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게 참 철없이 - 2009 제11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창비시선 283
안도현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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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메기'

 

짚불을 피우고 배를 딴 메기 몇마리를 던져넣었다

 

메기들은 내장도 없이 뜨거운 불꽃 속으로 맹렬히 헤엄쳐갔다

 

가문 방죽 잿빛 진흙에 대가리를 들이밀듯 꼬리지느러미로 땅을 쳤다

 

삶이란 부레도 없이 허공의 물 위로 풀쩍 솟구쳐오르기도 하는 것

 

붉은 열망이 가라앉아 뻣뻣해지자 저녁이 재처럼 차가워지고 있었다

 

진흙이 다 된 메기들은 그때서야 안심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달려들어 쫄깃한 진흙의 살을 뜯어먹으며

 

어쩌면 코밑에 메기수염이 돋아날지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안도현, <간절하게 참 철없이> 中

 

 

+) 이번 시집은 음식 기행을 떠난 사람처럼 설레는 화자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다. 화자가 간직한 추억을 오감으로 버무려 맛있는 음식을 차려 놓았다. 그것은 화자의 기억속의 맛이기도 하고, 화자가 경험한 맛이기도 하고, 화자가 소망하는 맛이기도 하다. 시인은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서 자신의 신경을 곤두세워 미각, 후각, 청각, 시각, 촉각의 이미지로 시를 엮어 낸다. 좀 아쉬운 것은 안도현 시인만의 삶에 대한 깨달음이 빠진 점이다. 뭐랄까. 사람에 대한 애정과 소소한 것들에 대한 관심의 시선이 이번 시집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시선을 음식쪽으로 옮긴 시집인데 어쩐지 시라고 하기에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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