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아이들이 눈이 멀어 있었어. 만성적인 비타민 A 결핍으로 눈과 뇌가 손상된 것이지.
 이런 광경은 아빠도 텔레비전에서 여러차례 본 적이 있어. 그때마다 "기아는 부드러운 죽음이다. 점차 쇠약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고통 없이 죽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아빠 자신을 세뇌시키고 있었어. 그런데 그게 아니었단다! 누더기 속에서 일그러진 작은 얼굴들은 그들이 가공할 고통을 겪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어. 작은 몸들이 흐느끼며 오그라들고 있었지. 엄마나 누이들이 때로 숨진 아이의 얼굴에 가만히 수건을 덮었어.

p.52

 

 1919년에 막스 베버는 "부란 일하는 사람들이 산출한 가치가 이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오늘날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늘날 부, 즉 경제력은 다혈질적인 투기꾼들이 벌이는 카지노 게임의 산물이다.

p.161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p.170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中

 

 

+) 이 책은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기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가진자들의 욕심 때문이라고. 식량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선 당장 먹을 식량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그들이 식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대부분 가난한 나라들은 땅이 없거나 사람이 없어서 가난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식량을 생산할 기술도 부족하고, 그러기 위한 기초적인 조건들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그것은 또 어떻게 얻어야 하는가.

 

굶지않는 세계의 절반이 그들을 도우면 된다. 그들에게 자신이 먹는 것의 일부를 나누어 주면 될 것이고, 그들에게 자신들이 식량을 생산한 방법을 알려주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진자들의 욕심 때문이다. 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 프롤레타리아들이 자신들에게 복종하길 바라므로 그들의 발전과 진보는 용납하지 않는다.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어차피 현재 가진 것들은 현생에서 사용할 뿐인데 자신에게 넘쳐나는 것을 타인에게 좀 나누어준다고해서 무슨 큰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수렵, 채집 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발전하면서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로 나뉘게 되었다. 어쩌면 기아 사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가진자는 더 많이 가지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 타인의 것을 빼앗거나 타인의 기회를 빼앗는다. 이런 악순환의 반복으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고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세계 사람들이 먹을 양식은 충분하다. 다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편중되어 있을 뿐이다. 굶주리는 세계의 절반을 위해 굶주리지 않는 세계의 절반이 그들에게 식량과 식량 생산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서 쉽게 읽히는 만큼 가슴 아픈 현실을 알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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