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 스스로를 위하여 만들어놓았거나 혹은 그 속에 들어가 견디어야 하는 모든 종류의 감옥들 중에서 지금까지 어느 것도 노년을 가두어놓는 이 감옥만큼 참혹한 것은 없어보였다. 나는 그때 마음을 그토록 우울하게 만들었던 그런 장소에 다시는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일 년 동안에 나는 아마도 연민의 감정에 있어서 어느 정도 발전을 거둔 모양이었다.

p.67

 

차츰차츰 나는 그가 단지 무슨 명령을 받아서 그렇게 한사코 글씨를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게 아니라 어떤 아득한 굶주림 때문일지도 몰랐다. 어떤 신비스럽고도 오랜 기다림 말이다. 나는 그 가난한 어린 아이가 그의 등 뒤 먼 곳에서 누대에 걸쳐 그를 사정없이 내몰고 있는 사람들에 떠밀려 글씨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기이한 인상을 받았다.

p.108

 

"그 이상으로 더 중요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지."

"뭐가요?"

"아, 난들 알겠냐! 어떤 사람들에겐 일이나 의무 같은 게 그렇겠지. 또 어떤 사람들에겐 사랑이 그렇겠고. 어쨌든 사람의 마음을 매는 것이 있는 거야."

"아, 고맙지만, 나는 아녜요. 나한테는 언제나 자유가 제일 중요해요."

p.190

 

 

가브리엘 루아, <내 생애의 아이들> 中

 

 

+) 작은 섬마을의 초등학교 교사를 꿈꿨던 적이 있다. 그 아이들과 함께 순수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교사도 그랬을까. 이 책은 젊은 여교사와 어린 아이들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처럼 감동적인 장면만이 연출된 것도 아니고, 소소하게 아이들과 함께라면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묘사한다. 아이들은 각자 나름의 개성이 있고, 집안 사정이라는 것도 있다. 그 상황에 맞춰서 서술자가 대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각기 다르다.

 

좋은 선생님은 아이들의 아이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그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책속에서 등장하는 선생님은 그런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