없다면 그건, 뭐랄까. 인간적이지 않은 것이다.

p.80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모든 위대한 예술가들은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 어떤 도구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느냐, 어떤 과정으로 자신의 존재를 하나씩 증명해 가느냐, 오직 그것만이 문제다. 해킹 역시 창조적인 예술의 한 분야다.

p.122  -[멍청한 유비쿼터스]

 

컴퓨터 하는 사람들은 타자기가 종이를 낭비한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 웃기는 소리입니다. 종이를 버리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게 낭비입니까. 아니면 컴퓨터처럼 종이를 아끼면서 생각을 지우는 게 낭비입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p.176  -[회색괴물]

 

언제나 열심인 것과 성공한다는 것 사이에는 뭔가 인간이 알아낼 수 없는 다른 것이 숨어 있는 것 같다. 그걸 운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그게 인생이라는 사람도 있다.

p.264  -[펭귄뉴스]

 

 

김중혁, <펭귄뉴스> 中

 

 

+) 이 책은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등단한 김중혁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등단작을 비롯하여 총 여덟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렸다. 읽으면서 매끄러운 전개라기 보다 구성이 비슷한 소설들이 나열되어 풋풋함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의 명성에 비해 무언가 어색하다고 느꼈는데 찾아보니 첫 소설집이었다. 또 그렇게 보니 너그럽게 이해된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설레는 만큼 부족한 것들이 있으니까.

 

소설 속 인물들은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다. 물론 평범함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겠으나,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런 인물들을 통해 그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곤 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선입견 혹은 고정관념에 대해 과연 그럴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데 그것은 소설 속에서 간간히 몇 줄의 단상처럼 적혔다. 내가 이 소설이 풋풋하다고 말한 것은 작가의 생각에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오히려 작가의 생각 따로, 서사 따로 엮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그는 소설가 김중혁이다. 신선하고 재치있는 글을 쓰는 작가이다. 그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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